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차훈의 리얼 MLB] 클럽하우스에서 하는 준비가 결과를 만든다

[손차훈의 리얼 MLB] 클럽하우스에서 하는 준비가 결과를 만든다

일간스포츠 2022-07-26 07: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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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의 클럽하우스 내 웨이트 트레이닝장. 손차훈 제공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의 클럽하우스 내 웨이트 트레이닝장. 손차훈 제공
 
필자는 2013년 피터 오말리 전 LA 다저스 구단주와 박찬호의 도움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전력분석파트 업무를 수행하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 그 인연을 이어온 덕분에 올해는 샌디에이고 프런트 오피스의 배려로 MLB 운영과 육성 시스템을 체험할 두 번째 기회를 갖게 됐다. 부족하지만 필자의 경험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클럽하우스(Clubhouse)에선 생각 이상으로 많은 일이 벌어진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KBO리그에선 클럽하우스의 중요성이 크지 않았다. 휴식하고 옷을 갈아입는 정도의 역할만 했다. 그래서 클럽하우스를 라커룸(locker room)이라고 불렀다.
 
대부분의 라커룸은 비좁은 개인 락커와 치료용 침대 2~3개 정도가 마련된 트레이너실, 협소한 체력단련실로 구성됐다. 별도의 휴식 공간이 없어 선수들은 몸을 눕힐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어디서라도 잠시 눈을 붙이고 경기에 나서곤 했다. 지금은 클럽하우스에 전력분석실이 포함돼 있지만, 과거엔 아니었다. 당시엔 전력분석이라는 개념조차 없어 구단 기록원들이 기본적인 자료를 락커에 넣어주면 선수들이 한 번씩 살펴보는 게 전부였다.
 
2000년대 중반 전력분석이 팀 승패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강조되면서 각 구단은 전력분석팀을 구성하고, 전력분석실을 개설했다. 그러면서 비로소 클럽하우스라는 개념의 환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의 비디오룸. 손차훈 제공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의 비디오룸. 손차훈 제공
 
이젠 선수단의 경기 전 상대 팀 분석이 일상화됐다. 클럽하우스 내 전력분석실에선 선수들의 다양한 미팅이 이뤄지고 있다. KBO리그 신축 구장인 창원 NC파크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를 비롯해 인천 SSG랜더스필드까지 MLB급 클럽하우스가 들어섰다. 지어진 지 오래된 야구장에서도 클럽하우스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MLB 구단들은 상대를 분석하고 경기를 준비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클럽하우스를 활용하고 있다. 전력분석 파트에선 3연전 또는 4연전 첫날 상대 팀의 모든 투수 및 야수에 대한 자료를 만든다. 다음날 등판하는 선발 투수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건 KBO리그와 다르지 않다. 경기 전 가장 분주한 트레이닝 파트는 선수 개개인에게 필요한 치료를 쉴 틈 없이 제공한다.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단이 가장 집중하는 공간은 비디오 룸과 실내연습장이다. 특히 선수들의 방문이 가장 활발한 비디오 룸에서는 투·타 코치들과 전력분석원이 선수와 자료를 공유하고 전날 경기 영상을 돌려본다. 그리고 서로의 의견을 나눈 뒤 실내연습장으로 이동, 토론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훈련을 진행한다.
 
클럽하우스에서의 훈련은 경기 중에도 계속된다. 더그아웃에 근접한 클럽하우스 내 비디오 룸과 배팅 케이지에선 보조 타격코치와 전력분석원이 상주, 당일 경기의 타격을 끝낸 선수와 함께 이전 타석의 타격 영상을 바로바로 살펴본다. 백업 선수들은 실내 배팅케이지에 설치된 배팅 기계를 상대 투수의 평균 구속에 맞춰 타격 훈련을 한다. 언제든지 출전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는 셈이다.
 
선수들 사이에선 실내 연습장에서의 훈련이 중요한 루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원정팀 클럽하우스에도 홈팀과 유사한 훈련 시설이 갖춰져 홈구장에서 했던 경기 준비 과정을 지속해서 할 수 있다.
 
남궁훈(왼쪽)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카우트와 손차훈(오른쪽) 전 SK 와이번스 단장. 손차훈 제공남궁훈(왼쪽)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카우트와 손차훈(오른쪽) 전 SK 와이번스 단장. 손차훈 제공
 
샌디에이고에서 뛰는 김하성도 클럽하우스에서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하고 있다. 정규시즌 162경기를 뛸 체력은 물론이고, 경기 준비과정을 고려해 체력을 안배해야 한다는 걸 배워나가고 있다고 한다. MLB 선수들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빅리그 무대를 밟는다. 어렵게 도착한 세계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도 쉼 없이 노력하고 준비한다. 그 모습을 직접 보니 MLB 선수들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더욱 커졌다. 
 
KBO리그에서도 클럽하우스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 타 구단과 차별화된 훈련 환경과 인적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준비 과정 없이 부진한 것과 노력하고도 부진한 건 달리 평가해야 한다. 프로이기에 결과에 대한 책임은 선수들의 몫이다. 그러나 선수를 관리하는 프런트의 역할도 중요하다. MLB의 클럽하우스처럼 선수단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최근 KBO리그 팀들의 클럽하우스에선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단순히 휴식하는 장소가 아닌 경기를 준비하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길 희망한다. 최창원 전 SK 와이번스 구단주의 말씀이 떠오른다. "준비 과정에 충실하세요. 그러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겁니다."
 
손차훈 전 SK 와이번스 단장
정리=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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