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의 취미와 취향을 지닌 것은 물론 브랜드 전략가로서 컨설팅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남편 바우테르 캐슬린과 아내 흐레이티어 드묄레나에르 부부. 집 안 곳곳에는 열정적인 디자인&아트 컬렉터인 바우테르가 모은 그림과 가구, 조각 작품이 조화롭게 놓여 있다.
시크한 블루와 그레이 컬러의 조합에 우드 터치가 들어간 스페이스 코펜하겐 디자인 스튜디오의 플라이 소파, 노구치 커피 테이블 그리고 임스 스툴의 조합이 따뜻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거실. 창가 벽면에는 벨기에 화가 이브 펠터르(Yves Velter) 작품이 걸려 있다.
“저는 과감한 편이고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일에 도전하는 성격이에요. 무엇이든 기존과 다르게 하는 것을 즐기죠.” 벨기에 중세 도시 브뤼허 중심에서 차로 10분여 떨어진 곳에 사는 바우테르 카슬린(Wouter Casteleyn)은 지난 50여 년의 인생을 통틀어 행복과 희열이 없는 순간을 살아본 적 없는 에너제틱한 인물이다.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그는 10년간 패션 바이어로 일한 후 아내 흐레이티어 드묄레나에르(Greetje Demuelenaere)와 함께 마케팅 대행사(Comma, Brand Strategists)를 설립해 성공을 거뒀고, 현재는 맥주 양조 사업을 시작했다. “20년 만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한국에서도 반응이 올 만큼 상황이 좋습니다. 일이 잘 진행되면 조만간 제 맥주를 한국에서도 마실 수 있을 거예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와 고품질의 맥주를 자랑하는 벨기에에서 맥주를 제조해 판다는 건 쉽지 않은 일. 하지만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과감한 성격의 바우테르는 벨기에 맥주에 향신료를 더해 전에 없던 풍미, 전형적이지 않은 보틀 디자인을 내세우며 기존 카테고리를 벗어난 맥주를 만들었고, 지난 2020년 ‘세계 맥주 어워즈(World Beer Awards)’에서 페일 비어 앰버(Pale Beer Amber) 부문에서 동메달을 수상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놀라운 결과는 대회에 출품된 50여 개국 2200개 맥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그의 맥주가 무려 3위를 차지했다는 것. 게다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상위권에 든 맥주 중 벨기에 맥주는 그의 제품이 유일했다.
1 디자인 가구에 관심이 높은 바우테르가 자신이 모은 컬렉션으로 꾸민 서재. 한쪽 벽면을 붉은 벽돌로 마감한 이 공간에는 네덜란드 디자이너 마르턴 바스(Maarten Baas)가 흙으로 빚은 클레이 시리즈 플로어 스탠드 조명과 펜던트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2 디자인, 아트, 음식, 자전거 등 다방면에 걸쳐 호기심이 많은 부부가 모은 책을 한데 모아놓은 서재는 온 가족이 애용하는 장소다. 3 층과 층의 높이 차이를 반 층 이하로 만들어 개방적이면서도 공간 분리가 확실한 스플리트 구조로 된 실내. 벽난로가 있는 라운지에서 반 층을 올라가면 서재가 펼쳐진다.
사업뿐만 아니라 개인 삶에 있어서도 취향과 개성이 뚜렷한 바우테르의 성향은 그의 집에서 더 명징하게 드러난다. 업계에서는 성공한 마케팅 전문가로 통하는 그에게 가장 먼저 붙은 수식어는 다름 아닌 디자인 아트 컬렉터다. “저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관심사를 펼치고 결합하면서 균형점을 찾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지금 집 안에 있는 디자인 가구와 아트워크는 30년간 제가 모아온 컬렉션인데, 이를 나름의 독특한 조합 방식을 통해 의미 있는 스타일로 풀어내는 걸 좋아합니다.”
의자에 앉았을 때 눈높이에서 푸른 정원을 조망할 수 있는 다이닝룸은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는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이다. 벽면의 그림은 아티스트 마티유 로벨(Matthieu Lobelle) 작품이며, 미드센추리 모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테이블은 리에보레 알터르 몰리나(Lievore Altherr Molina) 스튜디오 디자인.
책, 영화, 음악, 예술, 여행, 자연 등 일상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 바우테르가 특히 열정을 보이는 분야는 가구 디자인이다. 바우테르에게 가구는 넓게 보면 예술의 한 형태요,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다. “저는 유머 감각이 깃든 가구 디자인을 좋아하고,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조합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인테리어 연출을 즐깁니다. 공간 속에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영감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어서죠. 잘 선별한 디자인과 그 조합은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창조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바우테르가 무한한 애정을 갖는 네덜란드 디자인의 아이콘 드룩(Droog),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 스튜디오 욥(Studio Job), 마르턴 바스(Maarten Baas)의 파격적인 가구와 조명, 오브제는 그의 집 안 곳곳을 호기심 가득한 공간으로 만드는가 하면, 그 사이사이에 놓인 클래식 디자인은 절묘한 안정감을 선사한다. “제 아내가 좋아하는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과 제 취향의 기준점이 되는 벨기에 거장 디자이너 마르턴 판 세베런(Maarten Van Severen), 그와 결을 같이하는 영국 디자이너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 독일의 산업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의 미니멀한 가구 컬렉션은 스타일의 균형을 맞추는 구심점 역할을 하죠.” 저마다 존재 이유가 분명한 가구와 소품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기존의 제품과 작별을 고하기는 힘든 상태. 바우테르는 주기적으로 가구와 소품의 조합을 바꿔가며 인테리어를 역동적으로 변신시키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응과 생활의 변화를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1 널찍한 대리석 카운터와 최신 주방 설비를 갖춘 개방형 주방. 우드 스툴은 디자이너 샘 헥트(Sam Hecht), 강아지 모양의 조형물은 고양이를 위한 스크래처로 네덜란드 디자이너 에릭 슈테만(Erik Stehmann) 제품이다. 2 공예와 디자인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도자기 오브제 컬렉션만 진열해둔 코너. 3 아름다운 정원을 품은 거실. 조각 작품처럼 놓인 의자 ‘처비’(Chubby)는 디자이너 디르크 판더르 코이(Dirk Vander Kooij)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다.
1 서재에서 봤을 때 상부 벽면에서 튀어나온 컬러 선반은 드레스룸에 설치된 것으로, 양쪽 공간에 빛과 여백을 선사하는 일종의 필터 같은 존재이자 설치작품 같은 효과를 선사한다. 2 수영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푸른색 타일을 벽에 붙여 색다른 느낌이 드는 욕실.
집의 맨 위층에 자리한 부부 침실. 아름다운 정원을 조망할 수 있는 이곳은 미니멀한 디자인 가구와 조명으로 간결하게 연출했다.
PRODUCTION & STYLING Agnes Zamb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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