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수산물을 친환경적으로 섭취할 수 있을까?

환경보호: 수산물을 친환경적으로 섭취할 수 있을까?

BBC News 코리아 2022-08-13 14:34:58 신고

'지속 가능한 수산물'을 찾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BBC 퓨처의 수석 저널리스트, 조슬린 팀펄리가 수산물을 친환경적으로 소비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추구하는 이들에겐 수산물이 골칫거리일 수 있다.

우선 양식 새우부터 자연산 고등어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너무 넓다. 수산물은 탄소 배출, 남획, 대량 혼획(부수적인 어획), 항생제 오염 등 환경에도 다양하게 영향을 준다.

그래서 요즘엔 수산물을 완전히 기피하고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어떤 수산물은 환경에 주는 피해가 적고 건강한 식량원이다. 우리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수산물을 먹는다면 꽤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유다.

워싱턴DC 아메리칸 대학 환경과학과 교수인 제시카 게파트는 "수산물 범주에는 양식과 포획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보되는 2500종이 포함된다"며 "(생산 방식이) 다양하다 보니 그 안에서 지속 가능한 선택지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과거 오랫동안 채식을 했다. 하지만 약 10년 전에 소화 장애 진단을 받고 밀을 끊었다. 그때 대안을 찾다가 생선을 먹게 됐다. 현재 나는 영국에 살고 있고 이곳에는 식물성 대체육류 제품이 넘쳐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생선을 먹는다.

수산물에 관한 지속 가능성 우려를 취재하기 위해, 나는 한 달간 나의 수산물 섭취를 기록했다. 내가 먹는 생선이 어디에서 어떻게 잡혔는지를 포함해, 내가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적은 것이다. 그런 다음 어획이나 양식, 해산물 섭취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전문가들에게도 명확한 답은 없었다. 다만 그들로부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산지 정보가 없다면 경계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산물 산업

수산물은 전 세계적인 식량원이다. 2020년에는 약 1억7800만톤이 포획되거나 양식됐다. 양식이 확대되면서, 2030년이면 2억200만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 세계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1인당 20kg으로 1960년대에 비하면 2배 정도 많아졌다.

이 분야는 고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약 59만 명이 어업 및 양식 산업에 종사한다. 생계형 어업과 부업까지 포함하면 이 분야에 일정 부분 이상 생계를 의존하는 이들은 약 6억 명에 달한다. 세계 인구 13명 중 1명꼴이다.

수산물은 단백질 및 필수 영양소를 제공한다. 세계적으로 약 30억 명이 단백질의 주 공급원으로 수산물을 먹는다.

하지만 양식 및 포획 과정에서 노동자 권리 및 혼획, 저인망 어선(트롤선)으로 인한 환경 파괴, 탄소 및 질소 오염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획 또한 큰 문제다. 식량농업기구(FAO)는 2019년 기준 어업의 65%만이 생물학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실마리

나의 기록을 보니, 그동안 나는 생선을 총 6차례 먹었다. 그중 세 번은 해덕(대구와 비슷하나 그보다 작은 바다 고기)을 먹었다. 내가 해덕을 먹은 식당 한 곳에서는 북대서양에서 낚시로 잡은 해덕이라고 했다. 다른 식당에선 해덕이 스코틀랜드 작은 어촌에서 왔지만, 잡은 방법은 모른다고 했다. 세 번째 식당은 스코틀랜드 애버딘셔에서 온 해덕이며 "지속 가능한 트롤링(바다 밑바닥으로 그물을 끌고 다니면서 바닷속의 물고기를 잡는 방법)으로 잡았다"고 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양식한 연어를 사용한다는 에딘버러의 초밥집에서 연어 초밥도 먹었다. 나머지 두 번은 바렌츠해에서 트롤링으로 잡은 대구, 북동부 대서양에서 잡힌 고등어(잡은 방법은 알 수 없었다)를 먹었다. 내가 알기로 이 중 어느 것도 지속 가능성 관련 인증을 받지 않았다.

얻은 정보를 이해할 때는 해양보존협회(MCS)의 '굿 피시 가이드'가 도움이 됐다. 생선 공급 과정의 지속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되는 정보를 담은 가이드 앱이다. 미국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의 '시푸드 와치'도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이 두 가지 가이드 앱은 지역 규제를 기반으로 어장 및 양식장 관리, 수산물 건강 상태 등을 신호등 색깔로 표시해 준다. 이를 통해 현재 시스템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는지를 따져볼 수 있다.

MCS의 잭 클라크는 "해산물은 육류에 비해 선택하기 복잡하고 변수가 많다"며 "자연산과 양식으로 구분되고, 그 안에서도 장소나 잡는 방식 등에 따라 수백 가지 선택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어획 풍경
Getty Images
전 세계적으로 수산물을 단백질 주공급원으로 삼는 인구는 약 30억 명에 달한다

MCS의 굿 피시 가이드에는 생선 약 140 종에 대해 600개 등급이 매겨져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먹은 해덕과 대구는 2등급(전체 5등급 중 최고 등급은 1등급)인 듯했고, 스코틀랜드 양식 연어는 3등급(대서양에서 잡은 자연산 연어는 5등급)이었다. 또한 고등어는 잡은 방식과 어획한 위치에 따라 등급이 달라지는데, 나는 관련 정보가 없어 판단이 불가능했다.

환경보호기금(EDF)의 어업솔루션센터 부의장인 사라 폰은 "이런 가이드가 정보의 미묘한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이드는 수산물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따지죠. 특정 장소에선 좋은 선택이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에 의미가 있어요."

존스홉킨스센터의 '살 만한 미래' 프로젝트에서 수산물 파트를 이끄는 리즈 누스바우머는 이런 앱을 지속적으로 쓰다 보면, 더 나은 선택과 좀 더 괜찮은 어획 방식과 양식 지역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시푸드 와치 프로그램 디렉터인 에린 허드슨은 "어획 및 양식 상황은 변하고 있어서, 우리도 매달 새로운 등급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라벨을 믿어도 될까?

이 두 앱 모두 해양관리협의회 인증이나 ASC(수산양식관리협의회에서 인증하는 지속 가능한 양식 생산 수산물) 인증 여부를 보여준다. 물론 이런 인증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만난 전문가들은 수산물을 고를 때 참고할 만한 인증이라고 했다.

클라크는 "(해양관리협의회의 파란색 마크는) 적어도 수산물 검사 및 관리 방식을 입증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선택인지를 빠르게 판단할 방법으로 쓸 수 있죠."

이 같은 인증은 수산물 산업에서 사기를 막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수산물 DNA 식별 자료를 분석한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수산물 라벨의 30%가 어종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었다. 반면 해양관리협의회의 2019년 DNA 연구에 따르면, 지속 가능성 마크가 있는 수산물 라벨은 99% 이상 정보가 정확했다.

그러나 이러한 라벨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속 가능한 방식의 어업을 하더라도, 인증까지 받을 여력이 없는 곳도 많다. 그래서 폰은 공정 무역 인증같이 소규모 어업인들이 받기 쉽게 되어 있는 인증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수산물

이러한 인증이나 앱은 해당 수산물의 탄소 배출량을 보여주진 않는다. 탄소 배출량은 수산물의 종마다 다르다. 또한 포획 및 양식 방법에 따라 탄소 배출이 달라지기도 한다.

게파트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몇 가지 수산물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할 기준을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농업에서 따지던 온실가스 배출, 질소 및 인 오염, 토양 스트레스 및 담수 사용 등을 따져본 것이다.

게파트는 "동일한 방식으로 수생 식품을 (농업이나 축산업과 함께) 비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 결과 양식 홍합, 굴, 가리비, 조개 등이 포함된 양식 조개류가 모든 척도에서 환경에 가장 적은 영향을 미쳤다. 질소와 인 오염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성장 과정에서 질소와 인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합을 포함한 야생 조개류 채취는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 야생 홍합은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준설 방식으로 잡는다. 그래서 자연산 조개류 채취 방법은 지역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많다. 자선단체인 '오픈 시즈'에 따르면, 가리비 준설은 영국 어업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측면에서 은어, 대두어, 연어, 송어 양식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잉어를 양식할 땐 토지 사용량이 많았다.

야생 포획 생선 중에는 청어, 정어리, 멸치의 탄소 배출양이 비교적 적었다.

그러나 야생에서 잡은 넙치, 가자미, 바닷가재는 온실가스 배출에 악영향을 끼쳤다. 새우는 양식이든 자연산이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했고, 양식 틸라피아도 비슷했다.

전반적으로 수산물은 닭고기 정도의 탄소 배출을 보여줬다. 물론 식물성 단백질에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파트는 "(종류가 다양해서 일반화는 어렵지만 평균적으로) 다른 육류에 비해 탄소 배출이 좀 더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피해야 할 생선

내가 생선을 처음 먹기 시작했을 때, 연어와 새우를 양식할 때 야생에서 잡은 고등어, 정어리, 멸치 등을 사료로 쓴다는 사실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식용으로 잡은 생선을 다른 생선에게 먹인다고? 작은 생선을 사람이 먹는 게 에너지 낭비를 줄여주지 않을까?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에서는 연어 양식할 때 생선 사료를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일부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영양소를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게파트는 지난 십 년 동안 "사료 기술이 많이 향상돼, 생선을 사료로 이용할 때의 효율성이 올라갔다"고 했다. 그녀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된 원양 어업에서 가져온 생선 사료가 산림 벌채가 진행되는 지역에서 가져온 콩보다 더 낫다고 했다.

또한 누스바우머는 해조류 첨가물이나 곤충의 애벌레 같은 자원을 사료로 활용하는 계획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우리가 수산물을 고를 때, 피해야 할 것들이 있다. 상어와 참다랑어가 대표적이다. 새우도 영향력이 커서 조심해야 한다. 게파트는 새우 양식장이 어린 생물들의 서식지가 되는 해안가 맹그로브 숲지대를 없애 해안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와 같은 국가의 농부들은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논에다 타이거 새우 양식용 바닷물을 채웠다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허드슨은 "새우는 지속 가능성 등급이 낮은 경우가 많다"며 "새우를 먹을 때는 그 새우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길러졌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수산물을 선택할 때 ASC 같은 인증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최근 이들 인증기관은 양식장이 항생제 사용, 노동 환경, 물 사용 등의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기 시작했어요."

폰은 원산지를 알 수 없는 수산물이 가장 위험한 것이라고 했다. "식당이나 공급자 또는 식료품점이 그 수산물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잡혔는지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그 수산물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잡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죠."

다양하게 먹는 것이 좋을까?

영국에서 소비되는 수산물의 약 80%는 대구, 해덕, 연어, 참치, 새우다. 내가 기록한 나의 수산물 소비도 이와 비슷했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수산물의 62%는 새우, 연어, 참치 통조림, 틸라피아, 알래스카 명태다.

클라크는 특정 수산물에 집중된 소비가 어업 및 양식에도 부담이 된다고 했다. 그는 "특정 종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경우 지속 불가능한 어업 관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규모 어업을 대규모 어업이 대체하고, 남획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덜 알려진 수산물에 대한 대중의 의문을 해소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연어 대신 양식 송어를, 대구 대신 헤이크(대구류 생선)를 먹을 수 있다. 사료가 필요 없고 바다에 줄을 던져 양식할 수 있는 홍합 같은 조개류는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새우보다 우월하다.

게파트는 수산물 공급을 다양화하면, 사람들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확보되는 로컬 수산물을 소비할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잡는 법

거주 지역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수산물 관련 정보의 양이 달라진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항상 확인하려 노력해야 한다.

내가 먹으려던 대구가 저인망 어업으로 잡은 것임을 알게 됐을 때, 나는 죄책감을 느꼈다. 저인망 어업은 원뿔 모양의 그물로 해저를 훑어서, 해저 서식지를 손상시킬 수 있다. 또한 의도치 않게 다른 물고기도 많이 잡고, 이 과정에서 다른 물고기가 죽거나 다친 채로 버려진다.

저인망 어업은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한다. 게파트는 "해저 저인망 어업은 당연히 낚시 방법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해저에 가라앉았던 많은 탄소를 긁어서 띄울 수도 있다.

가리비를 예로 들어보자. 굿 피시 가이드에 따르면, 자연에서 준설을 통해 잡은 가리비는 3~5등급이다. 다이버가 해저에서 하나씩 건진 것은 2등급이고, 양식은 1등급이다.

클라크는 참치도 외줄낚시로 잡은 게 굿 피시 가이드에서 훨씬 더 높은 등급이라고 말했다. 그는 "돌고래와 상어 등이 의도치 않게 잡혀서 피해를 보는 것이 걱정된다면, 외줄낚시로 잡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폰은 대형 그물이나 저인망으로 잡은 생선에 대해선 혼획이나 서식지 피해를 줄이려는 조처를 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클라크는 어획법이 지역의 영향도 받는다고 했다. 어떤 바다는 저인망 어업으로 인한 피해가 적다는 것이다. "바닥에 별다른 구조물이 없고 암초나 부드러운 산호도 없이 진흙만 있는 경우죠."

소비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공급망 추적 및 어획량의 지속가능한 관리 등에 대한 정책적 변화를 지지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취재를 통해 나는 수산물 섭취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 나는 앞으로 먹이 사슬에서 더 상위에 있는 어종을 피하고 작은 생선과 양식 홍합, 해산물 슈퍼 푸드 등을 선택할 것이다. 또한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굿 피시 가이드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내가 얻은 가장 큰 변화는 수산물을 구입할 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된 것을 찾게 됐다는 점이다. 허드슨은 소비자들이 상점이나 식당에서 지속 가능한 수산물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고객이 지속 가능한 해산물을 찾으면, 레스토랑과 소매 업체는 공급 업체에게 지속 가능한 방식의 수산물을 요구하기 시작할 겁니다. 솔직히, 대답이 중요한 건 아니죠. 중요한 것은 질문입니다. "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