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경란’ 사태 막전막후

사상 초유 ‘경란’ 사태 막전막후

일요시사 2022-08-01 11:34:52 신고

3줄요약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이 현실화됐다. 대다수 현직 경찰들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밀어붙이기를 주도한 것이다. 총경급 경찰 고위 간부들도 경찰국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 장관 탄핵이 거론됐다. 경찰국 신설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 달여 전부터 제기된 경찰국 신설이 위헌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찰국 설치가 쿠데타적 행위.”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비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의 말이다. 류 총경은 반대 의견을 내비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대기발령이라는 치욕을 겪었다.

8월2일부터
발빠른 처리

류 총경의 징계 소식을 들은 경찰들은 “정부의 개가 될 수 없다”며 단합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국 강행이 윤석열정부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은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시행령안은 오는 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된다. 행안부 내 경찰 업무조직이 신설되는 것은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이후 31년 만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과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안을 심의·의결했다.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은 지난 16~19일 입법예고를 거쳐 21일 차관회의를 마쳤다.

경찰국은 경찰 관련 중요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을 비롯해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임용제청권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자치경찰 지원 등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현행 직제상으로는 ‘국’을 장관 직속으로 둘 수 없어 불가피하게 경찰국을 차관 아래 뒀지만 실질적으로 장관 직속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수사 업무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이나 경찰 고위직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하지 않을 경우 수사 지휘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경찰국은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지원과 등 3개 과가 설치되며, 총 16명(과별 5명)의 인력이 배치된다.

이 중 경찰공무원은 업무 성격과 기능 등을 고려해 75%에 해당하는 12명이 배치될 예정이다. 기존 행안부 공무원으로 채워질 일반직은 4명이다. 다만 특정 업무 수요 등을 고려해 추가로 경찰 인력 파견(2~3명)을 고려 중이다. 이 경우 전체 경찰국 인력의 80%가량이 경찰공무원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이 장관은 국무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국 신설이 위법하다는 점에 합리적 명분이나 이유를 단 하나라도 댄다면 즉시 수정하겠다”며 “기존 잘못됐던 관행을 법에 맞춰 합리적으로 바꾸는 것인데, 경찰들이 집단행동하는 것은 합리적 명분이 없다”고 물러서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시행령 공포 전 행안부는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를 통해 경찰국 신설을 추진해왔다.

법무부 검찰국 형태와 유사
또 다른 라인·카르텔 우려

권고안 주요 내용은 ▲행안부 장관의 경찰 관련 업무를 보좌할 지원조직(경찰국) 신설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 제정 ▲경찰청장 등 고위직 후보추천위원회 설치 ▲경찰청장 등에 대한 장관의 징계 요구권 부여 등이다.

자문위는 경찰 지원조직 신설은 상위법인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는 대신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은 행안부령(시행규칙) 제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봤다. 이는 국민의힘이 불리한 여소야대 국회 문턱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경찰국이 부활하면서 대통령으로 시작돼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휘라인이 형성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경찰 조직에서 나온다. 이에 행안부는 경찰청에 대한 수사 지휘, 예산 점검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행안부 경찰국은 법무부 검찰국과 비슷한 형태로 부활하게 됐다. 법무부 검찰국은 1948년 11월4일 신설된 이후로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법무부는 그해 7월17일 헌법과 함께 제정된 정부조직법에 의해 설치된 정부부처인 만큼, 검찰국은 법무부 탄생 이후 74년째 함께해온 셈이다.

법무부 검찰국은 총 5개 과로 구성돼있다. 검찰과는 검찰 행정·조직·예산을 담당하고, 형사기획과는 공안사건을 제외한 형사사건에 대한 검찰 지휘·감독 등을 맡고 있다.

공공형사과는 공공수사사건 관련 검찰 업무 및 범죄 예방에 관한 사항 등을, 국제형사과는 국제형사관계 법령·조약을 입안하는 역할을, 형사법제과는 형사법제 제·개정 등을 담당하고 있다.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따르면, 검찰국장은 검사로 보한다. 국장은 검찰행정 종합계획 수립·시행, 검찰공무원 배치·교육훈련, 검찰청 조직·정원 관리, 검찰 예산 편정 및 배정 등을 담당한다. 검찰국은 문재인정부의 탈검찰화·비직제 조직 신설 등 법무부 주요 정책 과제를 검찰권 제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삼으면서 역할이 줄었다.

심각한 내홍
윤정부 부담

특히 검찰국이 검찰 내부 카르텔 형성과 줄 세우기 논란을 주도한다는 비판까지 나오면서 법무부 간부급에 현직 검사를 임명하는 일이 적었다.

윤정부의 검찰국 위상은 커졌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뒤집기를 위한 헌법 쟁송, 민정수석 폐지 후 법무부가 맡게 된 인사 검증도 검찰국이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경찰국이 법무부 검찰국처럼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부 검찰국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화에서 “법무부 검찰국은 대검에 이어 요직이라고 불리는 자리”라며 “검찰 예산과 인사 등을 좌지우지하기에 A씨가 검찰국장이면 ‘A 라인’이 생긴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정권의 핵심 인물이나 그의 최측근이 아니면 앉을 수 없다. 행안부 경찰국장도 결국 정권의 최측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 검찰국이 카르텔 형성 비판을 받으면서 문재인정부 당시 비 검사 출신이 대부분 법무부 간부가 됐다”며 “경찰국 신설은 검찰국과 같은 또 다른 카르텔을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 통제 목소리는 문정부에서도 꾸준히 나왔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 꾸려진 경찰개혁위원회는 경찰 권한 분산과 외부 통제 방안 등을 제시했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권은 크게 강화됐지만 국가경찰에 집중된 권한을 지역으로 분산하는 자치경찰제 등 경찰권 분산 방안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상황에서 2차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 수사권을 더 크게 늘려놨다.

행안부의 경찰국 부활 의지는 유명무실한 경찰위 때문이기도 하다. 경찰 통제 방안으로 경찰위 실질화를 제시할 정도다. 경찰위는 1991년 경찰행정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내무부 소속 치안본부를 경찰청으로 독립시키면서 만든 감독기구다.

7명으로 구성된 경찰위는 치안 정책 심의·의결,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권, 시·도자치경찰위원 추천권 등을 행사한다.

막강 경찰국
저지 총력전

다만 경찰위는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다. 그간 경찰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는 허수아비로 불리며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이유다.

이에 경찰과 시민단체 등은 국가경찰위를 대통령 또는 총리실 직속으로 옮기고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해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행안부는 경찰위가 경찰 통제에 부적합하다는 인식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비상설이고 자문 성격의 기구인 만큼 행정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경찰위가 경찰에 우호적인 인사 위주로 구성돼 적극적인 통제 기능이 발휘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경찰조직 간 갈등은 최고조다. 지난 주말 전국 총경회의를 기점으로 경찰 내부 반발과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논란이 ‘폭발’ 양상을 보이는 와중에 정부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면서 내달 2일 경찰국 출범에 ‘쐐기’를 박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앞서 지난 5월 12일 장관에 임명되자마자 행안부 내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를 구성, 경찰국 신설을 염두에 둔 경찰제도 개선안을 ‘속전속결’로 추진해왔다. 일명 ‘검수완박’법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을 민주적으로, 또한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통제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경찰 통제를 놓고 일선 경찰과 대통령실, 행안부, 경찰 지휘부 간 대립이 격화하는 가운데 경찰국이 속전속결로 출범하게 되면서 이들 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최근 출근길 문답에서 경찰 반발에 대해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이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행안부와 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잘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직접적 언급을 자제했던 것과 기류가 달라진 것이다.

이 장관 역시 경찰 반발에 대해 전날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까지 비유한 데 이어 이날 오전 출근길에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부회뇌동으로,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뭉치는 민중의 지팡이 ‘집단행동’
총경급 간부들 “개가 될 수 없다”

앞서 경찰청은 전국총경회의를 주도한 류 총경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하고 현장 참석자 56명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도 전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오늘을 기점으로 더는 국민들께 우려를 끼칠 일이 없어야 한다”며 집단행동 자제를 당부했다.

이에 대응해 경찰은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경감·경위급 현장팀장회의를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해 개최하기로 했다. 경찰대 출신 총경들이 주도한 지난 23일 전국경찰서장회의에서 규모와 범위가 더 커지는 모양새다.

회의를 제안한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은 1000명 이상의 참석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총경들에게 하셨던 불법적인 해산명령을 저희 14만 경찰에세도 똑같이 하실 건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에서 ‘쿠데타’ ‘중대한 기강문란’ ‘부화뇌동’ 등 강경한 발언이 쏟아져 나오자 경찰 직장협의회(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거리 대국민 홍보전과 1인 시위에도 더 불이 붙고 있다. 행안부 경찰제도 개선안에 반대하는 입법청원을 받는 홈페이지도 개설됐다.

민주당은 경찰국 저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먼저 이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 및 탄핵소추안과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경찰장악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비대위원인 한정애 의원을 선임했다”며 “한 위원장을 중심으로 경찰국 신설에 대한 민주당의 투쟁을 활발하게 전개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이 장관이 경찰의 집단 반발을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장관들을 스타로 만들어주겠다고 하더니, 결국 이런 방식으로 스타를 만들었다”며 “스타 되셔서 좋겠다”고 비꼬았다.

우 위원장은 “민주주의 후퇴를 막기 위해서 경찰국 신설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8·7 민주항쟁의 노력 끝에 내무부로부터 독립된 경찰청을 다시 행안부 지휘하에 두는 것은 ‘과거 회귀’라는 주장이다. 또 민주당은 정부가 전날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으로 경찰국 신설안을 통과시킨 것을 ‘법령 위반’으로 보고 이 장관 탄핵 가능성도 검토할 예정이다.

역대급 반발
산 넘어 산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해임건의안도 될 수 있고, 탄핵도 될 수 있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판 위에 올려놓고 검토할 것”이라며 “대책위에서 상위법령을 위반한 시행령과 관련해 문제점을 낱낱이 따질 것이다. 장관의 법령 위반은 탄핵 요건이 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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