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젠더갈등 해소하려면 여가부가 이대남 목소리도 들어야"

[일문일답] "젠더갈등 해소하려면 여가부가 이대남 목소리도 들어야"

연합뉴스 2022-07-24 07:30: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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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주거·출산 비용 낮춰야…아이돌보미 대폭 확대할 것"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취임 두 달을 맞아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24일 최근 '이대남', '이대녀'로 대표되는 20대 남녀의 '젠더갈등' 문제 해결을 위해 "여가부가 20대 여성뿐 아니라 20대 남성들도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학자 출신으로서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고용복지수석비서관, 숭실대 교수를 지낸 김 장관은 "젠더갈등은 기본적으로 세대 간 격차, 경제적 격차로 표출된 것"이라면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 여가부가 여성들만 만나고 다녔기 때문에 오히려 젠더갈등이 격화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여가부가 여성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원하는 역할 등에 더 충실할 것이라면서 일례로 워킹맘들을 돕기 위해 여가부 사업을 통한 아이돌보미 숫자를 현재 2만6천명 수준에서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장관과의 일문일답.

-- 여가부 폐지 또는 개편안은 어떤 방향인가.

▲ 대통령 후보 시절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관련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 후에는 논의가 진전된 게 없었고, 이제 여가부가 자체 안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취임 후 여가부의 여성정책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고 청소년, 가족, 여성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 부처 폐지 또는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는지.

▲ 각종 간담회에서 여가부 폐지안을 빨리 내는 것보다는 깊이 고민하고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이해 당사자가 많고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문제기 때문에 시간을 충분히 갖고 '굿 앤서'(good answer)를 드리겠다. 또 부처 폐지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개편이 필요한 다른 곳들도 준비가 돼야 한다.

-- 여가부 폐지가 사실상 대선용 구호였던 것 아닌가.

▲ 여가부 폐지 방침은 분명하고, 지금 형태의 여가부는 존재하지 않을 거다. 여가부는 지금 상태로 있으면 활력을 갖고 일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때 (권력형 성범죄 대응 등에 있어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 성평등, 젠더 이슈를 다루는 독립 부처의 필요성에 대해선.

▲ 해외 사례를 살피고 주요국 주한 대사들과 만나서도 얘기를 들어본 결과 젠더·성평등 전담 부처를 별도로 두는 나라가 세계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GGI) 등수가 더 높다는 인과관계는 발견하지 못했다. 뉴질랜드의 경우도 (성평등을 다루는) 단일 부처를 두고 있는데, 뉴질랜드 대사께서도 그것(단일부처 여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리더의 의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하시더라.

-- 개편될 부서 명칭은.

▲ 이름은 개편·폐지안이 확정된 후에 짓는 게 맞는 것 같다. 부처 폐지 내용이 어떻게 담기느냐에 따라 이름은 국민 공모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4일 취임 두 달을 맞아 정부서울청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인사청문회 당시 '여가부 폐지는 동의하지만, 여가부 기능은 강화해야 한다'고 말해 답변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건 다문화 가족, 한부모, 5대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 등 지금 하는 일들이 강화돼야 한다는 말이다. 여가부가 폐지된다고 해서 없어질 때까지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이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 부처가 재편돼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 대선 정국에서 여가부 폐지론이 대두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 문재인 전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했고, 정부에 여성계 인사들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분들이 많은 역할을 할 것 같았는데(그렇지 못했고).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에 대해 (피해 호소인)표현도 2차 가해를 한 것처럼 됐다. 또 젠더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부처인데 오히려 갈등을 좀 일으켰다. 부처 이름에 '여성'이 붙었다고 해서 여성 중심인 게 아니고, 진짜 양성평등을 봐야 했다. 박근혜 정부 때 여성 정책을 오히려 굉장히 강화하려고 했는데 페미니스트 정부를 자처한 전 정부에서는 오히려 퇴행했다고 생각한다.

-- 최근의 젠더갈등 문제는 어떻게 보는지.

▲ 전 정부 때 젠더 갈등이 훨씬 격화됐다고 생각한다. 젠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MZ세대의 가치관을 반영해서 유연하게 전환해야 하는데 오히려 전통적인 (성별)관에 얽매여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예컨대 여가부는 여성들만 만나고 다니고 2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듣는 창구는 하나도 없었다. 왜 안 듣는지 이해가 안 됐다. 저도 학교에 있었지만 20대 남학생들을 만나보면 굉장히 건전하지, 가부장적인 그런 걸 갖고 있는 것이 전혀 아니다. 20대 남성이 느끼는 역차별 느낌, 이런 걸 안받아줬다. 여성들 또한 출산과 육아를 겪으면서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 등 실제 남녀가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차별에 천착해야 하는데, 여가부가 굉장히 이념적인 부처로 기능해왔다고 생각한다.

-- 그런 부분이 젠더갈등을 더 격화시켰다는 뜻인가.

▲ 물론 젠더갈등은 기본적으로 세대갈등의 문제다. 경제적인 파이가 굉장히 작아졌고 저성장에 일자리도 없어졌다. 예전엔 여성들이 전업주부였지만 지금은 동등하게 크고 학교 다니면서 경쟁하고, 그런 과정에서 격화하는 세대간, 경제간 격차가 젠더갈등으로 표출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남성들의 경우 자신들은 가부장적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살았는데 정작 결혼할때는 남성이 다 집을 해야 한다든가 그런 고정관념이 있다고 느낀다. 학교에서도 보면 군대 다녀온 복학생들이 제게 와서 '수업을 못 따라가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또 남녀가 같이 만나서 얘기를 하면 그렇게 서로 격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그런 접점이 있는데 그간 여가부는 전부 여성들만 만나고 다녔다. 여성은 여전히 구조적으로 차별받는 존재라고 얘기하지만, 우리세대는 그랬지만, 지금 20대는 그렇게 안 느낀다. 여자아이들이 공부도 훨씬 더 잘한다.

-- 최근 인하대 성폭행 추락사 사건은 어떻게 보나.

▲ 그건 안전의 문제지, 또 남녀를 나눠 젠더 갈등을 증폭시키는 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남성 피해자 비율이 20%가 넘는다. 무조건 남성과 여성의 문제로 갈 게 아니고, 인하대는 학교 내 폐쇄회로(CC)TV 문제나 학생 안전의 문제를 강화해야 한다. 성폭력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고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가부에서도 해당 기관(인하대)에 3개월 내 재발방지대책을 내라고 요구했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사건에 대한 추측성 보도와 민감한 보도가 이뤄지지 않도록 한국기자협회에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 저출생 문제의 원인은 무엇으로 진단하나.

▲ 경제적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집값이 비싸고 일자리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게 정부의 정책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데, 문재인 정부 때 출생률이 확 떨어진 건 맞다. 박근혜 정부 때는 난임 지원에 집중해서 아이를 낳도록 도왔고, 매달 출생이 어디서 나오는지 보면서 어디를 더 지원할지 미세 조정을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거의 열리지 않았고, 출산율을 반등시키려는 노력조차 없었던 정부라고 생각한다.

-- 출생률을 반등시킬 대책은.

▲ 결혼, 주거, 출산에 대한 사회적인 비용을 낮춰야 한다. 직장에서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직원뿐 아니라 비정규직, 중소기업 종사자들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유연근무가 가능해야 한다. 여가부에서는 현재 2만6천여명인 아이돌보미 숫자를 대폭 늘리고, 전국 가족센터의 가족 및 임신에 관한 상담 기능을 강화하려고 한다.

--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 52시간제 개편이 일·가정 양립과 출생률 제고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 주 52시간제 개편이 근로시간을 그냥 늘리는 거라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유연하게 근무하고 재택근무도 탄력적으로 할 수 있게 되면 오히려 (일·가정 양립에) 도움이 된다.

-- 법무부에서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청소년 정책 주무 부처로서 이 사안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 법무부에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했으니, 여가부에서도 당연히 참가할 것이다. 범죄 양상이 굉장히 심각해지는 만큼,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얘기가 갑자기 나온 건 아니다. 다만 처벌만으로는 범죄를 예방할 수 없기 때문에 청소년 윤리의식을 높이고 교화 시스템을 함께 강화하자는 의견을 낼 생각이다.

-- 여가부에서 2019년부터 해오던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을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전화 한 통에 돌연 재검토에 들어갔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은.

▲ 처음에 와서 보고받았던 내용과 실제 들여다본 사업 내용에 차이가 있었는데, 성별 불균형이 너무 심하고 분과 이슈들도 (여성 위주로) 치우쳐져 젠더 간 화합이라는 취지와는 맞지 않았다. 향후 사업 방향은 여성정책국에서 검토하고 있다.

-- 이번 정부의 내각 구성원 여성 비율이 전 정부보다 상당히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 능력이 충분히 되면 여성을 많이 발탁하는 게 좋지만, 비율을 기계적으로 할당하는 건 오히려 도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지금 들어온 여성 장관들이 성과를 잘 내면 앞으로 여성 장관이 더 많아질 것이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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