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 시장 연금무브 막아라"…시중은행 역량 총집결

"300조 시장 연금무브 막아라"…시중은행 역량 총집결

데일리임팩트 2022-07-26 10:35:16 신고

3줄요약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대형 시중은행이 상반기에도 유의미한 실적 제고 및 방어에 성공한 가운데, 핵심 비이자 사업 중 하나인 퇴직연금이 사업 전반의 ‘아픈 손가락’으로 대두되고 있다.

은행 그리고 이자 중심의 수익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퇴직연금을 점찍고 공격적인 마케팅 영업에 나섰지만, 실제 성과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달부터 시작된 디폴트옵션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증권사로의 대규모 자금 이탈, 소위 ‘퇴직연금 머니무브’의 가능성도 있는 만큼 수익률 강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업계에서도 최근 퇴직연금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 공격적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업계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90조원 수준으로 성장한 퇴직연금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15%)을 감안할 때 올해 30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하반기 실적에서 비이자 부문 수익이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비보장 중심 수익률 하락 ‘뚜렷’

특히 불안정한 금융환경으로 인해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원하는 재테크족이 늘어나면서 퇴직연금에 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은행권의 퇴직연금 성과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험자산보다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소위 ‘역머니무브’ 현상의 본격화와 공격적인 마케팅‧영업전략으로 은행으로의 퇴직연금 자금 유입은 늘었지만, 실제 수익률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을 통해 국내 4대 금융지주 내 은행계열사의 퇴직연금 사업 현황을 확인한 결과, 상반기 중 수익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우선 4대 시중은행의 지난 2분기 퇴직연금 규모는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1분기(약 98조원)에 비해 2조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우선 4대 시중은행에서 운용하는 전체 퇴직급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은 확정급여형(DB‧회사가 퇴직급여를 운용하는 상품)이 40% 수준으로 가장 크다. 이어 확정기여형(DC‧근로자가 운용책임을 지는 상품)와 개인IRP(퇴직급여를 본인 명의의 계좌에 적립해 추후 연금화할 수 있는 상품)가 30%대로 엇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수익률을 살펴보면 2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DB형과 개인IRP의 수익률은 각각 평균 1.16%, 2.9% 수준을 보였다. 반면, DC형은 0.84%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원금보장형과 원금비보장형으로 구분하면 수익률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보장형이 모두 플러스(+) 성장률을 보인 반면, 비보장 수익률은 전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DC형과 IRP의 경우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12%)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수익률이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 내 퇴직연금으로 2조 가량의 자금이 추가 유입되며 덩치는 커졌지만, 수익률은 좀처럼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1분기 수익률의 경우 개인 IRP(0.46→2.9%)를 제외한 DB(1.24→1.16%)형과 DC(0.98→-0.84%)형 모두 수익률이 낮아졌다.

특히 퇴직연금 3종의 ‘원금 비보장형’ 상품의 경우 수익률이 최대 10배 이상 악화되기도 했다. 반면, 비교적 안정적 운용에 방점을 찍고 있는 원금보장형의 수익률은 1분기 대비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이 같은 은행권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해당 시장을 놓고 경쟁 중인 증권업계와 비교하면 나름 선방한 수치다. 실제로 지난 2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은 0.31%로 증권업계의 수익률(-1.96%)보다 높았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폴트옵션 도입, 시장 요동칠까

증권사가 운용하는 퇴직연금 상품의 경우, 주가 흐름에 맞춘 실적 배당형 상품을 주로 운용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침체하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주식시장이 살아나면 얼마든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결국 퇴직연금은 장기적 관점에서 운용되는 만큼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점에 수익률이 하락한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시장이 정상화되는 시점을 고려해 수익률 제고를 위한 노력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시중 유동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유입되는 ‘역머니무브’ 수혜를 봤던 은행업계가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오히려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를 우려해야 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예측의 배경에는 바로 지난 7월 12일부터 퇴직연금 시장에 적용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깔려있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제도다. 이미 미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돼 연평균 6~8% 수익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금융업계에서는 디폴트옵션이 본격 도입되면 상대적으로 증권사의 퇴직연금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상대적으로 증권업계의 운용경쟁력이 은행‧보험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3.17%로 은행권의 수익률(1.59%)보다 1.6%p 이상 높았다.

증권업계 역시 디폴트옵션 도입을 퇴직연금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기회로 삼겠다며 공격적 영업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은 연금상품을 전담관리하는 연금고객관리센터를 출범했다. 사진. 우리은행.
최근 우리은행은 연금상품을 전담관리하는 연금고객관리센터를 출범했다. 사진. 우리은행.

경쟁력 강화 행보 ‘시동’

은행업계는 이 같은 디폴트옵션 도입에 맞춰 퇴직연금 경쟁력 강화를 하반기 당면 과제 중 하나로 점찍었다. 대내외 환경에 상관없이 수익률을 높일 방안을 마련하고, 고객 유치를 위한 전담팀 및 조직을 꾸리는 등 300조원 퇴직연금 시장을 잡기 위한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우리은행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 수익률 관리를 위한 ‘연금고객관리센터’를 신설했다. 이곳은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운용하는 DC형 및 개인형IRP에 가입한 고객의 연금자산 및 수익률 관리를 전담한다. 특히 △고객관리기획팀 △수익률관리팀 △Answer-Back팀으로 조직을 세분화해 전문성도 더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특히 디폴트옵션 시행에 맞춰 퇴직연금 가입 고객의 수익률 제고와 자산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대면‧비대면 지원업무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1분기에 퇴직연금 분야를 전담하는 ‘퇴직연금관리센터’를 신설했다. 프라이빗뱅커(PB) 출신의 은퇴 설계 컨설턴트와 행내 공모를 통해 선발된 투자상담 우수직원 50명으로 구성된 이곳은 퇴직연금 고객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중심의 자산운용 및 관리에 대한 전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퇴직연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하거나, 다양한 고객 유치 이벤트를 전개하며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실제로 팔 수 있는 디폴트옵션 적용 상품은 정부의 승인을 거쳐 오는 10월 말쯤 결정된다”라며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상품 경쟁력 고도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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