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죽을 권리③] “나는 죽었고, 다시 살아났다”

[아름답게 죽을 권리③] “나는 죽었고, 다시 살아났다”

데일리안 2021-04-14 07:00:00 신고

'나의 생전 장례식'으로 죽음의 순간 체험

내가 준비하는 마지막, '웰엔딩페스티벌' 진행

ⓒ(주)라온피플ⓒ(주)라온피플

“저는 생전 장례식을 통해 죽음을 경험했고,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평소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주) 라온피플 손동욱 대표는 경기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경기 북부지역 문화 활성화 공모 사업에 지원했다. 비교적 문화 활성화 사업이 적었던 양주시를 분석해 산이 많은 지리, 지형적 특성을 살리고자 했다. 일종의 명당이라고 소문난 이 곳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주제를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렇게 기획된 것이 지난 2월8일부터 열리고 있는 ‘내가 준비하는 마지막, 양주 웰엔딩 페스티벌’(이하 ‘웰엔딩 페스티벌’)이다. 단순히 죽음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일과 일간 관계 등 모든 것에서의 아름다운 엔딩을 위해 지금의 삶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힐링문화예술 페스티벌로 진행됐다.


웰엔딩 페스티벌에는 양주의 각 명소들을 소개하고 그 곳과 관계가 있는 예술인 등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는 힐링 공간에서 나누는 예술과 죽음, 삶의 대화였다. 여러 콘텐츠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나의 생전 장례식’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음과 맞닥뜨리는 순간을 직접 체험해보는 식이다.


“처음엔 걱정도 많았죠. 여전히 우리 동네에 장례식장이 들어온다고 하면 반길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실제로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죽음에 대한 걸 한다고 했을 때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굳이 슬픔을 미리 경험해야 하느냐는 거죠. 그래서 이 생전 장례식은 슬픔이 아니라, 살면서 후회되는 부분들을 미리 깨닫고, 죽기 전에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획이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주)라온피플ⓒ(주)라온피플

설득 끝에 진행된 생전 장례식이지만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과거를, 그리고 현재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반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엄숙하고 불편한 자리에 불과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죽음’이라고 하면 거부감을 먼저 느끼기 마련이잖아요. 참여자를 뽑았는데 처음엔 모집이 잘 되지 않아서 지인들 위주로 경험을 해보도록 했어요. 그런데 조금씩 입소문이 났고, 지속해서 진행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사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연출을 하고, 영상을 촬영하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집중하고 빠져들어서 그마저도 못하겠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지막에 몰입하고 체험에 임했지만 거부 반응을 보인 사람들도 있었죠. 늘 옆에 있어서 느끼지 못했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의도로 시작된 거였는데 막상 관 뚜껑을 덮으려 하니까 거부반응을 보인 거죠. 안 닫으려고 하더라고요. 또 어떤 분은 말문이 막혀서 말을 잇지 못하는 분도 계셨고요. 어린 아이들의 경우도 몰입이 힘들었죠.”


생전 장례식은 영정사진을 찍고, 죽음과 관련된 강의와 영상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게 된다. 이후 어두컴컴한 곳에서 촛불 하나에 의지해 유서를 작성한다. 마지막으로 잘 짜인 관에 들어가 눕는 것으로 체험은 종료된다. 참가자들이 관에 누우면 마치 저승사자와 같이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관 뚜껑을 닫는다. 숨소리조차 허용되지 않는 적막 속에서 관 뚜껑이 닫히는 ‘끼익’ 소리와 뚜껑에 못을 박는 ‘쾅쾅’ 소리가 유일하게 들려온다.


ⓒ(주)라온피플ⓒ(주)라온피플

몇몇 거부감을 드러낸 참가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 체험을 통해 새로 태어나는 경험을 했다. 한 참가자는 “소중한 사람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죽음은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다’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인생은 두 번 주어지지 않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선물로 두 번째 삶을 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참가자가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은 건 탈북 방송인 이순실 씨에요. 방송을 통해 탈북 과정에서 겪은 힘든 일들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 저런 이야기를 방송에서 해도 될까 싶더라고요. 그런데 이번 생전 장례식을 통해 알게 된 건 방송에서 했던 이야기 보다 더 큰 아픔이 있었던 거죠. 깊숙한 곳에요. 방송에서 한 이야기는 그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예요.”


손 대표는 이번 생전 장례식을 일회성 공모 사업으로 끝내지 않고 대중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앞서 서울 효문화센터에서 생전장례식을 기획하고 이번 페스티벌에 함께 했던 대표 등 다양한 협업 파트너를 구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 중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다 보니까 환갑잔치라는 것도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환갑 대신 생전 장례식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죠. 장례문화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에도 지원할 생각이고요, 생전 장례식 영상도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업로드할 생각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가 분명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꿔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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