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를 받았다"며 절에 불 지른 여성…그는 판사 앞에서도 "예수를 믿으라" 전도를 했다

"계시를 받았다"며 절에 불 지른 여성…그는 판사 앞에서도 "예수를 믿으라" 전도를 했다

로톡뉴스 2021-04-14 19:04:47 신고

판결뉴스
로톡뉴스 안세연 기자
sy.ahn@lawtalknews.co.kr
2021년 4월 14일 19시 04분 작성
사찰에서 "할렐루야" 외쳤던 요주의 인물, 끝내 사찰 전각 잿더미로 만들어
재판에서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불을 지르라고 하면 또다시 불을 지를 것이다"
처벌은 징역 2년 6개월 실형
지난해 10월 남양주의 한 사찰 전각을 잿덜미로 만들었던 A씨가 법정에 섰다. 그는 14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반성' 대신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외쳤다. /게티이미지·경기소방재난본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법정에 선 피고인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말은, 바로 "반성합니다"이다. 형량을 조금이라도 깎기 위해서다. 하지만 A씨는 달랐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도 죽어도 살겠고. 예수님은 그리스도의 심장이라.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는 것은 예수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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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일반건조물방화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40대 여성 A씨는 당당하게 판사 앞에서도 전도를 이어갔다. 전혀 주눅 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반백발의 머리카락을 질끈 묶은 A씨는 사찰을 잿더미로 만들고도, "복음에 순종하기 위해 불을 지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돼 대학생 약 수십 명이 방청했다.

사찰에서 "할레루야" 외치고 다녔던 그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14일 아침. 남양주의 한 조용한 사찰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목조 전각 한 동이 잿더미가 될 정도로 큰 화재였지만,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하지만 사찰이 산 근처에 있던 터라 대형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2시간 만에 화재를 진압한 후 본격적으로 화재 원인 조사에 나선 와중에 사람들의 입에 '의문의 여성'이 입에 오르내렸다. 그는 불이 난 사찰에서 예전부터 유명한 사람, 요주의 인물 A씨였다.

A씨는 평소에도 스님과 불자들을 상대로 "할렐루야", "예수님을 믿으라"고 외치고 소란을 피웠다. 그러다 사건이 발생하기 9개월 전인 지난해 1월, 사찰에 불을 지르려다 붙잡혔고 경찰에 입건됐다.

이후 A씨는 사찰에 오지 않았는데, 화재가 발생한 그 날. A씨가 사찰에 있던 것이 CC(폐쇄회로)TV를 통해 확인됐다. 그는 꼭두새벽 불이 난 사찰 건물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가 건물이 타오르는 것을 보고선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범행 나흘 뒤, A씨는 해당 사철을 또 기웃거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10월 방화에 대해 일반건조물방화(①), 그리고 1월 방화에 대해 일반건조물방화미수(②)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일반건조물방화(형법166조)죄는 법정형이 2년 이상의 징역에 벌금형은 없는 무거운 범죄다.

"하나님이 불 지르라고 하면 나는 또 불을 지를것이다"⋯감형 요소인 심신미약도 거부
재판에서 A씨는 배심원은 물론, 방청객 일동을 모두 당황하게 했다.

공판 검사 : "지금, 이 순간에도 불 지른 것 후회하지는 않아요?"
A씨 :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피고인들이 흔히 말하곤 하는 '반성한다'는 말조차 A씨는 하지 않았다. 대신 위와 같이 "후회하지 않는다"고 법정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이 대목에서 공판 검사조차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공판 검사는 잠시 침묵한 뒤 "혹시 본인(A씨)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생각했던 적은 없느냐"며 "치료받을 의향은 없는지"를 물어봤다. A씨를 추궁한다기보다, 걱정스럽다는 말투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 질문에 A씨는 침묵할 뿐이었다.

A씨는 범행을 저지른 이유를 신앙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다시 불을 지르겠다"고 당당히 고백했다.

"하나님이 불을 지르라고 하면 또 불을 지를 것이다"
"하나님이 하라고 하면 또 순종해야죠"
"불에 태우려고 한 게 아니라 복음을 전하려고 한 거다. "
"확실하게 태웠어야 했다."

A씨는 '심신미약' 주장 역시 거부했다. "성경 말씀대로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변호인도 "피고인의 의사를 존중해 심신미약 주장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신 "과거 진단받은 조현병 등이 범행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므로 이 부분을 감안해달라"고 호소했다.

그외에도 변호인은 "A씨가 남편의 도박 빚, 외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때 A씨가 의지할 곳은 교회와 하나님의 말씀뿐이었다"고 했다.

이날 최후 진술에서도 A씨는 '반성' 이나 '후회'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법정에서 '전도'를 했다.

A씨의 처벌 수위에 대해 검찰은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했고, 변호인은 "비슷한 사건에서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적이 있다"며 선처를 구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됐다. 배심원과 방청객 수십명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재판을 지켜봤다. /안세연 기자

약 2시간 토론 끝에⋯처벌은 징역 2년 6개월 실형
결과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었다.

약 2시간의 토론을 거친 배심원 7명과 서울중앙지법 제24형사부(재판장 부장판사 조용래)는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배심원 7명 중 5명이 징역 2년 6개월 의견이었고, 2명은 징역 1년 6개월 의견이었다.

조 판사는 "배심원들의 양형과 범행 후 정황, A씨가 공판에서 보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방화는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로 위험성이 큰 점, △방화 미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었음에도 방화 기수 범행을 저지른 점,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종교적 이유로 타 종교시설에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A씨에게 불리한 양형요소라고 밝혔다.

A씨에게 유리한 점으로는 △조현병이 범행을 저지른 하나의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없는 점,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이 있었다. 하지만 실형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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