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수행 지원이나
무역·경제 교역 중단 등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것"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각) 대만 유사시 한국·일본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국방부 장관이었던 에스퍼 전 장관은 이날 보도된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공격 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대만 수호에 나선 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군이 개입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에스퍼 전 장관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대만 해협에서 중국과 대만 사이에 충돌이 발생해 미국이 개입하는 경우, 일본과 한국이 전쟁수행 지원이나 무역·경제 교역 중단 등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하지 않는 상황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유사시 역내 국가들이 분쟁에 말려들어가고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며 "(한미 상호방위)조약 의무와 관련해 국무부와 한국 외교부가 충분히 점검해 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그러한(미중) 충돌은 두 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만 문제를 두고 미중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경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군이 참전할지는 불분명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사례와 마찬가지로 경제 제재 등을 통해 '개입'할 수밖에 없을 거란 주장으로 풀이된다.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미국 군함(자료사진) ⓒAP/뉴시스미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표면상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대만에 대한 '현상변경'은 용인할 수 없다는 '투 트랙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대만 이슈를 '미중관계 차원'과 '국제질서 차원'으로 구분해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대만은 크게 다른 시나리오"라고 답한 바 있다. 직접적 군사개입에 선을 그어온 우크라이나 사례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실상 개입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미일 정상회담 직후 '중국의 대만 침공 시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것이 우리가 한 약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했고 서명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중국은 미국의 대만 관련 입장 표명이 '이중잣대'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한다는 미국이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피력하며 대만 독립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인도네시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사무국에서 연설을 마친 직후 대만 관련 질문을 받고 "미국이 끊임없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왜곡하고 대만 카드로 농간을 부리고 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미국이 "이중잣대를 만들거나 이랬다저랬다 해서는 안 된다"며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함은 존중받고 유지돼야 한다. 누구도, 어떤 세력도, 어떤 나라도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시킬 수 있다는 환상을 품지 말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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