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빨래 널다 손님 마주할 판" 흰여울마을에 난립한 루프탑 카페

[르포] "빨래 널다 손님 마주할 판" 흰여울마을에 난립한 루프탑 카페

연합뉴스 2021-05-11 11:59:11 신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주택 속에 카페 개업 잇따라…주택 간 거리 30㎝ 불과

손놓은 영도구 "이행강제금 부과하지만 행정대집행 등 강제력 행사엔 한계"

루프탑 카페와 원주민이 사는 주택 지붕 사이 간격이 30㎝에 불과하다. 루프탑 카페와 원주민이 사는 주택 지붕 사이 간격이 30㎝에 불과하다.

[촬영 박성제]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아름다운 바다 풍경으로 인기를 끄는 부산 흰여울문화마을에 루프탑(옥상) 카페들이 대책 없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오후 부산 영도구에 있는 흰여울문화마을.

평일인데도 이곳은 마을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관광객 대부분은 마을 주요 거리나 골목 곳곳을 돌아다니다 이곳에 들어선 20여 개의 카페를 찾아 커피를 마시며 풍경을 즐겼다.

루프탑에서 커피 마시는 손님들 루프탑에서 커피 마시는 손님들

[촬영 박성제]

하지만 최근 불법 개축 등으로 옥상에서 영업하는 루프탑 카페가 늘면서 주민들이 사생활 침해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 곳 주택들은 채 1m도 되지 않는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다.

손님들이 카페 옥상에 있을 경우 옆집을 훤히 내려다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현재 건축 중인 3층 규모의 한 루프탑 카페와 주민이 사는 집 간 간격은 30㎝에 불과했다.

옥상에 올라가서 바로 옆을 보면 카페 옥상이 보이는데, 영업용 테이블과 의자 등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다.

35년간 이곳에서 살았다는 신모씨는 "관광객이 우리집 옥상을 마당처럼 쓰고 있었다"면서 "주로 텃밭을 일구거나 빨래를 너는 개인적인 공간인데 이 모든 것을 보호받지 못할 생각을 하니 괴롭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 갈 생각도 했지만, 경제적 형편과 먼저 떠나보낸 남편과의 추억이 눈에 밟혀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흰여울마을 루프탑 카페 흰여울마을 루프탑 카페

[촬영 박성제]

이미 고지대에 설치된 대형 카페에 올라가니 여러 집 곳곳이 한눈에 보였다.

해안 절벽 위에 형성된 마을 특성상 집들이 층층이 늘어선 계단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이 카페에서는 여러 집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구조다.

마을의 한 주민은 "여름에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은데 문조차 열기 어렵다"며 "처음에는 관광객들이 마을을 찾아 활기가 더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생활 권역을 점점 침해당하면서 이제는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더구나 루프탑 특성상 개방돼 있다 보니 소음 역시 걱정이다.

외벽 하나를 너머 대화 소리가 들리다 보니 마치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주민들은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기 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관할 영도구는 불법 개축으로 건축법을 위반한 주택의 경우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부여 등 절차에 따라 행정조치를 취하지만 강제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도구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을 나가 건축물 위반 건물을 적발하고, 면적 등을 고려해 해당 건축물 소유주에게 이행강제금을 내리는 등 조치한다"면서 "행정대집행 등 강제로 건물을 못 짓게 하는 등 조처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흰여울마을에 밀집한 주택 흰여울마을에 밀집한 주택

[촬영 박성제]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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