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당사·당대표실에 尹대통령 사진 걸자"
중진의원들 쓴소리...지금 민생 대책 논할 시기
조경태 "대통령 사진 거는데 신경 쓸 때 아니다"
김태호 "지지율 하락, 민심 경고로 받아들여야"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여의도 중앙당사와 국회 본청 당대표실 등에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자 당내 중진인 조경태·김태호 의원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사진을 당 대표실 등에 걸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에는 현직 대통령 사진을 공적 공간에서 모두 없앴다. 윤 대통령 사진 설치 여부는 당내 또 다른 논란거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두 의원은 폭염·고물가·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 민생대책이 시급한 시기인 만큼, 불필요한 논쟁거리를 만들지 말자는 입장이다.
당내 최다선인 5선 조경태 의원은 1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윤 대통령 사진 설치 논의에 대해 "시대책오적 발상이라고 본다"며 "지금 대통령 사진을 거는 데 신경 쓸 게 아니라 폭염과 고물가에 고통받는 국민들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직격했다.
그는 "지금 우리 여당이 조금 더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 바로 이런 점"이라며 "국민에게 힘을 주는 그런 정당이어야 하지 국민의 힘을 빼는 정당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는 그런 정당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3선인 김태호 의원도 이준석 당대표 징계 이후의 당 혼란, 윤 대통령과 당의 낮은 지지율, 경제 위기 등을 이유로 들며 '사진 설치'를 반대했다. 그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사에 대통령 사진을 거는 게 급선무가 아닐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론조사 지지율은 연연해서도 안 되지만, 간과해서도 안 된다. 최근 지지율 하락은 민심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지금 대통령과 정부는 물가 잡기 등 경제 위기 대응에 여념이 없다. 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고 대통령과 정부에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분석해서 개선방안을 건의할 필요가 있다"며 "당 혼란 과정에서 청년 당원과 지지층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하면서 대책을 마련해둬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사진 설치 문제는 지난 11일 권성동 대행이 이 당대표 징계 이후 처음으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나왔다. 권 대행은 "각 시·도당에 윤 대통령의 '존영'을 내려보냈는데, 중앙당사와 대표실 등에도 이를 설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회의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17년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을 여의도 당사에 걸었다. 모두 고인이 된 대통령들이다.
윤 대통령 사진을 설치할 경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에 대한 요구도 나올 수 있는 만큼, 당내 논란은 물론 여론도 악화될 가능성도 있어 국민의힘 관계자들에게는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 관계자는 "경제 지표가 하락하고 이준석 대표 징계 후폭풍,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 등 당내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이미 당이 혼란스러운데, 여기에 대통령 사진을 거네 마네 하면서 당력을 소모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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