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감독 VS 쿠팡플레이] OTT 시대, 다시금 대두되는 ‘창작자 권리’

[이주영 감독 VS 쿠팡플레이] OTT 시대, 다시금 대두되는 ‘창작자 권리’

데일리안 2022-08-09 07:31:00 신고

‘안나’ 편집 두고 갈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는 현재,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콘텐츠 생산 주체인 창작자들에 대한 권리를 두고 여러 갈등이 불거져 더욱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최근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의 편집 문제를 두고 감독·일부 스태프와 쿠팡플레이가 대립 중이다. 앞서 ‘안나’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이 법무법인 시우를 통해 “제작사도 아닌 쿠팡플레이가 감독인 나조차 완전히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편집했다”고 주장했다.

'안나' 스틸 사진ⓒ쿠팡플레이

이 감독에 따르면 ‘안나’는 회당 45~61분의 8부작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종 공개본은 회당 45~63분의 6부작으로 편집됐다. 이 감독 측은 “단순히 분량만 줄어든 게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가 훼손됐다”며 “보지도 못한 편집본에 내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 크레딧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으나 쿠팡 플레이는 이조차 거절했다”고도 말했다.

쿠팡플레이도 즉각 반박했다. 이들은 “‘안나’의 촬영이 시작된 후부터 일선 현장의 감과 제작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왔다”면서 하지만 감독의 편집 방향은 당초 쿠팡플레이, 감독, 제작사(컨텐츠맵) 간에 상호 협의된 방향과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개월에 걸쳐 쿠팡플레이는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했으나, 감독은 수정을 거부했다.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서, 그리고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 쿠팡플레이는 원래의 제작 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감독 측은 거듭 “쿠팡플레이는 지난 수개월에 걸쳐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했고, 감독은 수정을 거부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 양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쿠팡플레이의 일부 표현과 뉘앙스에서 창작자를 향한 권리 보호는 읽히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해 원래의 제작 의도에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다는 쿠팡플레이의 언급에서는 결국 이 감독의 동의 없이 편집이 이뤄진 것이 맞으며,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됐다’는 표현은 그것에 문제가 없다는 듯한 뉘앙스를 품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계약 상의 문제가 없다면 창작자의 권리는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한 발언에 결국 쿠팡플레이의 행각은 ‘갑질’이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앞서 넷플릭스는 IP 전체를 양도하는 방식의 계약으로 갑질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사전에 계약한 일정 제작비용을 주고 IP를 가지고 간다. 이에 일정 수준 이상의 흥행이 이뤄져도 제작사는 이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해당 IP를 바탕으로 생산되는 2차적 권리에 대해서도 주장하지 못하게 된다.

넷플릭스가 이러한 계약 방식을 고수하면서 제작사 및 창작자들에게 갑질 아닌 갑질을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던 가운데, 쿠팡플레이가 저작인격권까지 침해하는 선 넘는 행보를 보여주면서 OTT 시대 더욱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창작자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편집권을 두고 창작자와 제작사 또는 투자사나 채널이 갈등을 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렇듯 최종 결과물에 대해 창작자가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하게 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지금의 사례가 어떻게 해결되는지, 그 결과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기도 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편집에 대해 감독과 제작자 또는 투자사 사이에 이견은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협의를 통해 모두가 동의하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며, 이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감독을 교체하는 게 맞다. 감독이 오롯이 편집권을 가지고 있다고는 지금의 시스템에서 절대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서로 합의된 결과물을 도출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충분히 공론화가 필요한 일”이라며 “쿠팡플레이의 입장을 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PD는 지금의 사태에 대해 “대다수의 OTT 플랫폼들은 그들의 색깔에 맞는 작품들을 선보이려고 한다. 여기에 현재 그들의 영향력도 굉장히 크지 않나. 이러한 부분들이 그들의 개입이 점차 과도해지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어느 작품이나 감독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나. 제작사나 투자사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창작자의 기본적인 권리까지 침해하는 행동은 이해를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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