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죽을 권리②] “당신에게 남은 시간이 48시간뿐이라면?”

[아름답게 죽을 권리②] “당신에게 남은 시간이 48시간뿐이라면?”

데일리안 2021-04-14 07:00:00 신고

영화·드라마·연극·서적 등 대중문화가 '죽음'을 다루는 법

예능프로그램도 금기시 됐던 '죽음' 콘텐츠 꺼내들어

ⓒ신시컴퍼니ⓒ신시컴퍼니

지난해 재개봉한 영화 ‘대전블루스’는 김용을 작가의 연극 ‘손님’을 원작으로, 호스피스 병동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제한된 삶을 담았다. 특히 영화에서는 ‘죽음’이라는 이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이 공포나 고통이 아니라, 삶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준다.


대중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대중문화에서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많다. 그만큼 죽음이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작품들 중 MBC 다큐멘터리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은 시한부, 치매 노인, 아들을 잃은 부부의 이야기 등 여러 죽음의 형태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삶과 시간의 가치를 곱씹게 했다. 영화 ‘비밥바룰라’는 암선고를 받은 노인이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삶을 반성하고 남은 이들의 위해 마지막 온정을 베푸는 모습으로 잘 죽는 방법을 깨닫게 한다.


또 최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도 작가 김광탁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사실주의 연극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 기억과 망각의 경계, 과거와 현재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특히 암에 걸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가 아내 홍매, 둘째 아들 동하와 시골집에서 맞이하는 아프고도 따뜻한 마지막을 그리면서 웰다잉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초연부터 아버지 역으로 무대에 올랐던 신구는 “죽는데 잘 죽고 잘못 죽고가 있겠냐마는 요즘은 의학 장치들로 생명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살던 곳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마지막을 맞는 것도 하나의 좋은 죽음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조달환 역시 “죽음은 늘 곁에 있으니 오늘 하루를 열심히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죽음과 삶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을 전했다.


사실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매체인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죽음’을 터부시한 경향이 있었다. 죽음은 부정적이고, 슬픈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예능도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tvNⓒtvN

2016년 선보였던 ‘미래일기’와 ‘내게 남은 48시간’은 출연자에게 시한부라는 가상의 설정을 주고, 현재 삶을 되돌아보도록 했다. ‘내게 남은 48시간’의 전성호 PD는 “사실 죽음은 예능에서 금기시 된 소재였다. 분명히 쉽게 이야기 할 수 없으나 죽음을 통해 현재의 이야기를 부각시키고 싶었다. 죽음을 체험함으로서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집사부일체’에서도 배우 김수미가 사부로 출연했을 당시 삶의 마지막 하루를 주제로 출연진을 만났다.


최근엔 ‘집사부일체’에 사부로 출연했던 김수미는 삶의 마지막 하루를 주제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드레스를 입고 영정사진을 찍고, 삶의 마지막 날 하고 싶은 일을 털어놓으며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음 역시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하루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출연자들에게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줬다.


출판계에서도 3년 전, 존엄사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웰다잉’을 다룬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출판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건양대학교 웰다잉 융합연구회는 ‘웰다잉의 이해와 실제’ ‘웰다잉이 뭐예요’를 출간했고, 세계적인 웰다잉 전문가 아이라 바이오크가 쓴 ‘품위 있는 죽음의 조건’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월에도 생애 말기 환자들의 삶과 방향성을 조명하는 의학 칼럼니스트인 케이티 버틀러가 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가 출연됐다.


최근까지 ‘내가 준비하는 나의 마지막’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한 웰엔딩페스티벌의 기획자인 (주)라온피플 손동욱 대표는 “드라마나 예능, 공연, 도서 등을 통해 웰다잉이 소개되는 것 자체로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사실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어렵게 생각하고 기피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가벼울 수 없는 주제지만 접근하는 방식을 달리 하면서 죽음을 콘텐츠화 하고, 인지도 높은 사람들이 웰다잉에 대한 발언을 해준다면 인식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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