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제, 장인, 고수... 당신 위치는 어디쯤인가요

도제, 장인, 고수... 당신 위치는 어디쯤인가요

독서신문 2021-04-14 15:00:00 신고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수리공이 고장 난 보일러를 둘러보고 있다. 이곳저곳 귀를 대 보더니 가방에서 망치를 꺼내어 파이프를 세게 내려친다. 신기하게도 기계가 다시 작동을 시작한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린 시간은 불과 몇 분. 고작 망치 한 번에 80만원의 비용이 청구된 것에 흥분한 고객은 항목별로 금액을 청구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수리공은 이렇게 대답한다. “망치 사용 값 8만원, 어디를 두드려야 할지 아는 값 72만원.” 흔히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로저 니본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교수는 책 『일의 감각』(윌북)을 통해 지난 20여 년간 연구한 ‘전문가 되는 법’을 소개한다.

그간 숱한 전문가들을 곁에서 지켜본 니본 교수는 전문가가 되는 과정을 도제, 저니맨(journeyman: 중간급 장인), 고수 이상의 세 단계로 구분한다. 먼저 도제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단계를 이른다. 이 시기에는 반복적이고 지겨운 일을 하며 하찮은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지식과 지식을 습득하는 자신의 존재에 온 관심이 쏠리고, 실수해도 책임지지 않는(스승이 책임짐) 것이 특징인데, 저자는 이 시기를 “수감생활”이라고 칭한다. 초년 의사 시절 채혈하고 수액을 놓는 등의 수감생활을 통해 의사로서 핵심적 기반을 닦았다는 저자는 “이론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행위’의 지식이자 재료와 몸의 물질성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다. 이는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는 지식”이라며 “감각, 근육을 쓰는 행위, 재료에 대한 이해를 내면의 도서관에 모아야 한다. 특히 재료가 다른 사람일 때 더욱 그렇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저자는 “뇌의 진정한 업무는 놀라움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경험이 풍부해질수록 충격은 줄어든다”며 경험 쌓기를 강조한다. 일류 요리사가 편의에 따라 요리도구를 배열(‘미장플라스’)하여 일의 능률을 높이는 것처럼 작업환경과 삶을 업무에 최적화하는 것이 주요 논지다.

도제 단계가 공동체에 속해 보호받는 존재였다면 저니맨은 자신의 작업과 작업이 수용되는 방식에 책임을 지는 독립의 단계를 지칭한다. 도제 단계에서 관심의 초점이 자신이었다면 저니맨 단계에서는 관심 대상이 자신에서 타인으로 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근거리 마술 세계 오픈 챔피언인 리처드의 사례를 들며 “우리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항상 관객을 만족시킬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리처드는 다른 마술사의 공연을 볼 때 공연자가 아닌 관객을 보며 관객의 몰두를 보여주는 작은 신호들을 인식해 관객의 몸과 마음 읽는 법을 익힌 인물로 유명하다. 이는 곧 자기만족 이상의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아울러 ‘목소리 높이기’를 강조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목소리란 일종이 ‘정체성’이다. 재즈 음악가이자 가정의학과 의사인 폴 하이데트가 “명성을 떨치는 음악가란 자기만의 개성, 느낌, 경험으로 이전 세대의 이론, 기술, 아이디어를 전하는 사람”이라고 했던 것처럼, 저니맨은 본인만의 고유한 특색을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지막으로 고수 단계에서는 또한번 “타인에게로의 전환”이 이뤄진다. 이전의 전환이 자신에서 타인으로의 관심의 전환이었다면 이번에는 역할의 전환이다. 고수 단계는 그간 성취한 전문성을 타인과 공유해 그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과정으로, 단순 지식 전달 차원을 넘어 그들의 실수를 책임지는 멘토 역할을 감당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이런 방향 전환은 전문 분야에서도 일어난다. 저자는 키홀 수술 방식(절개를 최소화하는 수술 기법)을 고안한 의사 존 위컴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기존 지식의 ‘유지’ ‘전수’를 넘어 새로운 ‘발전’을 도출하는 고수의 면모를 부각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고수가 되는 저마다의 길 위에 서 있다. 저자는 “고수가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고수 되기란 인간으로 존재하기의 핵심이다. 우리가 많은 이가 알아봐 주는 고수가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잘하고자 애쓴 일에 더 능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수 되기는 명예나 돈이 아닌 우리가 가는 길과 관련이 있다. 나는 우리 모두 이 책에 나온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믿는다. 모두 전문가가 되는 길을 걷는 중이다. 배관공이든 조종사든 아마추어 화가든 상관없다”고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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