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 글 잘 쓰는 아이로 만드는 기적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 글 잘 쓰는 아이로 만드는 기적

비전비엔피 2021-04-13 15:52:09 신고

자기 주도적 학습이 되려면 초등학생부터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말에 아이에게 꾸준히 글쓰기를 시키고는 있지만, 도통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쓰지 못하고, 시키니까 하는 듯한 아이의 모습을 본 부모님이라면 아이에게 어떻게 글쓰기를 가르칠지 고민이 될 것입니다. 무조건 아이를 앉혀놓고 글쓰기를 시킨다고 글쓰기 실력이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아이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바로 어떤 소재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데 있기 때문이죠.

저서 300여 권을 출간한 청소년이 가장 사랑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고정욱은 말합니다.
근사한 표현과 멋진 문장으로 생각을 표현하고 읽는 사람이 흥미로운 글을 쓰는 것은 타고나는 능력이 아닌, 상황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현상을 풍성하게 표현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에 있다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상황을 다양하게 관찰하고 글로 옮길 수 있을까요?
<나의 하루가 글이 된다면>을 통해 알아봅시다!

집 밖으로의 짧은 여행

 집에서만 작업하면 답답하고 변화가 필요한 듯할 때 나는 가끔 집 앞 벤치로 나간다. 그곳에만 나가도 수없이 많은 글감, 관찰할 거리들이 널려 있다. 우리 집은 문을 열면 맞바람이 쳐서 가끔 문이 안 열릴 때가 있다. 그러면 오늘 바람이 세게 불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힘겹게 문을 열고 나가 복도를 지나가면 옆집 문 앞에 택배가 쌓여 있는 게 보인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엇을 주문했는지 어떤 내용의 것들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그 집 사람들 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때로는 커다란 아이스박스가 배달 되어 오기도 한다.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식품류를 자주 주문하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택배 시스템과 식품의 빠른 배송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초집적 사회인지를 깨닫게 된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오면 택배원들이 화물칸 문을 열어 놓은 채 열심히 드나들며 배달할 물건들을 땀 흘려 나르는 걸 본다. 우연히 들여다본 택배 상자가 쌓여 있는 탑차 한쪽 벽면에 숫자가 잔뜩 적혀 있는 걸 보았다.

삼광 3456 우광 아파트 1234


그것이 무엇인가 하고 보니 자신이 배달하는 아파트와 빌라 단지의 출입구 비밀번호를 적어 놓은 것이었다. 새벽 배송을 하려면 출입구 비번을 알아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그 숫자들은 다른 전임자들에게 물려받은 족보일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택배원의 밥벌이에 도움이 되는 숫자들인 것이다. 그 숫자들이 밥이 되는 숫자라는 생각이 스치자 글쓰기 명제가 떠올랐다. 그 숫자 중 하나라도 바 뀐다면 그의 삶은 흐트러지고 만다. 새로운 비번을 설정하 면 그는 한동안 그 비번을 찾아내기 위해 헤매야 할 것이 다. 물론 그러다 다른 지역으로 배정되면 또 다른 비번을 탑차 옆면에 바벨탑처럼 하나하나 쌓아 나갈 것이다.

벤치에 앉아 있노라면 으슥한 곳으로 담배를 피우러 찾아 들어오는 사내들이 보인다. 아파트 단지 내에는 공식 흡연 구역이 정해져 있지만 그곳은 노출되어 있다. 바람이 잘 통하긴 하지만 담배를 피울 때 누군가가 자신을 보는 게 불편한 거다. 그래서인지 담배를 피우려는 사람들이 금연 구역으로 정해져 있는 벤치와 등나무 벤치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온다. 내가 먼저 와 자리를 선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눈치를 보며 저만치 구석으로 가 담배를 피운다. 어느새 흡연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되고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 되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담배를 피운다. 나는 그들이 담배 피우는 행위를 안 보는 듯 유심히 관찰한다. 검지와 중지 사이로 끼워서 피는지, 엄지와 검지 사이로 꼽아서 피는지도 살핀다. 흡연하면서 침을 뱉는지 담배꽁초를 어디에 버리는지도 관찰한다. 담배 피우는 행위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벤치에 앉아 있노라면 이렇게 오가는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후진 주차를 하지 말라고 써 붙여 놔도 아랑곳하지 않고 꼭 후진 주차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행태는 습관인가 의도인가. 출발하기 편하려고 후진 주차를 하는 거겠지만 뒤에 있는 화단의 풀에 매연이 뿜어져 나오고 덩달아 옆에 앉아 있는 나에게도 안 좋은 공기가 훅하고 밀려온다. 그러면 나는 배려심에 대해 생각 하게 된다.

벤치에 고즈넉하게 앉아 있노라면 이번에는 청각이 살아 움직인다. 아파트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세탁기 돌리는 소리, 부부 싸움하는 소리. 아기 우는소리 등등이 내 귀에 끊임없이 복합적인 정보를 집어넣는다. 아기가 우는 집은 엄마 아빠가 싸워서일까, 아니면 다른 집 아이일까? 세탁기를 돌리면서 음식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같은 집일까, 다른 집일까? 벤치 옆에는 각 가정에서 내다 버린 실내용 운동기구들 이 하염없이 녹슬어 가고 있다. 아마 버리기는 아깝고 집 에 두기는 버거우니 그곳에서 운동이나 하라고 내놓은 모양이다. 하지만 남이 만진 낡은 운동기구에서 페달을 밟으며 운동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때는 홈쇼핑에서 귀하게 팔렸을 그 운동기구들이 푸대접 받는 것을 보며 우리네 삶도 그러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 벤치에서 자리 잡고 앉아 있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화단을 지난다. 화단에 피어 있는 접시꽃은 어느새 많이 자라서 꽃이 피기 시작한다. 몇 장 스마트폰에 담는 다. 짧은 집 밖 여행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관찰하고 또 관찰하다 보면 그것들은 언젠가 내 안에 숨어 있다가 내 글에서 생명을 얻는다. 다시 태어나서 살아 숨 쉬게 된다. 관찰하는 습관을 갖는다는 것은 곧 글 쓰는 습관이고 글이 모이는 습관이다.


나의 하루가 글이 된다면

저자 고정욱

출판 애플북스

발매 2021.04.05.

상세보기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고정욱 |140*200mm|224쪽|13,000원

고정욱 작가가 알려주는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사소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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