나를 위해 작은 호사를 누려야 할 때,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나를 위해 작은 호사를 누려야 할 때,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비전비엔피 2021-04-09 09:30:18 신고

애들 뒷바라지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워킹맘입니다. 사교육비는 물론 어디 가서 주눅 들지 말라고 먹는 것, 입는 것 모두 원하는 대로 해 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애들 위주로 살다 보니 제 옷장엔 변변한
외출복 하나 없더군요. 요즘엔 내가 참 초라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몸도 여기저기 아파오는데 부모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아이들을 보면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우아함의 반대말이 초라함이라는데 초라하다 느끼신다니 내 가슴도 먹먹해지네요. 그동안 얼마나 바쁘고 힘들게 살아 왔을지 짐작이 갑니다.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중년 여성들은 그러나 여전히 18세기형 현모양처와 모성애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얼마 전 조금 충격받은 일을 얘기해 줄게요.

《기쁨 채집》 이란 내 책을 소개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 <김미경 TV>에 출연했을 때 기쁨에 관해 이야기하다 내가 그랬어요. “JOY(기쁨)란 글자가 적힌 머그잔을 샀어요. 남편 것도 살수 있었지만 내 것만 샀어요. 난 고통은 나누고 기쁨은 혼자 누리거든요.” 진심이라 그냥 담담히 말했는데 김미경 씨를 비롯한 제작진이 뼈 때리는 조언이라면서 막 웃는 거예요. 나중에 보니 대부분의 중년 여성들이 남긴 댓글에도 이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인용되었더라고요. 이기적이라고 욕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도 앞으로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글이 대부분이라 안도했지만 좀 놀라웠어요. 내가 좋아하는 물건, 그것도 알량한 컵 하나를 내 돈으로 내 것만 산 것이 그토록 감탄할(?) 일 이라니요.

김미경TV, 유인경 작가님 출연 中

강남에서 중고교생 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 집 풍경과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죠. 남편은 대기업 부장이고 이 여성도 명문대 출신인데 전세 아파트에 살고, 소파와 식탁 같은 가구는 너무 남루해 보였거든요. 질끈 묶은 생머리에 낡은 티셔츠 차림의 그녀는 남편 월급으론 두 아이 사교육비를 충당하기도 빠듯해 저축은 생각도 못 한댔어요. 학군과 학원 때문에 강남의 오래된 아파트에 전세를 얻었지만 자기는 잘 사는 언니가 입던 옷을 얻어 입는다고도 했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 줘서 다행이라고, 대학만 보내면 해방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둘째가 대학 가려면 이제 5년 남았다며 웃는지 우는지 모를 표정을 지었습니다.

왜 부모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줘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물론 생산자이니 제품에 책임을 져야겠지만 일단 내 공장부터 제대로 돌려야 하지 않을까요? 교육이란 긴 터널만 지나면 햇살 가득한 길이 나오겠지만 그때 가서 자동차에 기름이 한 방울도 없으면 어떡해요. 아이들이 기름을 가득 넣어 줄 거라고 믿고 싶지만, 아마 자기 앞가림하기도 벅찰 겁니다. 꽤 개인적이고 뻔뻔하다고 자부하지만, 나 역시 대한민국 엄마랍니다. 내가 번 돈으로 가족 부양을 하는데도 옷이 건 가방이건 내 것을 살 때는 이상하게 가족한테 미안해지거든요. 내 옷은 TV 홈쇼핑이나 시장에서 사 입지만 딸에겐 백화점 옷을 사 줘요. 혼자일 땐 천국에서 김밥을 사 먹지만 가족과는 일류 레스토랑에 가서 내 카드로 계산하죠. 그러면서 ‘난 참 좋은 엄마’란 착각을 한답니다.

딸 부부가 생일이나 명절에 용돈을 주면 예전엔 “아유, 괜찮다. 나도 버는데 너희들이나 써라”라고 했지만 요즘은 냉큼 받아요. 최고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음을 기대한다는 표정으로요. 자식에게 효도를 바라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최선을 다해 부모의 도리를 하고 싶은 종미 씨 마음 알아요. 그래도 이제는 정말 종미 씨를 위해서만 살겠다고 다짐하는 자세가 필요하답니다. 다짐만 하지 말고 수첩에 적어 두거나 포스트잇에 써서 벽에라도 붙여 놓으세요. 그게 아이들의 미래 에도 도움이 됩니다.

내가 아는 여사장님은 아들과 함께 회사를 운영했어요. 같이 일하다 보면 문제나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럴 때면 꼭 혼자 여행을 떠나셨죠. 서로 찡그린 얼굴 마주하면서 앉아 있을 게 아니라 아들에게 해결하라고 맡기고 낚시하러 가거나 해외여행을 가는 거예요. 아들도 그런 모친의 행동을 이해했고요. “난 그동안 충분히 고생해 기틀을 잡아 줬으니 이젠 네가 처리해라. 난 놀러 갈 권리가 있다”라고 당당히 주장하던 그분이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요.

종미 씨, 만약 돈과 시간이 여유롭다면 자신을 위해 무얼 하고 싶은가요? 일단 종미 씨가 좋아하는 커피나 디저트부터 최고급으로 즐겨 보세요. 커피나 디저트가 아니더라도 상관없어요. 요는 사소한 것부터 종미 씨만의 사치를 시작하는 거예요. 난 과일만은 최고급으로, 세계적 갑부 만수르 수준으로 먹어요. 유난히 싱싱하고 당도 높은 과일을 먹으면 내가 부자가 된 느낌이 들거든요. 꼭 돈을 많이 들일 필요도 없답니다. 가끔 유통기한이 지난 아이크림을 발가락에 바르거나, 향기 좋은 샤워 젤로 샤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그렇게 내가 나를 어루만지고 사랑해 주는 시간이 필요해요. 이제 식탁에서 생선구이를 먹을 때도 종미 씨가 좋아하는 부위부터 선점하세요. 그래야 가족들도 ‘좋은 것은 엄마부터’ 란 인식을 하게 됩니다. 지금부터는 아이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나 지나친 관심은 뺄셈하고, 종미 씨를 위해서는 무조건 덧셈을 하세요. 초라하던 종미 씨가 우아하게 반짝반짝 빛나게 될 거예요.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저자 유인경

출판 애플북스

발매 2021.04.09.

상세보기

Copyright ⓒ 비전비엔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