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간판과 본질

[데스크칼럼] 간판과 본질

소비자경제신문 2022-05-24 13:32: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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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자유의 가치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자유시장경제 체제인 것은 온 국민의 상식이 됐으나 과거 정권의 잘못을 탓하고 보수주의의 기치를 내걸기 위해 선택한 ‘정치적 수사’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례적이라 할 만한 수치이다.

최근의 시민사회의 분열적 양상을 감안한다면 ‘통합’과 ‘자유’를 잘 섞어 새 정부의 포부를 밝혀 원론적 취임사에서 무리가 없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자유에 방점을 찍은 윤 정부의 이후 행보는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새 정부의 자유는 규제를 ‘완화’ 내지 ‘철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을 살리고 그것이 나라의 번영을 위한 길임을 천명한 만큼 ‘자유의 고속도로’는 멈추지 않을 듯 보인다. 역시나 고속 질주가 시작됐지만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넘쳐난다. 부동산, 미디어, 플랫폼 등 경제 전반에서 ‘자율 규제’의 걱정에서 기인한 견제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자유방임의 폐해를 걱정하는 데서 규제는 태동했다. 일종의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서다. 그러나 벌써 규제 완화 속도론이 슬그머니 나온다. 부작용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은 수많았던 규제 완화가 과연 무엇을 위한 선언이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국민 앞에서 다짐했던 약속들이 ‘실제로 정치를 해보니 지키기 힘들더라’ 하면서 용두사미 되는 형국이 펼쳐지는 것이다.

과연 자유와 규제는 배치되는 가치일까. 과거를 비롯해 현재에도 여러 경제 석학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유와 시장 규제에 대한 가설과 논리를 내세워 정부의 국정 철학에 개입해 왔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야심차게 출발했던 각종 경제 정책은 예측 불가능한 대외 변수에 실패와 성공을 거듭했으며 학술적 경제 사조와 관념, 전망과 분석은 시장에서 참패를 면하기 일쑤였다.

새삼 자유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할 필요는 없다. 마치 이제까지 우리에게 자유가 없었던 것처럼 말하는 것도 부질없는 수사적 표현의 낭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와 규제’를 상반된 개념으로 잡는 프레임을 탈피하는 것이다. 굳이 모두 필요한 부분을 정치적 해석을 동원해 어느 하나가 시장 번영의 전제조건처럼 말하는 것은 또 다른 분열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선의를 동원해서라도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가 ‘기업의 자유’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개인의 불가결한 자유, 시장에 꼭 필요한 자유, 사라지지 않은 적폐로부터의 자유 등을 말한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만약 그렇다면 새 정부는 균형을 갖춘 자유와 규제를 시장에 적용하면 된다. 개인이자 소비자인 국민은 이미 오래 전 충분히 각성된 상태로 자신들의 경제 활동에 적용할 것이다. 이것은 교과서적 수준의 이해에서 출발하는 경제 논리이다. 자유를 계속해서 말하고 행동강령으로 만든다고 언제나 있었던 자유가 새롭게 재탄생하는 것이 아니듯이 규제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의 여유를 갖고 자유와 규제 사이에서 시장이 가야 할 길을 정부가 조율하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소비자의 몫이고 기업의 몫이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다. 자유와 규제, 그 어디쯤에 소비자가 있다고 보지 말고 그 모든 가치가 소비자이자 개인, 국민 그 자체를 위한 것임을 잊지 않으면 불필요한 말의 향연은 줄어들 수 있다.

선언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행동에서 보여주면 된다. 쉽지 않겠지만 원론적 가치와 현실적 괴리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하고 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 우리 모두 잘 살기 위한 정책은 어느 한 가치에 무게중심을 두고서는 절대 그 역할을 하기 어렵다. 저울이 시장에서 잣대의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영점부터 맞춰야 한다. 소비자와 기업이 피해보지 않도록 말의 무게 추를 맞출 시간이다.

소비자경제신문 노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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