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농축된 9개의 트랙이 연이어 나오다보니, 마치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쉴 새 없이 나오는 영화 ‘본 아이덴티티’를 보는 것 같았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김봄소리는 “쉬어갈 곡이 없어서 앨범을 다 들을 때까지 화장실도 못 갔다고 하더라”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간담회 내내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김봄소리가 가장 환하게 웃던 순간이었다.
제62회 ARD 국제 음악 콩쿠르 수상자인 김봄소리는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하노버 요아힘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제15회 비에냐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등에서 상을 거머쥐며 입지를 다져왔다.
그는 최근 ‘노란 딱지’로 유명한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솔로 데뷔 앨범 ‘Violin on Stage’를 발매했다. ‘카르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등의 오페라 작품부터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파드되’, 글루크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중 ‘정령들의 춤’ 등의 춤곡까지 화려한 무대 위의 음악들이 김봄소리의 탐미적인 바이올린 선율로 연주되는 음반이다. 김봄소리는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바이올린의 목소리로 노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봄소리는 신보 발매를 기념해 22일 경기아트센터, 23일 대구 웃는얼굴아트센터, 25일 안성맞춤아트홀,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리사이틀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으로 시작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뇌에 찬 베토벤이 아닌, 김봄소리를 꼭닮은 화사한 생기를 가진 30대 청년 베토벤의 활력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이어 시마놉스키, 생상스, 비에냐프스키의 곡을 그만의 색깔로 연주한다.
김봄소리는 “같은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질 수 있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며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나만의 색깔”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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