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위해 한국으로 온 대만 유학생 쩡이린(曾以琳)씨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한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민수연 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지난달 있었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운전자 A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지만, 민수연 판사는 양형기준상 최고 형량을 내렸다.
음주운전 전과 2범, 또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사고는 지난해 11월 밤,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했다. A씨는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쩡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사실 A씨의 음주운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음주운전 전과 2범. 2012년에는 벌금 300만원, 2017년엔 벌금 100만원을 각각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쩡씨의 아버지는 "A씨의 음주운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세 번째였다"며 "처음부터 엄벌했다면 두 번째와 세 번째 음주운전은 없었을 것이고, 우리 딸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국 검찰이 구형한 징역 6년에도 "그 정도면 음주운전을 장려하는 수준"이라며 비판했다.
"렌즈가 빠져서 시야가 잘 안 보였다" "음주 수치가 높지 않았다" 황당한 주장
A씨는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하드 렌즈' 때문에 발생한 사고임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A씨 측 변호인은 "당시 왼쪽 눈에 착용한 하드 렌즈가 순간적으로 돌아갔고, 오른쪽 눈은 각막 이식으로 렌즈를 끼지 못해 시야가 뿌연 상태였다"며 "이런 사정으로 피해자를 보지 못한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이어 "음주 수치가 비교적 높지 않았던 점을 참작해달라"며 선처를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0.079%로 만취 상태였다. 면허가 취소되는 기준인 0.08%에 근접했지만, 음주 수치가 높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민수연 판사,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른 최고 형량 선고
사건을 맡은 민수연 판사는 이와 같은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 판사는 "눈 건강이나 시력이 좋지 못하다면 운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도 술까지 마시고 운전해 비난 가능성이 더 크다"고 A씨를 꾸짖었다.
이어 "A씨는 과거 음주운전으로 2차례 처벌을 받고도 또다시 음주운전을 했다"며 "해외에서 사고 소식을 접한 가족들의 충격과 슬픔을 헤아리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차가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점, 유족은 용서할 뜻 없다고 하나 사죄하고자 현지 변호사 선임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을 고려했다"며 검찰이 구형한 징역 6년보다 무거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징역 8년은 지난해 7월 시행된 대법원 양형기준(위험운전교통사고)에 따라 법원이 내릴 수 있는 최고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