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카우보이모자' 양현종 "오늘은 절반의 성공…커브 연마"

'승리의 카우보이모자' 양현종 "오늘은 절반의 성공…커브 연마"

연합뉴스 2021-05-06 14:06:29 신고

"체인지업은 한국에서도 주 무기…안경은 내 트레이드 마크"

텍사스 최고령 빅리그 선발 투수 데뷔전서 3⅓이닝 1실점 8K

카우보이모자 쓰고 화상 인터뷰하는 양현종 카우보이모자 쓰고 화상 인터뷰하는 양현종

(서울=연합뉴스) 텍사스 레인저스 한국인 투수 양현종이 6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방문 경기를 마치고,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 화상 인터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은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카우보이모자'를 설명하며 밝게 웃었다.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구단의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은 승리했을 때 수훈 선수를 정해 '카우보이모자'를 쓰게 한다.

6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방문 경기 후 카우보이모자의 주인공은 양현종이었다.

양현종은 이날 빅리그 입성 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해 3⅓이닝 동안 66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텍사스는 양현종의 호투에 힘입어 미네소타를 3-1로 눌렀다.

비로 인해 경기 시작이 30분 늦어지고, 기온도 섭씨 7도로 쌀쌀했지만, 양현종은 빅리그 첫 선발 등판의 부담감을 떨쳐내고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양현종은 만 33세 65일 만에 빅리그 선발 투수 데뷔전을 치러 텍사스 구단의 역대 이 부문 최고령 신기록을 작성했다.

안정된 KBO리그 생활을 뒤로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마침내 선발 등판까지 성공한 양현종에게 경기 지연과 쌀쌀한 날씨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역투하는 양현종 역투하는 양현종

(미니애폴리스 AP=연합뉴스) 텍사스 레인저스 한국인 투수 양현종이 6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경기 뒤 양현종은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인터뷰실에 등장해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했다.

그는 "오늘 감독님이 나를 수훈 선수로 추천했다. 귀중한 모자를 받았다"고 활짝 웃었다.

양현종은 "큰 무대에서 처음 선발 등판하니, 긴장하긴 했다. 그래도 1회에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으면서 여유를 찾았다"며 "공을 던질수록 나만의 볼 배합을 잘 사용했다. 많은 이닝을 던지지는 않았지만, 과정이 나쁘지 않았다"고 복기했다.

현지 취재진은 양현종의 주 무기인 체인지업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듣고 싶어했다.

양현종은 "체인지업은 한국에서도 자신 있게 던진 구종이다. 슬라이더는 실투도 자주 나와서 오늘은 체인지업을 편하게 던졌다"고 구종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겨울에 눈도 오는 곳이다. 오늘 기온은 KBO리그 시즌 초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라고 한국의 날씨를 소개했다.

양현종은 "목에 건 반지는 결혼반지다. 항상 지니고 다닌다. 안경은 한국에서부터 내 트레이드마크였다"며 "이곳에 와서는 텍사스의 상징인 파란색 안경테를 자주 쓴다"고 개인적인 사연도 전했다.

만족감으로 가득해도 좋을 날이지만, 양현종은 보완할 점을 먼저 떠올렸다.

그는 "감독님이 투구 수 제한을 계획한 건 몰랐다. 타자의 두 번째 타석부터 출루가 늘어난 건, 타자가 내 공을 잘 대처했기 때문"이라며 "경기 초반 볼 배합을 그대로 사용한 게 출루 허용의 이유인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4회에 체인지업이 공략당한 건) 포수 볼 배합 문제가 아닌 나의 제구 실수였다. 내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오늘 커브를 2개 던졌는데, 구종을 한 개 더 확실하게 던지면 타자 상대가 더 수월할 것이다"라며 "시간을 두고 커브를 연마해서 타자가 혼란스러워하는 투구를 할 생각이다"라고 커브 연마를 새로운 목표로 정했다.

화상 인터뷰하는 양현종 화상 인터뷰하는 양현종

(서울=연합뉴스) 텍사스 레인저스 한국인 투수 양현종이 6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방문 경기를 마치고,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 화상 인터뷰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양현종은 자신과 '한국인 좌완 트로이카'를 이룬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화두에 오르자, 몸을 낮췄다.

그는 "두 선수와 달리 나는 확실한 보직이 없다. 비슷한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류현진, 김광현과 함께 한국 팬에게 '메이저리그를 시청하는 즐거움'을 안기고 싶은 마음은 숨기지 않았다.

양현종은 "한국 팬들께서 즐겁게 야구를 보셨으면 좋겠다. 미국에서 70일 정도 생활했는데 벌써 한국 팬들이 그립다"며 "한국 선수라는 자부심을 안고 생활하고 있다. 한국에서 응원해주시면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응원을 부탁했다.

양현종은 "오늘 내 투구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다소 박한 점수를 주며 "마운드 위에서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너무 일찍 마운드를 내려와서 불펜진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라고 했다.

양현종은 첫 선발 등판에서 역투하며 자신의 팀 내 입지를 넓혔다. 나머지 절반을 채우고자, 자신에게 숙제도 줬다.

지구 반대편에서 메이저리그 소식에 귀기울이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즐거움이 더 늘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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