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2020~21시즌 종착지는 홈 인천. 극적인 '우승 착륙'이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1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 5차전(5전 3승제)에서 우리카드에 세트 스코어 3-1(24-26, 28-26, 27-25, 25-17) 역전승을 거뒀다. 챔프전에서 3승 2패를 거둔 대한항공은 창단 후 최초로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남자부에서 통합 우승팀이 나온 건 2013~14시즌 삼성화재 이후 7년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봄 배구'가 열리지 않은 2019~20시즌을 제외한 최근 5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모두 정규시즌 2~3위 팀이 차지했다.
대한항공도 이런 아픔을 겪어왔다. 2016~17시즌과 2018~19시즌 정규시즌에서 우승했지만, 챔프전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2010~11시즌까지 포함하면 세 차례나 마지막 관문에서 주저앉았다. 대한항공은 네 번째 도전 만에 통합 우승의 새 역사를 썼다.
그 과정은 극적이었다. 챔프전 1차전 0-3 셧아웃 패배 뒤 2차전 2시간 28분의 혈투 끝에 3-2(5세트 15-13)로 승리했다. 14일 열린 3차전에서는 0-3으로 또 완패했다. 이 경기에선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과 우리카드 알렉스 페헤이라가 1세트 종료 후 설전을 벌였다. 감독과 선수의 신경전이 벌어진 뒤 완패한 터라 그 충격은 더 컸다.
하지만 하루 만에 재정비한 대한항공은 15일 4차전에서 3-0으로 복수했다. 대한항공 선수단은 복통으로 빠진 알렉스를 언급하며 "상대가 베스트로 나오지 않아서 좀 화났다. 5차전에서는 알렉스가 나서길 바란다"라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대한항공은 5차전 1세트를 24-26으로 내줬으나 2세트와 3세트를 각각 듀스 접전 끝에 28-26, 27-25로 따내며 정상 등극에 이르렀다.
정규시즌에선 안드레스 비예나의 무릎 부상으로 대체 외인 요스바니가 뛰기까지 외국인 선수 없이 치른 13경기에서 9승 4패를 기록, 위기를 잘 넘겼다.
V리그 최고 세터 한선수는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이끌었다. 그는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뒤 '산을 다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지고 싶지 않았다"라고 했다. 정규시즌 국내 선수 득점 1위(632점)·성공률 전체 1위(55.43%)에 오른 정지석은 챔프전 1~5차전 모두 50%가 넘는 공격 성공률로 기복 없는 모습을 보였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31표 중 16표)에 선정된 그는 정규시즌 가장 강력한 MVP 후보이기도 하다. 곽승석은 살림꾼답게 공수에서 힘을 보탰다. 이번 시즌 대한항공에서 가장 성장한 임동혁은 4차전 라이트로 기용돼 18점을 올려 반전을 이끌었고, 5차전에서도 13점을 뽑았다.
V리그 첫 외국인 산틸리 감독은 대한항공에 창단 첫 통합 우승의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새 외국인 감독 선임에 무게를 두고 교체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산틸리 감독은 다른 리그로 떠날 전망이다. 통합 우승이라는 성과를 올렸지만, 그의 다혈질 성격이 재계약의 감점 요소로 작용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개인 세 번째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끝내 정상에 서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카드의 약체 이미지를 떨쳐냈다는 점에서 신영철 감독의 재계약은 유력하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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