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잔인함에 희생된 군견의 삶

전쟁의 잔인함에 희생된 군견의 삶

플래닛타임즈 2022-02-20 20:01:00 신고

▲ Photo by Altino Dantas on Unsplash

기사 요약

1. 위험에 가장 노출되어 있는 군견은 국내에서 1,3000여 명이 복무 중일 정도로 다른 특수목적견에 비해 규모도 상당하다.

2. 군견들은 누구보다 위험에 노출되어 최전선에 나서도록 내몰린 후, 훈장으로 위로받는다.

3. 군견을 영웅으로 취급하며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현재와 달리 과거에는 군견의 목숨에 대한 한치의 존중 없이 무기의 일부로 다루어졌다.

4. 태어나자마자 훈련을 받기 시작해 늙어 쓸모가 다할 때까지(은퇴할 때까지) 갇혀 지내는 군견들은 자유를 얼마나 갈망했을지 감히 떠올려본다.


 

공항 수화물에서 숨겨진 마약과 폭발물을 찾아내는 탐지견, 범죄 현장에서 범인을 추적하고 피해자를 수색하는 경찰견, 소방관과 함께 각종 구조 작업에 참여하는 인명구조견, 시각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하는 시각장애인 안내견까지. 개는 인간의 안전한 삶을 위해 수많은 현장에서 중대한 역할을 떠맡고 있다. 그중에서도 위험에 가장 노출되어 있는 군견은 다른 특수목적견에 비해 규모도 상당하다. ‘네 발의 전우’로 불린다는 군견은 1,300여 명*이 국내에서 복무 중이다.

 

* ‘마리’는 ‘짐승이나 물고기, 벌레 따위를 세는 단위’이다. 비인간 동물에게만 쓰는 용어가 종 차별적이기에 인간의 수를 셀 때 붙이는 단위 ‘명’을 사용하였다.

 

매년 춘천 군견훈련소에서 태어나는 130여 명 중 오직 30%만이 엄격한 관리와 훈련을 거쳐 군견으로 선발된다. 이들은 8살 정도에 은퇴하기 전까지 훈련소에서 365일 쉬는 날 없이 훈련을 받는다. 군견의 역할은 크게 탐지, 수색, 추적, 경계로 나누어진다. 대테러부대나 경찰특공대에서 폭발물과 함정을 찾기 위해 투입되거나, 작전지역에서 적의 침입과 흔적을 추적하는 등 군 임무의 모든 작전에서 전방에 배치된다.

 

군견은 군인이 수행하기에 어렵고 위험한 임무를 주로 맡는다. 1990년 제4땅굴 수색 당시 투입된 군견 헌트는 뒤를 따르는 군인들을 대신하여 지뢰를 밟고 숨졌다. 이에 헌트는 공을 인정받아 훈장을 수여받았다. 1996년 강릉 무장 공비 침투사건 때는 군견 노도가 먼저 저격당해 숨졌다. 2007년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부대에서 폭발물 탐지를 수행하던 군견 모나드 또한 임무 수행 중 전사하였다. 이처럼 군견들은 누구보다 위험에 노출되어 최전선에 나서도록 내몰린 후, 훈장으로 위로받는다.

 

대치 상황이 잦은 해외에서는 군견이 더욱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다. 영국의 군견 쿠노는 이슬람 테러단체에 대한 습격 작전에 참여하던 중 총탄을 맞아 결국 뒷다리를 절단하게 되었다. 미군 또힌 이슬람국가(IS)의 수괴를 제거하기 위한 작전에 군견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왔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과 2019년 알 바그다디 사살 작전에 각각 군견 카이로와 코넌이 앞장섰다. 위험한 작전으로 부상까지 입게 된 군견들은 그 대가로 영웅이라는 칭호와 표창을 수여받았다.

 

현대에 군견의 존재는 전쟁의 잔인함을 미화하고 전쟁을 선전하기 위한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다. 군견을 영웅으로 취급하며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현재와 달리 과거에는 군견의 목숨에 대한 한치의 존중 없이 무기의 일부로 다루어졌다. 군견이 전쟁에 동원된 것은 기원전 2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아시리아 유적 벽화에서 무장한 병정과 함께 그려진 군견이 발견된 것이다. 로마제국 시기부터는 군견의 대규모 사육이 시작되었다.

 

인류 역사상 크고 작았던 모든 전쟁에는 군견의 희생이 뒷받침되어 있었다. 특히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소련,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에서 군견을 잔인하게 이용했다. 총탄이 오가는 참호 속에서 군견은 탄약과 기관총을 운반해야 했다. 심지어 군견을 자살폭탄 테러범으로 훈련시키기도 했다. 이를 위해 탱크 밑에 음식을 두고 군견을 굶겼다. 이후 군견에게 폭발물을 실게 하여 전쟁터에 풀어놓고 탱크 아래에 들어갔을 때 폭발물을 터뜨리는 방식이었다.

 

전쟁은 오로지 인간들이 자초한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들 간의 잔인한 전쟁 속 군견들은 무기이자 방패막이로써 무참하게 죽어나갔다. 우리는 그들을 이제 와서 영웅이라 부를 자격이 있을까. 그들의 희생을 기린다면서 훈장을 쥐어주고 전쟁을 겨우 정당화시킬 뿐이었다.

 

군견의 은퇴 이후의 삶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혹독한 훈련과 위험한 임무 수행으로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러한 이유로 군견은 은퇴한 후 안락사당하거나 실험실로 보내졌다. 다행히 2015년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가정 입양을 보내기 시작했지만, 일상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군견들에게 입양 기회는 잘 주어지지 않고 있다.

 

2014년 예비 군견 달관이는 군견훈련소로 이동하던 중 탈영했다. 이중 철망까지 뚫으며 탈출을 감행했지만 하루 만에 주민들의 신고로 붙잡혀왔다.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작전 지원에 투입된 군견 한 명이 부대를 이탈했다. 해당 군견도 주민의 신고로 탈영한 지 10시간 만에 잡혀 들어왔다. 이들이 탈영을 결심하고 이행하기까지 어떤 마음이었을지 감히 떠올려본다. 태어나자마자 훈련을 받기 시작해 늙어 쓸모가 다할 때까지(은퇴할 때까지) 갇혀 지내는 군견들은 자유를 얼마나 갈망했을까. 전쟁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요즘, 군견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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