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화재... 안전불감증에 눈 감은 법원이 인재(人災)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쿠팡 물류센터 화재... 안전불감증에 눈 감은 법원이 인재(人災)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로톡뉴스 2021-06-21 17:31:38 신고

이슈
로톡뉴스 강선민 기자
mean@lawtalknews.co.kr
2021년 6월 21일 17시 31분 작성
축구장 6개 규모 물류센터 태운 대형화재
소방 당국 관계자 "스프링클러 8분간 작동 안 했다"
이번에도 안전불감증 인재(人災)? 관련자 엄중 처벌 가능할까 봤더니 '글쎄'
경기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4일차. 경기도 소방 당국 관계자는 "8분간 스프링클러 작동이 지체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화재 역시 인재(人災)였던 셈이다. /연합뉴스⋅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경기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가 화마(火魔)에 속수무책으로 주저 앉았다. 지난 17일 오전 5시쯤 처음 발생한 화재는 4일이 꼬박 지난 21일 현재까지도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지상 4층, 지하 2층짜리 물류센터 1개 동이 통째로 유실됐다. 연면적만 12만 7000㎡(약 3만 9000평) 규모로, 축구장 6개 크기에 달한다. 특히 해당 물류센터에는 불에 타기 쉬운 물품이 1만 톤 가까이 쌓여 있어, 자칫하면 언제든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돼왔다.

소방 당국 "스프링클러 꺼둔 것 같다" 지적⋯유사 판례 찾아보니 관련자 엄중 처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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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지난 20일 경기도 소방 당국 관계자가 "8분간 스프링클러 작동이 지체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언급하면서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오작동으로 인식하고 스프링클러를 꺼뒀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 했는지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임의로 조작한 흔적이 나올 경우 관련자를 처벌할 방침이라고도 전했다.

앞서 다른 대형화재 사건에서도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시설을 임의로 조작했다가 사태를 키운 경우가 존재했다. 관련자들도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렇다면 이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고, 잘못을 반성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화재 사고에 연루된 관계자 대부분은 집행유예에 그쳤다. 심지어 인명 사고도 있었지만, 책임자조차 징역형을 피했다.

2019년 대구 목욕탕 화재, 87명 사상자 나왔지만 실형은 단 1명
지난 2019년, 대구 중구의 한 주상복합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3층 목욕탕 쪽에서 발생한 불이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3명이 사망하고 84명이 상해를 입었다.

사고 당시 이 건물에선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 건물 시설관리인이 화재경보기를 차단해뒀기 때문이다. 화재경보기가 노후화 돼 오작동이 잦아지면서 입주상인과 손님들이 불만을 토로 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시설관리인으로서 소방시설 오작동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경보음을 아예 차단하는 방법을 택했다.

결국 화재사실이 목욕탕 손님들에게 바로 알려지지 못하면서 인명피해를 키웠다. 게다가 문제의 관리인은 화재경보기를 꺼둔 게 밝혀질까 두려워 추후 CC(폐쇄회로)TV 증거를 인멸하기까지 했다.

이 사고로 목욕탕 업주를 비롯해 총 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소방시설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였다. 하지만 이 중에 실형이 확정된 건 목욕탕 업주 한 사람 뿐이었다. 그마저도 징역형이 아닌 금고형이었고, 1심(금고 2년 6월) 형량이 2심(금고 2년)에서 감형됐다.

화재경보기를 끄고 CCTV 증거도 인멸한 관리인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 났다. 항소심을 맡은 대구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강경호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과실로 화재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87명이 사상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꾸짖었다. 그런데도 관리인에게 금고 1년 6월 실형을 선고 했던 원심을 깨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해자들과 합의했다는 것이 선처의 근거였다.

2018년 인천 남동공단 전자업체 화재, 14명 사상에도 관계자 상당수 집행유예
지난 2018년에는 인천의 남동공단에서 불이나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상해를 입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 역시 화재감지기를 고의로 꺼둬서 화를 키운 '인재'였다.

화재가 난 공단 내 업체는 건물 내 누수와 결로로 고질적인 문제를 겪고 있었다. 이로 인해 화재감지기가 오작동한 횟수만 2년 7개월간 92회에 달했다. 하지만 업체 대표는 "돈이 없다"며 문제를 방치했다. 재정적 이유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공장 설비관리팀 인력도 축소했다.

소방안전관리 직무를 맡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화재감지기 작동이 안 되도록 조치했다. 화재가 나면 119로 자동 신고가 들어가도록 하는 속보기도 있었지만, 연결선을 빼둔 채였다. 화재 대피에 사용해야 할 완강기 앞에는 물건을 쌓아놨다. 소방시설관리 업체에 대해서도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소방시설관리 업체도 형식적인 점검만 반복했다. 소방시설 현황은 살펴보지 않고 말 그대로 서류만 꾸몄다. 화재가 난 공장은 연면적이 1만 6000㎡(약 4800평)에 달했지만, 이 업체는 단 2시간 만에 종합 정밀점검을 끝냈다고 보고했다.

경비원은 아예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끄라"는 인수인계를 받은 상태였다. 사고가 나던 날에도 화재경보음이 울리자 반사적으로 5개 버튼을 순차적으로 누르며 경보음을 차단하기에 급급했다.

안전불감증으로 똘똘 뭉쳐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만 총 10명. 하지만 이 사건 역시 엄벌은 없었다. 업체 대표를 포함해 책임자 등 6명은 집행유예였다.

가장 높은 형을 받은 사람은 허위로 소방 점검을 했던 소방관리업체 대표였다. 인천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인규 부장판사)는 이 대표에게 금고 2년 6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화재경보기를 직접 끈 경비원이나 소방시설을 방치한 관계자 등은 금고 1년 4월~1년 8월 사이 형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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