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면허도 없이,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뒤 그대로 현장을 벗어난 A씨. 정황상 음주 운전이거나,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컸지만 경찰은 피해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음주측정을 하지 않았다.
어째서였을까. 알고 보니, A씨는 경찰서장을 지낸 뒤 퇴직한 전직 총경이었다. 경찰은 "당시 다른 사고 출동 때문에 시기를 놓쳤다"고 해명했지만, 피해자 측에선 '봐주기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등 혐의로 입건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60대 전직 경찰서장 A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도주치상'이란 교통사고 등으로 사람에게 상해 등을 입히고 도주한 범죄행위로 이른바 '뺑소니' 가해자에게 적용되는 혐의다. 우리 법은 뺑소니를 했을 때 피해자가 상해에 이르렀다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4일 오후 1시쯤, 전주시의 한 사거리에서 자신의 BMW 승용차를 운전해 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2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던 중 옆 차로를 침범, 1차선에 있던 B씨의 차량 조수석 쪽을 들이받았다. 이후 잠시 멈추어 섰다가, 갑자기 속도를 높여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사고 발생 후 약 3시간 만에 A씨를 특정했지만, 음주측정 등은 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초동 조치에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다른 출동이 있었다는 등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피해자는 사고 담당 경찰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측은 "음주 의심 사정을 미리 얘기 했다"며 "(음주운전 여부를) 조사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사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