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민에게 물었다.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를 이긴 올림픽'이 될 수 있을까?

도쿄 시민에게 물었다.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를 이긴 올림픽'이 될 수 있을까?

에스콰이어 2021-07-24 16:00:00 신고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를 이긴 올림픽’이 될 수 있을까?


“시국이 이런데 진짜 올림픽 하는 거예요?”

원래도 한국의 지인들로부터 일본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저 질문이 가장 압도적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의문이다. 일본인들도 서로 같은 질문을 주고받고 있으니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 도쿄에서만 896명을 기록한 7월 8일, 무려 네 번째 긴급사태가 발령됐다. 아울러 경기 대부분은 무관중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7월 13일 현재까지 ‘개최’가 기본 노선이라지만, 보름 후의 상황을 전망하기 힘든 것은 분명하다. 2020 도쿄 올림픽은 57년 만에 일본의 수도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전 세계인의 행사, 국위선양의 자리가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도쿄 어디에서도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다. 보통 이 정도 시기가 되면 ‘힘내자, 일본’류의 협찬 광고가 흘러넘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도, 신문을 읽어도, 방송을 봐도 ‘파이팅’스러운 광고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매일 뉴스에는 올림픽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보도되고 있으나 대부분 코로나19와 관련된 것이라 축제 무드와는 거리가 멀다. 백화점 밀집 지역인 니혼바시에는 7월 들어 만국기와 커다란 금메달 모양 오브제가 등장했지만, 오가는 사람이 너무 적은 탓에 슬퍼 보일 지경이다.

이런 상황이니 당연히 올림픽 개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유명 변호사 우쓰노미야 겐지 씨가 지난 5월 시작한 ‘올림픽 취소 요구’ 온라인 서명은 42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아사히 신문〉이 6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취소나 재연기를 주장하는 의견이 60%를 웃돌았고, 7월 13일에 공개된 〈요미우리 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도쿄 도민의 50%가 올림픽 취소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면 무관중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28%에 달했다. 여기서 친애하는 한국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또 하나의 질문을 공개한다.

“불만이 많은데 왜 아무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거야?”

아마 ‘시위’를 염두에 둔 질문일 것이다. 사실 시위는 매주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개막을 한 달 앞둔 지난 6월 23일에 진행된 올림픽 취소 시위는 주최자 발표에 따르면 참가자가 1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그 이상 규모의 집회는 열리기 힘든 상황이다. 팬데믹과 장마의 영향이 크지만, 시위를 위해 모일 만한 자리가 없다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국립 경기장 앞이나 선수촌 같은 상징적인 장소는 이미 5m가 넘는 철망에 둘러싸여 있어 가까이 가기도 어려운 상태다. 긴급사태가 선포된 다음 날인 7월 9일 밤, 선수촌에서 1.5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빌딩 앞에서 올림픽 반대 시위가 열리긴 했다. 이 빌딩에는 일본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입거해 있다. 거센 비가 내리는 가운데, ‘올림픽보다 시민 생활이 먼저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장은 돌아가라”고 외치는 참가자 수는 겨우 30여 명에 불과했다. 마스크를 쓴 회사원들이 그들의 옆을 스쳐갔고, 시위대보다 많은 경찰관과 경비원들이 그들을 둘러싼 채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친절하게(?) 퇴근하는 사람들에게 확성기로 안내했다. 발을 멈추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참가자의 대부분은 흰머리의 고령층이었으나, 유난히 젊은 사람이 있어 말을 건넸다. 대학원생인 다자와 마이(23) 씨였다. “아르바이트 중인 음식점이 코로나19로 인해 휴업 상태예요. 책도 못 사고, 한때는 점심도 먹지 못할 정도였어요.” 원한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이렇게 시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올림픽이라뇨? 일본에서는 시위하는 사람들을 과격파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고, 주요 신문사도 올림픽 공식 파트너이기 때문에 이런 시위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죠. 하지만 젊은 사람들도 분노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여기에 오게 됐어요.”

다자와 씨처럼 분노를 표출하는 소수의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도쿄 도민에게 올림픽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무력감’에 가까운 대답이 돌아온다. 도쿄의 한 상가에서 10여 평짜리 작은 술집을 운영 중인 스미 코지(46) 씨는 이렇게 말했다. “위에서 하겠다고 하면, 결국 하겠죠. 제가 뭐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겠어요?” 스미 씨는 마치 자기 자신을 설득하듯이 “개최가 이미 결정됐으니까”라고 되풀이해 말했다. 스미 씨의 가게는 올해 들어 밤에 영업한 날이 일주일도 안 된다. 지난 1월 8일부터 시작된 두 번째 긴급사태부터 음식점 영업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제한한 탓이다. 애초 8시에 가게 문을 열고 새벽까지 운영하는 ‘심야 식당’이었던 스미 씨의 술집은 장사를 못 하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지난 4월부터는 주류 판매도 불가능해졌다. 점심 영업을 시작했으나, 판매액은 팬데믹 전 매출의 10%에도 못 미친다. 이런 조치는 강제가 아닌 ‘요청’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경우 정부로부터 하루 3만~4만 엔의 ‘협력금’을 받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스미 씨가 걱정하는 건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이다.


“코로나19가 끝난 후에 떠난 손님들이 돌아온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체념 상태의 스미 씨지만,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접한 뉴스에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경기장에서 주류 판매를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왜 우리는 못 하고 경기장 안에서는 가능한 거죠?” 한국식 표현대로 하자면, ‘내로남불’인 셈이다. “코로나19 방역 대책이라고 하길래 마지못해 가게 문을 닫았던 건데, 경기장 안에서는 감염이 안 되기라도 하나요?” 말도 안 되는 규칙이 생긴 이유는 단순했다. 공식 파트너사인 맥주 회사의 요청이었던 것이다. 쏟아지는 비판에 그 계획은 철회되었지만 스미 씨의 답답함은 여전하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전 33만여 명이 모였던 일본 최대 규모의 록 페스티벌도 취소됐고, 전국 학교의 체육대회와 수학여행은 잇따라 취소됐다. 그러나 올림픽은 개최한다. 식당은 오후 8시까지인데 올림픽 기간에는 막차 시간이 연장된다.

“왜 올림픽만 되는 겁니까?”

긴급사태를 발령한 8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꺼낸 질문이다.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스가 총리는 명백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대체로 불만을 숨기는 편에 가까웠던 도쿄 도민들 사이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7월 4일에는 도쿄 도의회 선거가 있었다. 유관중 올림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국정 여당 자민당과 공명당은 예상과 달리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는 참패를 겪었다. 8일 시행된 네 번째 긴급사태 이후로는 정부의 요청을 거부하고 술을 판매하는 음식점도 늘어났다. 정부는 요청을 거부하는 식당 등에 금융기관을 통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했으나, 비판이 쏟아지자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다.

정부가 백신 공급 부족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이런 분노의 불씨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정부가 추진한 대규모 접종은 현재 신규 예약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접종 연기론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담당 장관이 이미 지난 5월 초부터 백신 공급 부족을 예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올림픽 개최에 대한 우려 여론이 커질까 봐 일부러 정보를 은폐하고, 국민에게 어떤 설명도 하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무관중 경기를 확정한 이번 도쿄 올림픽은 스가 총리가 애초부터 강조한 ‘코로나19를 이겨낸 증거’가 못 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방역 대책의 실패, 연기까지 하면서 고집해온 올림픽을 위한 편법과 부실한 대책이 겹겹이 쌓인 결과물일 뿐이다.

‘준비를 잘 하고, 질서를 잘 지키는 일본’이라는 과거의 장점이 속속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일상이 되어버린 긴급사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 그 가운데 일본은 올림픽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후 일본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앞날을 예상할 수 없는 가운데,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Who's the writer?
요시노 다이치로는 1997년 〈아사히 신문〉에 입사한 뒤 국제부와 사회부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아사히신문사에서 책과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인터넷 매체 〈Kosho-Kojitsu〉(好書好日)의 기자 겸 편집자다.


EDITOR 김현유 Illustrator 이은호 WRITER YOSHINO TAICHIRO DIGITAL DESIGNER 김희진

Copyright ⓒ 에스콰이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