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파업… 그들이 파업하는 핵심 이유

택배노조 파업… 그들이 파업하는 핵심 이유

BBC News 코리아 2021-06-15 15:56:38 신고

택배 노조 파업이 15일 일주일째로 접어들었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조합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과로사 대책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예상 집회 참가 인원은 전체 조합원의 80%인 5000여 명이다.

택배업계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물류가 쌓여 정상 배송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택배 노동자들은 왜 파업을 선택한 것일까?

2차 사회적 합의... 택배노조의 요구는?

지난 9일 전면 파업에 들어간 전국택배노동조합의 핵심 요구 사항 중 하나는 '사회적 합의'의 이행이다.

택배노조와 택배사들은 지난 1월 '1차 사회적 합의문'을 도출했다.

합의 내용은 크게 7가지였다.

  • 택배 분류작업의 명확화
  • 택배 노동자 기본 작업 범위를 집하 배송으로 명확히 규정 및 분류전담인력 투입
  • 택배 기사의 주 최대 작업시간 60시간 및 심야배송 제한
  • 분류 인력 투입 등 구조 개선 위해 비용 부담
  • 택배비 택배 사업자에게 온전히 지급하는 등 거래구조 개선
  • 설 성수기에 택배종사자 보호
  • 갑질 방지 반영한 표준계약서 올해 상반기 마련

그러나 이후 구체적인 이행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특히 분류 전담인력 투입 규모와 시기, 분류 인력 투입비용 분담에 대한 세부 사항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택배노조는 분류 작업을 택배사가 책임질 것을 요구했지만, 택배사들은 '1년 유예'를 제안했다.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노조는 사회적 합의가 어겨졌다며 파업 수위를 높였다.

수수료 문제도 불거졌다. 우정사업본부가 택배 노동자들에게 분류 작업을 시키면서, 이에 맞는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이에 대해 수수료 체계는 이미 노조 측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했다며 노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임금 보전 문제도 제기됐다. 노조는 정부가 제시한 주 평균 60시간 아래로 근무 시간을 줄이면 택배 노동자의 수입이 크게 떨어진다며 임금 보전 대책을 요구했다.

이러한 문제들에 관한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이날 오후부터 이틀간 정부와 택배 노사가 참여하는 '2차 사회적 합의' 회의가 시작된다.

'목소리 내기 시작한 것'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BBC 코리아에 이번 파업의 핵심은 "택배 노동자들이 그동안 유지돼 온 과도한 육체노동과 미흡한 보수 체계에 집단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그동안 상차, 하차, 운송 업무에 분류 업무까지 더해져 과로사 등 여러 위험에 노출됐다.

올해에만 택배 노동자 5명이 과로사했으며, 지난 13일에도 한 택배 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택배과로사대책위원회는 "의식을 잃은 임 씨가 오전 7시까지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등 주당 최대 90시간의 격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과로사 인정 기준을 '직전 3개월 주 60시간 이상 노동' 또는 '직전 1개월 주 64시간 이상 노동'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작년에도 10명이 넘는 택배 노동자가 숨졌다.

권 교수는 이번 교섭을 통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점이 도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택배기사 과로사의 원인으로 ‘분류작업’ 문제도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없다.

근로기준법

현재 택배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택배사나 대리점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택배사 대리점과 '택배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현행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로 분류돼 있다.

이 때문에 택배 노동자들은 '근로자'보다는 '개인사업자 혹은 자영업자'에 가까운 대우를 받고 있다.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주 52시간의 노동시간, 12시간 노동에 12분 휴게시간, 최저임금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

권 교수는 다만 택배 노동자가 최근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로 인정이 된 덕에 근로시간 규제와 같은 사안에서 원청에 해당하는 택배사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금과 같이 갈등을 빚고 있는 택배사와 직접 대화를 통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가장 실효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근로기준법 개정도 논의를 시작하면 좋지만, 이는 최저임금 등 제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에 용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장시간 노동 대안, 실업문제 해결에도 중요'

장시간 노동에 대한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특히 권 교수는 한국이 OECD 기준 최장시간 노동 국가인 것은 명확하며, 과로사 문제 이외의 경제적 모순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근로 시간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에 일이 지나치게 많으면서 동시에 실업자가 많은 모순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노동자가 자발적 자기착취 등 상황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그는 "개인으로서는 국가가 왜 개인의 노동시간을 규제하느냐고 말할 수 있지만, 과도한 노동이 다른 이의 일할 기회를 막고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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