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투자 90% 줄여"…덩치만 키운 벤처 초비상

"바이오 투자 90% 줄여"…덩치만 키운 벤처 초비상

이데일리 2022-07-12 03:00:00 신고

3줄요약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유동성 조이기가 시작되면 비상장 스타트업은 상장사나 중견·대기업에 비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자금 소요가 크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바이오업종에서 시작된 돈맥경화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바이오 상장사들의 주가와 실적 부진으로 바이오 비상장사들의 기업공개(IPO)가 꽉 막히면서 투자금이 뚝 끊겼다. 그런 데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유동성까지 줄면서 벤처캐피털(VC)들의 옥석 가리기 속에 비(非) 바이오 업종까지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분위기다.

11일 복수 VC 업계 심사역들에 따르면 VC 투자 위축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업종으로는 바이오가 꼽힌다. 단계별 임상시험에만 해도 수백억원이 소요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투자 금액은 2조 827억 원인데 이중 바이오·의료는 4051억원으로 전체 비중에서 19.5%에 그쳤다. 업종별 금액과 비중은 ICT서비스는 7042억원(33.8%), 유통·서비스는 4291억원(20.6%)다. 바이오·의료의 경우 작년 1분기 비중이 27.7%였던 데 비하면 크게 입지가 줄었다. 국내 한 대형 하우스 관계자는 “바이오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90% 줄였다”고 털어놨다.

엑시트 통로 좁아진 바이오…투자 끊겨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건 엑시트 창구가 좁아진 탓이다.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제도를 도입한 후 임상이 어느 정도 단계에 진입했거나 창업자가 해당 분야 전문가라면 가능성만 보고 상장을 승인해줬다. 기술특례상장이 거의 바이오 업체를 위한 제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10년 내 성과를 낸 사례가 드물고 글로벌 파마에 기술이전 계약했다가 계약금만 받고 해지 당하는 케이스가 늘어났다. 임상 성과 과대 포장에 배임·횡령 사례도 빈번해지면서 바이오 투자 신뢰도가 대폭 하락했고, 상장 심사 기준이 높아진 것.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바이오 기술특례상장은 17곳에 달했지만 작년 9곳으로 급감했고 올들어서는 4건에 그쳤다.

최근 유동성 위축까지 겹치면서 가장 시장 규모가 컸던 신약 개발업계는 고사 위기에 놓였고, 바이오·제약·헬스케어 등 산업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어 매출이 없는 기업은 유동성 고갈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VC업계 다른 심사역은 “신약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근시일 내 이익을 내지 못할 것이 명확한데 자금 수혈은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시기 밀린 임상 작업이 쌓여 해외 임상수탁기관(CRO)이 부르는 게 가격이 됐고, 환율 상승으로 임상에 드는 비용은 더 커졌다. 자금난을 호소하며 투자를 요구하는 업체들이 수두룩하지만 VC마다 투자를 꺼려 눈치를 본다”고 전했다.

바이오도 이익을 내는 회사에 투자하는 건 공식 논리가 됐다. 이례적으로 상장사에도 투자한다. 주가 급락으로 여의도에서는 찬밥신세지만 기술력은 인정할만한 업체에 투자해 추후 반등 시기 엑시트한다는 전략이다. 올 5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는 쿼드자산운용, SV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올릭스(226950)는 KB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非바이오 업종도 불확실성 고조…컬리에 쏠리는 눈

바이오뿐만이 아니다. 금리 인상에 경기 침체로 분야를 막론하고 초기를 제외한 시리즈 B·C, 프리 IPO 등 중후기 기업들의 펀딩 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 됐다. 상장사 주가는 낮고, IPO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커머스와 플랫폼 등 외형을 확장하며 장밋빛 미래로 밸류를 키웠던 기업은 상장예비심사 청구 결과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바이오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바이오 이외 업종으로 확산하면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바닥에 내리꽂고 있다. 메쉬코리아처럼 밸류는 키웠는데 수익은 안 나고, 독보적인 1위도 아닌 애매한 업체들은 실제로 자금조달이 막힌 상황이다.

투자유치 막바지 단계라고 알려진 업체들도 협상이 길어져 반년 넘게 펀딩을 완료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국내 VC업계 임원은 “바이오보다는 상황이 낫긴 하지만 시리즈 B·C, 프리IPO 단계는 분야를 막론하고 투자유치가 어렵다”며 “코스닥 지수와 동종업계 주가수익비율(PER) 모두 낮아졌는데 기존 투자자나 투자받는 기업의 눈높이는 여전히 높은 상황으로 간극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마켓컬리의 상장 여부에 대한 주목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마켓컬리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투입된 대표적 성장주로, 상장에서 미끄러지면 직방, 당근마켓, 발란 등 수익 지표보단 미래 성장 기대감으로 커온 플랫폼업체들의 기업가치 역시 증발할 수 있다는 것. 4분기 플랫폼 업체들의 밸류가 대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며 펀드를 조성 중인 VC·증권사도 적지 않다.

국내 증권사 딜 담당자는 “마켓컬리가 상장에 실패하면 플랫폼업계 밸류는 급격히 하락하고, 4차산업 등 비바이오에도 여파가 미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모태펀드 및 성장금융, 다른 금융사나 기업 산하 CVC들이 자금줄이 돼줘야 한다는 내용의 대책회의를 열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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