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칼을 뽑아 든 황제, 포르쉐 911 터보 S

직접 칼을 뽑아 든 황제, 포르쉐 911 터보 S

모터트렌드 2021-04-14 00:00:00 신고

 

역대 911 중 가장 빠른 녀석이 등장했다. 992 플랫폼으로 탄생한 신형 911 터보 S다. 하지만 과거처럼 터보라는 이름이 주는 상징성과 위엄이 크지 않다 992 카레라 시리즈도 모두 터보 엔진을 품었고, 성능을 계측해보면 이전 세대 911 터보와 유사한 수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굳이 911 터보까지 선택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터보 S의 엔진은 카레라 S의 3.0ℓ 엔진과 아키텍처를 공유한다. 두 엔진의 스트로크는 76.4mm로 동일하고, 이는 실린더당 배기량을 고려할 때 쇼트 스트로크 타입의 엔진임을 알 수 있다. 차이는 피스톤 지름에 있다. 터보 S는 보어가 11mm 더 큰 102mm 직경의 피스톤 6개를 품었다. 이전 터보 S 대비 배기량은 3800cc에서 3745cc로 소폭 줄었다. 토크와 마력 곡선을 보면 또렷하게 지향점의 차이가 드러난다. 카레라 S 엔진은 낮은 엔진회전 영역부터 높은 영역까지 평평하게 최대토크를 내고, 터보 S보다 엔진회전 한계가 낮다. 즉 카레라 S는 예전 자연흡기 엔진의 특성과 비슷하게 조율되고, 터보 S는 무자비한 토크를 밀도 있게 쏟아내는 ‘오리지널 터보’ 엔진을 추구한다.

 

실내는 카레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터보 S는 진짜 엔진 회전계를 계기반에 품었다.

 

터보 S가 카레라 대비 배기량이 약 1.2배로 크고, 사용 과급압도 1.2배 정도 더 쓴다. 공교롭게도 두 차의 출력 차이는 정확히 1.44배(1.2의 제곱)다. 인터쿨러 냉각 용량이 커졌고 범퍼 중앙 하단에 열 배출구가 추가됐다. 터보 S의 번호판 위치가 위로 올라간 이유다. 여기까지 정리한 내용만 보면, 나는 터보 S보다 카레라 S쪽에 더 흥미를 느껴야 했다. 911 터보보다 카레라 쪽이 가볍고 생동감이 있으며, 쥐어짜면서 세밀하게 제어하는 맛이 있을 테니까. 지금까지 생각은 그랬다.

 

 

터보 S의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사용하기 전에 이 차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첫째, 992 카레라를 처음 시승했을 때 991보다 낮아진 운전석 위치에 감탄했다. 하지만 터보 S는 카레라만큼 낮게 앉을 수 없다. 아니, 정확히는 운전석만 조수석보다 높다. 좌우 시트를 최대한 낮춰도 운전석이 15mm쯤 높아서 다시 991 세대 운전석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어떤 설계 의도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둘째, 992 시리즈는 네바퀴굴림 시스템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 와이드 보디 형태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번 터보 S는 와이드 보디의 카레라 시리즈와 비교해도 50mm 더 넓은 엉덩이를 가지고 있다. 터보 S 출시와 함께 카레라 시리즈는 좁은 와이드 보디가 된 셈이다. 포르쉐의 급 나누기는 언제나 확실하다. 셋째, 991 모델을 데일리카로 사용하는 입장에서 볼 때, 신형 터보 S의 포용력이 한 단계 더 좋다. 315mm 타이어와 21인치 휠을 신고도 울퉁불퉁인 노면에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넷째, 제조사가 발표한 0→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2.7초, 최고속도는 시속 330km다. 하지만 실제 터보 S는 6단 기어에서 시속 340km를 돌파하고, 0→100km/h 가속을 2초 초반이면 끝마친다. 심지어 윈터타이어를 장착한 시승차도 0→100km/h 가속을 2.5초 만에 주파했다. 과연 이 차는 662마력이 맞을까? 수치들을 역계산하면 700~800마력급 슈퍼카 성능이다. 포르쉐가 거짓말을 즐기는 브랜드이거나 셈에 약한 것이 틀림없다.

 

 

스포츠 플러스로 가속페달을 완전히 열었을 때 온몸의 세포가 또렷하게 살아나는 느낌이다. 경험한 적 없는 가속도에 짓눌려 VTG 트윈터보 엔진에 의해 잔뜩 일그러진 공기 알갱이가 느끼는 압력을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다. 1.2G의 가속력이 수그러들자 경직된 온몸의 세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굉장한 힘이다. 경험한 적이 없는 영역이다. 더 놀라운 건 그 힘이 나를 압도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영국이나 이탈리아의 2초대 가속력을 지닌 슈퍼카들은 인간이 조련하기보다 끌려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911 터보 S는 그들과 다른 영역의 차다. 운전자가 한 계단 더 올라와주기를 기다리며, 자신의 존재를 폭력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가속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터보 S는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코너를 고속으로 주파할 때나 드리프트를 노릴 때에도 한계치에 얼마나 다가갔는지 알 수 있도록 또렷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뒷바퀴 조향 시스템은 오버스티어 발생 속도를 늦춰주는 장점이 있지만 화려한 드리프트 조작에는 가끔 아쉽기도 하다. 뒷바퀴 조향은 끄고 켜는 버튼을 추가하면 좋겠다. 차체자세제어장치를 해제할 때에도 다른 슈퍼카처럼 두려움이나 죄의식이 들지 않는다. 구불거리는 국도를 한참 몰입해서 달린 후에야 1.4G의 횡가속도가 기록된 계기반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시승차는 여름용 OE 타이어가 아니라 피렐리 소토제로3 윈터타이어를 신고 있었다.

글_강병휘(자동차 칼럼니스트 겸 카레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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