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일 이 순간, '클러치 괴물'이 탄생했다

2021년 11월 1일 이 순간, '클러치 괴물'이 탄생했다

일간스포츠 2022-07-01 06: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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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1차전. 이정후가 9회 초 2사 1,·2루에서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려낸 뒤 포효하고 있다. 이정후는 이 경기 이후 "찬스가 와도 떨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지난해 11월 1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1차전. 이정후가 9회 초 2사 1,·2루에서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려낸 뒤 포효하고 있다. 이정후는 이 경기 이후 "찬스가 와도 떨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일 열린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 4-4로 팽팽하게 맞선 9회 초 2사 1·2루에서 키움 히어로즈의 해결사는 이정후(24)였다. 그는 두산 불펜 김강률의 2구째 시속 146㎞ 직구를 공략, 결승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2루에 도달한 이정후는 1만2422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포효했다. 팀은 WC 2차전 패배로 시리즈 탈락했지만, WC 1차전은 이정후 야구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
 
이정후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강한 타자다. 6월 30일 기준으로 타율 0.349(284타수 99안타)를 기록, 이대호(롯데 자이언츠·0.351)와 타격 1·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 데뷔 첫 타격왕 타이틀을 따낸 데 이어 리그 역대 네 번밖에 없는 '타격왕 2연패'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더 놀라운 건 홈런 추이다.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2020년 기록했던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15개)에 1개 차이로 근접했다. 부상 없이 정규시즌을 마친다면 산술적으로 27~28개까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몰아치기에 따라 데뷔 첫 30홈런도 노려볼 수 있다.
 
홈런의 영양가도 풍부하다. 결승 홈런만 벌써 4개(지난해 1개)다. 이정후는 지난달 28일 롯데 자이언츠 원정에서 3-3으로 맞선 연장 10회 초 결승 스리런 홈런을 때려냈다. 지난 12일 KIA 타이거즈 원정에선 3-4로 뒤진 5회 초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책임졌다. 이어 6-4로 앞선 6회 초에는 연타석 홈런이자 데뷔 첫 만루 홈런까지 폭발시켰다. 결승 홈런이 아니더라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배트가 매섭게 돌아간다. 14개의 홈런 중 10개가 1점 차 이내 접전에서 터졌다. 키움은 이정후가 홈런을 쏘아 올린 13경기에서 10승을 쓸어담았다.
 
이정후는 지난달 28일 열린 KIA와 홈 경기에서도 2-1로 앞선 5회 말 결정적인 스리런 홈런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을 무너트린 일격이었다. 그는 "(올 시즌 홈런 중) 하나를 빼면 다 극적인, 클러치 상황에서 친 것 같아서 뜻깊은 거 같다. 홈런 타자가 아니다 보니까 아직도 홈런 숫자가 믿기지 않는데 팀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하는 거 같아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WC 1차전에서 만들어낸 '가을의 기억'을 꺼냈다. 
 
2022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28일 오후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키움 이정후가 5회말 KIA 선발 이의리로부터 우월 3점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있다. 고척=정시종 기자2022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28일 오후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키움 이정후가 5회말 KIA 선발 이의리로부터 우월 3점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있다. 고척=정시종 기자
 
 
이정후는 "지난해 WC 1차전 이후 찬스가 (내게) 와도 떨리지 않는다. 약간 긴장하는 느낌이 없어진 것 같다"며 "어릴 때는 찬스에 (타석이) 걸리면 흥분하고, 급해졌다. (마음이) 들떠 있었다. 지금은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달라진 부분을 설명했다.
 
성적이 변화를 말해준다. 이정후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0.420(69타수 29안타)으로 리그 1위. 2017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4할대 득점권 타율을 넘어섰다. 규정타석을 채운 49명의 타자 중 4할대 득점권 타율은 이정후와 노시환(한화 이글스·0.419) 둘뿐이다. 긴장을 덜 하니 찬스마다 좋은 인플레이 타구가 많이 나온다. 그 덕분에 어느새 리그 타점 3위(58개)까지 올라섰다. 
 
이정후는 "(WC 1차전을 돌이켜보면) 그렇게 큰 클러치 상황이 온 게 처음이었다. 꿈꿔왔던 상황에서 하나 해낸 기분이었다"며 "(비슷한) 상황이 오면 그때처럼 긴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항상 지난해의 나보다 잘하고 싶다. 그래서 올 시즌을 일찍 준비했다"며 "보통 1월 초중순에 기술 훈련을 하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는 (지난해) 12월 초에 시작했다. 지난해 타격왕을 하면서 타격 메커니즘이 잘 적립돼 그 느낌을 잊고 싶지 않아서 빨리 준비했다. 그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타석에서 빈틈이 없다. 리그 통산 타격 1위(0.341)일 정도로 자타공인 '타격 기계'다. 이젠 찬스에서도 거침없이 배트를 돌린다. 강병식 키움 타격 코치는 "득점권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면 긴장할 수도 있는데 이정후는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집중력 있는 타격을 한다. 상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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