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들, 이렇게 2차 가해해도 고작 '이만큼' 형량 올리실 겁니까?

판사님들, 이렇게 2차 가해해도 고작 '이만큼' 형량 올리실 겁니까?

로톡뉴스 2021-04-14 19:13: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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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뉴스 강선민 기자
mean@lawtalknews.co.kr
2021년 4월 14일 19시 13분 작성
성범죄 저지른 것도 모자라 "피해자가 꼬셨다", "원래 불륜 사이" 막무가내 주장하는 피고인들
판결을 먹고 자라는 범죄⋯2차 가해라고 명시하면서도 양형엔 반영 않는 재판부
서울의 한 공원에서 산책하던 10대 여학생을 강제추행한 70대 남성. 그는 시종일관 “피해자가 자신의 (범죄) 행위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2차 가해였다. /게티이미지⋅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서울의 한 공원에서 산책하던 10대 여학생이 강제추행을 당했다. 지난해 7월, 한낮에 벌어진 일이었다. 가해자는 그 공원을 관리하던 70대 남성이었다. 그는 손녀보다 한참 어린 여학생에게 "3시간에 30만원을 줄 테니 데이트나 하자"고 말을 걸었다.

여학생이 이를 거부하자 그는 악수를 청하는 척 하면서 별안간 손등에 입을 맞췄다. 당시 피해 상황을 녹음한 파일이 존재했고 범죄 혐의도 명확했다. 검찰은 해당 남성을 정식재판 없이 약식으로 기소했다. 이 남성에겐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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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성은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요구했다. 그렇게 이어진 재판에서 벌금은 700만원으로 상향됐다. 법적 책임이 더 무거워진 건 피고인이 저지른 '2차 가해' 때문이었다.

"피해자가 유혹해서 생긴 일"이라던 피고인 주장⋯법원은 "그건 2차 가해"라고 답했다
피고인은 정식 재판에서 "자신이 그런 (성매매 권유) 행위를 하도록 피해자가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범죄가 발생한 이유를 피해자 탓으로 돌린 것이다. 전형적인 2차 가해였다.

법원은 이러한 변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성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어린 여학생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을 뿐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다"며 "범행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2차 가해"라고 명확히 했다.

강제추행에 더해 2차 가해의 대가까지 치러야 한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형량은 약소했다. 벌금 500만원이 벌금 700만원으로 200만원 상향됐을 뿐이었다.

'2차 가해'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형량은 깎아준 법원
심지어 어떤 재판부에서는 2차 가해 심각성을 지적하면서도 형량을 깎아준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9년 3월, 의정부의 모 노래방 주인인 A씨는 가게를 찾은 B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B씨는 주방에 들어간 A씨를 뒤따라가 그녀의 엉덩이를 만졌다. 술에 취한 손님의 만행이라 생각하며 우선 상황을 덮어뒀던 A씨. 그러나 불과 3시간 만에 두 번째 추행이 이어졌다. 결국 A씨는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 항소심(2심)을 맡은 의정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오원찬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범행 후에도 피해자를 찾아가 항의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면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입었는데도 피해회복을 위해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꾸짖었다.

B씨의 2차 가해 행위를 분명하게 지적한 재판부. 하지만 양형의 온도는 달랐다.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오히려 벌금형으로 깎아줬다. 결국 B씨에겐 벌금 700만원이 확정됐다.

보통 1심에서 합의하지 않던 피해자가 2심에서 합의를 해줄 경우에 감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런 경우도 아니었다. 심지어 피고인 B씨는 A씨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오원찬 부장판사는 감형 사유로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추행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한 피고인이 건강이 좋지 않고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점도 배려해줬다. 피해자에겐 사과하지 않은 가해자가 법원에 나와 반성했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은 셈이다.

강제추행 피해자를 애꿎은 불륜녀로 몰아간 남성, 벌금형에 그쳐
지난해 6월, 충남 금산에서는 60대 여성 C씨가 동네 주민 D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거동이 불편했던 C씨가 방 안에 시계를 걸어달라고 부탁했는데, D씨는 이 부탁을 추행의 기회로 이용했다.

D씨는 부탁대로 시계를 걸어주고 나가는 듯 하더니 돌연 C씨의 가슴을 만졌다. 놀란 C씨는 곧장 112에 신고를 했다.

그런데 D씨는 경찰에 터무니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피해자와 자신이 3년 가까이 유사 성행위를 하는 사이였다"고 허위 주장을 한 것이다. 한순간 C씨는 가해 남성의 불륜녀가 돼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이헌숙 부장판사는 "고령인 피해자가 남편과 사별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은데다 거동도 불편한 상태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더구나 피고인의 허위진술로 2차 가해까지 당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겪는 상태"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역시나 벌금형에 그쳤다.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을 하고 있다는 점,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주었고 동종 전과가 없다는 점 등이 너그러운 양형의 이유였다. 동네 주민을 성추행하고 불륜녀로 몰아간 결과는 벌금 600만원에 불과했다.

우리 형법은 강제추행 범죄를 저지른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98조).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은 단순 강제추행 행위에 감경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1년 이하의 징역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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