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가 ‘공들인’ 전장 드디어 ‘꿈틀’

총수가 ‘공들인’ 전장 드디어 ‘꿈틀’

데일리임팩트 2022-07-12 19:34:58 신고

3줄요약
삼성전자와 하만이 협업한 디지털 콕핏.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 LG의 ‘공든 탑’ 전장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총수가 미래 동력으로 낙점한 이후 수년 간 전사 차원에서 공들였던 것과 달리 결과물은 미진했던 터. 최근 신규 수주를 성공하며 덩치를 키우는 것을 물론, 가시적 성과를 내놓기 시작했다. 전장사업이 현금 창출원으로 역할할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의 눈길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장사업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전장 자회사인 하만은 일본 유수의 완성차업체인 도요타와 5세대 이동통신(5G) 차량용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만은 5G 고성능 텔레매틱스(자동차용 무선통신 기술)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고객사와의 비밀유지로 인해 삼성전자 측에서는 계약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약 1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만 인수 초기만 해도 삼성전자의 투자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있었다. 실질적으로 매출에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수 이전 매출 8조원, 영업이익 6800억원에 달했던 실적은 이듬해 매출 7조1000억원, 영업이익 600억원으로 감소했다. 오디오 솔루션 분야에서는 음향애호가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한 브랜드였지만 전장사업에서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시장의 우려 속에 하만은 조용히 경쟁력을 갖춰나갔다.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 전장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지난해부터 하만의 절치부심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업계 최초로 BMW의 SUV 전기차, 아이엑스(iX)에 5G 기반 차량용 통신 장비(TCU)를 공급한 데 이어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로부터 차세대 디지털 콕핏 수주에 성공했다. 삼성전자와의 기술 협력이 시너지를 낸 결과다. 이에 하만은 지난해 매출 10조399억원, 영업이익 5991억원을 달성하며 성장세와 수익성을 모두 잡았다. 

덕분에 하만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품질 검증이 깐깐한 세계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과 거래를 틀 만큼 커넥티트카 핵심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실적 개선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실제 차량용 반도체 문제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와중에도 하만의 디지털 콕핏 생산량은 전년 대비 13.3% 늘어난 692만8000개로 집계됐다. 

하만의 전장사업이 상승세를 탄 만큼, 업계에서는 사업 확장이 보다 공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난 2월 독일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아포스테라를 인수한 점을 고려할 때 디지털 콕핏, 고성능 텔레매틱스 등과 연계한 자율주행 솔루션을 선보일 수 있다. 지금같은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3.6%에 불과하던 하만의 비중 역시 머지않아 두 자릿 수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전장사업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유럽 출장 당시 전장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만을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BMW 등 고객사와도 만났다. 

LG전자가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그룹의 전기차 신모델 ‘메간 E-Tech’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했다. 사진은 메간 E-Tech 차량에 탑재되는 LG전자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진. LG전자
LG전자가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그룹의 전기차 신모델 ‘메간 E-Tech’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했다. 사진은 메간 E-Tech 차량에 탑재되는 LG전자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진. LG전자

LG전자의 전장사업은 올해 본궤도에 올랐다. 올 2분기 VS사업본부는 흑자로 전환됐다. 증권가에서는 VS사업본부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2조원을 달성하고 100억원에서 많게는 400억원 수준의 이윤을 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0년 4분기(매출 1조9146억원) 이후 최대 성적이다. 

LG전자가 잠정실적을 발표하기 전 업계에서는 ‘좋은 소식’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VS사업본부가 상반기에만 8조원을 새로 수주한 까닭이다. 지난해 말 수주 잔고(약 60조원)의 13%에 달하는 계약을 확보하면서 올 연말 수주 잔고가 65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매출이 증가하는데 비례해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VS사업본부는 지난해 전년 대비 약 24% 성장한 6조700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G전자는 전장사업의 외형을 키우고 체계를 갖추는 데 주력해왔다. 유기적 연계를 통해 동반 상승을 노릴 수 있고, 규모의 경제가 확립돼야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어서다. 가격 경쟁을 할 때에도 유리한 것은 물론이다. 자율주행 핵심 기술인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등을 관장하는 VS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전기차 동력구동장치(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ZKW)을 붙였다. 

VS사업본부는 합작과 인수를 통해 입지를 다져갔지만 2015년 4분기 ‘반짝’했던 이래 유의미한 성과가 없었다. 2013년 이후 9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적자 구조가 고착화되는 듯 했다. 

그랬던 VS사업본부가 반전에 성공한 데에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 게 주효했다. 제품 생산 주요 과정에 대해 국제 인증을 획득하고 핵심기술을 내재화 했다. TÜV 라인란드로부터 차량용 소프트웨어 공인시험기관 인증을 획득한 게 대표적이다. ADAS 전방카메라 역시 TUV라인란드의 기능 안전 국제규격을 획득했다. 이스라엘 자동차 사이버보안 분야 전문기업 사이벨럼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정보보안 인증인 티삭스를 획득하며 보안 관리 역량을 인정받기도 했다. 

덕분에 고부가 부품 수주에 성공하며 원가 구조 개선과 매출 신장을 함께 달성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프랑스 르노, 미국 GM에 이어 근래 들어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도요타 등 일본 메이저 업체의 5G 고성능 텔레매틱스를 연달아 수주했다.증권사들은 VS사업본부 연간 매출이 8조원을 넘어서고 영업이익도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기가 23일 전장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MLCC로 만든 자동차 모형을 선보였다. 사진. 삼성전기.
MLCC로 만든 자동차 모형. 사진. 삼성전기.

이처럼 삼성, LG의 전장사업이 순항하면서 현금창출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후발주자임에도 빠르게 외형을 확대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면서 “통신, 전자 등에서 선행기술을 확보하며 품질경영에 매진했던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총수들의 미래 전략에 중요한 사업이므로 고도화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계열사와의 합작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LG는 전장 시너지를 위한 토대를 닦았다. 삼성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이 전장 부품을 생산 중이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카메라 모듈을 기반으로 전장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카메라 모듈은 테슬라와 수조원대의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배터리(삼성SDI),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삼성디스플레이), 차량용 반도체(삼성전자) 등 전장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LG 또한 계열사별로 전장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LG이노텍은 ADAS용 카메라모듈과 통신 모듈,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생산 중이다. 지난달에는 차량용 레이터모듈 개발을 완료하고 프로모션에 들어갔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LG전자와 함께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프리미엄 전기차에 탑재될 인포테인먼트용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P-OLED)을 공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등 유수의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배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차량용 발광다이오드(LED), 통신 모듈 등 자체 전기차 생산도 가능할 정도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G·자율주행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전자업체들에게 전장사업은 기회의 장이다. 자동차가 이동수단을 넘어 거대한 전자기기로 탈바꿈하면서 전자업체들의 기술이 필요해졌다. 시장 전망도 유망하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전장 시장의 규모는 2028년 7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전장사업이 가속화될수록 사업 구조가 비숫한 삼성과 LG의 맞대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완성차에 탑재되는 주요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대결 구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의 안정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전장사업을 더 강화할 것이고, 이에 두 회사의 자존심 싸움이 재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데일리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