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로스테이지] 최소의 것에서 최대를 끌어낸, ‘블루레인’

[D:헬로스테이지] 최소의 것에서 최대를 끌어낸, ‘블루레인’

데일리안 2021-04-11 01:00:00 신고

6월 6일까지 드림아트센터

ⓒ씨워너원ⓒ씨워너원

‘블루레인’은 존속 살해를 소재로 한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각색한 창작 작품이다. 2019년 첫 선을 보인 이후 2년 만에 대학로에서 두 번째 시즌을 올리고 있다. 작품은 원작의 배경을 1990년대 미국의 한 가정에 대입시킨다.


다만 원작에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물들을 기반으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봤다면, ‘블루레인’은 아버지 존 루키페르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장남 테오와 그의 이복동생인 변호사 루크를 중심으로 비교적 직접적으로 인간의 욕망과 희생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최소한의 무대에서 최대의 몰입을 끌어내는 연출법이다. ‘인터뷰’ ‘스모크’ 등의 작품으로 사랑을 받았던 추정화 연출과 허수현 음악감독이 만들어낸 시너지 덕분이다. 특히 소품이라곤 의자와 어항밖에 없는 무대에서 이처럼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추 연출의의 세련된 감각에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다.


장면이 변할 때마다 의자의 위치를 바꾸는데, 이 변화에 따라 무대는 경찰서의 조사실, 클럽, 집이 되기도 한다. 의자를 활용하는 법도 인상적이다. 배우들은 의자를 ‘쿵쿵’ 거리며 들었다 놓고, 의자에 앉아 다리를 구른다. 또 의자 뒤에 숨거나 의자를 끌고 다니고, 의자 위에 우뚝 서는 등의 행위를 보인다. 이를 통해 등장인물 내면의 심리가 드러난다.


의자가 등장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된다면, 조명은 그 심리를 더 극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주로 푸른 빛과 붉은 빛, 즉 극의 주제이기도 한 ‘선과 악’을 표현하는 듯한 두 가지 색깔의 조명이 사용되는데, 장면에 따라 달라지는 조명은 인물의 심기를 극대화시킨다. 또 인물과 인물 사이의 공간을 구분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빼어난 수작에도 아쉬움은 있었다. 극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인 루크는 내레이션을 통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와 내용을 읊으면서 관객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내던진다.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 매우 친절한 설정이지만, 동시에 관객들이 극을 통해 스스로 질문을 찾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빼앗는 것이기도 하다.


‘블루레인’은 6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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