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정신 훼손"vs"징계 후 기회줘야" 윤이나 사건 골프계 반응

"스포츠정신 훼손"vs"징계 후 기회줘야" 윤이나 사건 골프계 반응

이데일리 2022-07-27 14:35: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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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가 지난 24일 경기도 이천시 H1 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호반 서울신문 위민스 클래식 3라운드에서 티샷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프로 선수로 공정과 양심이라는 가장 큰 스포츠 정신을 훼손했다.” vs “어린 선수의 실수였고 크게 반성하고 있으니 징계를 받은 후에는 기회를 줘야 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스타로 떠올랐다가 ‘오구 플레이 늑장 신고’로 무기한 투어 활동 중단을 선언한 윤이나(19)의 사건을 두고 선수들은 엇갈린 반응이다.

지난 6월 16일 충북 진천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15번홀. 윤이나가 티샷한 공은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날아가 풀이 긴 러프에 떨어졌다. 풀숲에서 찾은 공으로 경기를 이어갔으나 그린에 올랐을 때 자신의 공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

골프규칙에서 선수가 자신의 공이 아닌 다른 공으로 플레이했을 때는 홀을 끝내고 곧바로 신고하면 2벌타, 다음 홀을 플레이한 뒤 신고하면 실격처리된다. 이에 따라 윤이나의 기록은 애초 컷 탈락에서 실격으로 바뀌었다.

‘오구 플레이’는 경기 중 언제든 발생하는 일이다. 그러나 윤이나의 늑장 대처가 화를 불러왔다.

윤이나는 당시 경기가 끝나고 약 한 달 뒤인 지난 15일 대회를 주관한 대한골프협회(KGA)에 신고했다. 그 사이 윤이나가 오구 플레이를 했다가 숨겼다는 얘기가 경기장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윤이나는 7월 14~17일 열린 KLPGA 투어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에서 첫 승을 올리면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경기장엔 윤이나를 보기 위해 많은 팬이 몰려올 정도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잘못된 행동에 대한 큰 대가를 치르게 됐다. ‘양심’을 속였다는 지적이 일자 윤이나는 지난 25일 사과문을 통해 “선수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저의 불공정한 플레이로 참가한 모든 선수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혀 죄송하다”며 “투어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반성하며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이나 사건에 대한 전·현직 선수들의 생각은 각기 달랐다. 강력한 징계의 필요성을 언급한 선수도 있었지만 징계 후에는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A선수는 “골프는 심판이 없어 경기 중에 여러 유혹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유혹을 이겨내는 것도 프로선수에겐 꼭 필요한 자질”이라며 “상황을 볼 때 윤이나 선수가 처음부터 속이려는 의도가 있어 보이지는 않은 것 같다. 상황이 그렇게 전개됐고, 신고해야 하는 기회를 놓치면서 그 뒤 말을 꺼낼 용기가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큰 경기였고 처음 경험하는 상황에서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가 빠르게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은퇴한 B선수는 “나이 어린 선수가 저지른 실수인데 마치 인성과 자질이 부족해 발생한 일로 단정 짓고 확대해 해석하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선수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만약 윤이나 선수가 악의적으로 속이려 했다면 끝까지 발뺌하려 했을 텐데, 그러지 않고 늦게라도 자진해서 신고한 건 그 또한 용기 있는 행동으로 봐줘야 할 것 같다”고 옹호했다. B선수는 “당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투어에서 활동했던 C선수는 “저라면 나 자신을 속이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행동을 전부 용서할 수는 없다. 양심을 속인 행위 그리고 성적에만 급급해 위기를 모면하려 했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선 깊은 반성과 함께 강력한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선수는 “특히 프로선수를 보며 꿈을 키우는 주니어 선수들에게 더 큰 교훈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꾸짖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캐디의 역할과 자질이 투어와 선수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A와 B 그리고 C선수 모두 “캐디는 단순하게 선수의 가방을 메고 따라다니는 게 전부가 아니다. 선수와 함께 경기를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1차 책임은 선수의 잘못이지만,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가 빠르게 판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캐디라도 정확하게 판단하고 결정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특히 C선수는 “선수가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질 때가 있다. 선수라면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그럴 때 캐디의 역할이 중요하다. 캐디도 선수 못지않게 경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선수와 함께 징계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이나의 행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깊이 반성하고 있는 만큼 복귀의 기회마저 빼앗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 이번 기회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공정한 스포츠 정신을 되새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골프선수를 여럿 후원하고 있는 D기업 대표는 “윤이나 선수가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있으니 자숙의 시간을 통해 더 성숙한 선수가 돼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며 “이번 사건으로 ‘양심 없는 선수’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기를 바란다. 징계를 받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른 뒤 필드로 복귀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선수가 되기를 기대하며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성적 지상주의가 불러온 안타까운 일”이라며 “선수의 자질과 인성을 함께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여자오픈을 주관한 KGA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 뒤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징계수위를 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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