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두 개의 산이 있다.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한라산과 나머지 하나는 산방산이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위치한 산방산은 해발 200m에 산방굴을 품은 천연기념물 제376호이다. 100여 평쯤 되는 동굴 안에 부처를 모시고 있어 산방굴사라고도 불린다. 제주 남쪽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홀로 우뚝 서있는 산방산을 볼 수 있는데 그 경관이 아름다워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다. 요즘은 산 주변으로 카페도 많이 생겨 제주 여행 필수 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산방산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두 가지 있는데 한 가지는 옛 날에 한 사냥꾼이 한라산에서 사냥을 하다 아무것도 잡지 못해 심술이 나 허공을 향해 화살을 쐈다고 한다. 근데 그 화살이 옥황상제의 엉덩이에 맞아 화가 난 옥황상제가 옆에 있는 한라산 꼭대기를 뽑아 던진 것이 바로 산방산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두 번째 전설은 산방굴사 천장 암반에서 맑은 물방울이 떨어지는데 그 물방울은 인간 세상에 시달려 바위가 된 산방덕이의 눈물이라 전해지고 있다. 또 이물은 예로부터 영험하다 하여 소원을 들어준다고 알려져 있다.
산방산에는 광명사, 보문사, 산방사, 산방굴사 등이 있는데 부처님의 날을 맞아 절을 찾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산방굴사를 올라가기 전 보이는 보문사를 찾았다. 산방굴사는 별도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보문사는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보문사는 1964년 창건한 곳으로 대웅전과 삼성각, 범종각 등이 있고 다양한 보살상과 탑들을 볼 수 있다.
대웅전 앞에 보이는 용두관세음보살은 불교에서 중생의 모든 병을 고쳐주는 부처를 말한다. 왼쪽에 들려있는 병은 감로수 약병으로 이 약병의 감로수는 중생의 모든 번뇌를 씻겨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 옆에는 5층 금강 사리탑이 자리 잡고 있다. 각 불상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어 종교를 떠나 보는 재미가 있었다.
보문사는 새해가 시작되면 소원을 빌러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절 곳곳에서 이루고 싶은 소원과 성취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때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은 아마도 다들 같지 않을까 싶다.
산방산 저 멀리서도 눈에 띄는 불상은 약사유리광여래부처님이다. 이곳에서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하면 소원을 성취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문사는 지리적으로 높은 곳에 위치해있어 이곳에서는 사계 앞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용머리해안과, 사계리 포구, 형제섬, 마라도, 가파도 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장관은 한 번 보면 잊을 수가 없다. 이 절경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나도 잠시 풍경에 취해 시간을 보냈다.
내려오는 길에 소원을 이뤄주는 종이 있어서 나도 쳐봤다. 종소리가 사계 해안까지 울려 퍼지는데 그 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산방산에서 좀 더 내려오다 보면 용머리 해안이 위치해 있다. 용머리 해안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 수천 만년의 긴 시간 동안 쌓인 사암층 암벽이 파도에 깎이고 깎여 기이한 형태의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다. 용머리 해안은 반려동물과 드론 반입이 금지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라면 산방산, 용머리 해안과 함께 바이킹, 범퍼카 등 놀이기구가 있는 산방산 랜드를 들러봐도 좋다. 산 아래에는 문어삼합, 갈치조림 등의 별미도 맛볼 수 있으니 너무 더워지기 전에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Copyright ⓒ 스마트라이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