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달라지면 아이들이 달라진다

집이 달라지면 아이들이 달라진다

베이비뉴스 2021-10-12 08:54:00 신고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7월 서울시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 중인 이경선 서울시의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7월 서울시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 중인 이경선 서울시의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지난 9월 허리케인 아이다가 휩쓸고 간 뉴욕, 시간당 800mm가 넘는 폭우에 퀸스와 브루클린의 아파트 지하에서 살던 13명이 사망했다. 그 중에는 두 살짜리 아이도 있었다. 지난 201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도 반지하가 등장한다. 폭우가 쏟아지면 집이 침수되고, 햇빛이 들지 않아 습기와 곰팡이에의 노출이 일상적인 열악한 반지하, 와이파이조차 쓰기 어려운 기택(송강호 분)의 집이다.

2018년 기준 전국의 반지하 가구는 36만 가구가 넘는다. 이중 22만 8467가구(약 62%)가 서울에 있다. 서울에서 반지하(지하 포함) 주택에 사는 가구의 한 달 평균 소득이 219만 원으로,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 소득의 4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반지하 10가구 중 9가구는 전·월세로 세들어 사는 세입자이다. 반지하와 함께 ‘지·옥·고’로 묶이는 옥탑방과 고시원도 있다. 전국에 지·옥·고를 포함해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주거빈곤가구는 228만 여 가구에 이르는데,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에서 자라는 아동만 78만 명이다. 서울시의 2020년 ‘아동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전체 만 18세 미만의 아동가구는 83만 6696가구인데 이 중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거나 지하·옥탑에 거주하는 아동 주거빈곤가구는 12만 6058가구(15%)에 이른다.

“반지하 냄새야. 이 집을 나가야 냄새가 빠져” 옷을 차려 입고, 출신을 속여도 가난은 냄새로 남는다는 영화 '기생충' 속 기정(박소담 분)의 말은 슬프다. 지난 7월, 서울시의회 주최로 열린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임세희 서울사이버대 교수는 “집 안에서 나는 곰팡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페브리즈 같은 탈취제를 사용하는 주거빈곤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서울시 주거빈곤 아동 4명 중 3명은 친구를 집에 데리고 와 놀아본 적이 없다(74.3%).

“이사 가면 친구도 초청하고, 생일파티도 하겠다고 아이가 좋아하죠.”, “이사하고 나서 집들이를 아마 세 번은 한 것 같아요. 밝아진 모습을 보며 엄마로서 매우 만족해요.”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송아영 교수의 「아동주거빈곤가구 매입임대주택 이주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 인터뷰에 참여했던 보호자들은 매입임대주택 이주 후 가장 큰 변화로 아이들이 밝아지고 또래관계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이사를 하고 나서 아토피 피부염과 호흡기 질환이 개선되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기 시작했고, 귀가 시간이 빨라졌으며, 우울감은 낮아지고 삶의 만족도는 높아졌다. 무엇보다 집을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2019년 9월 「아동 주거빈곤가구 주거지원 등 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 서울주택도시공사를 통해 전국 최초로 「아동 주거빈곤가구 매입임대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또한 서울시의회는 아동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서울특별시 아동 주거빈곤 해소를 위한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아동 주거빈곤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하여 1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서 기존 운영 중인 주택바우처 사업 내에 아동 주택바우처도 신설했다. 아동의 주거복지를 담보하기 위한 의미 있는 디딤돌들이 놓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동의 주거문제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은 다른 사회구성원의 주거문제에 비해 아직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우리는 흙수저, 금수저를 운운하며 아동의 주거문제를 부모의 책임만으로 돌리고 있는지 모른다. 아동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준비이자 어른들의 당연한 책무이다. 국제사회에서 공감하고 추구하는 보편적 과제인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우리의 아이들이 물이 새는 천장, 벌레가 들어오는 벽의 틈새, 난방이 되지 않는 비좁고 열악한 한 칸 방에 그 가능성과 꿈을 가두어두지 않도록 아동 주거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더욱 확대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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