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오’ 고경표 “매일 야식으로 살 찌우며 촬영…행복했죠” [인터뷰]

배우 고경표가 군대 소재의 코미디 영화 ‘육사오’ 개봉을 앞두고 “내 군 생활은 전우들의 배려 덕에 좋은 추억이 됐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싸이더스

코미디 영화 ‘육사오’의 배우 고경표

어머니 돌아가신 후 욕심 내려놔
인생 짧다는 생각…술도 끊었죠
주연보다 스펙트럼 넓은 배우 꿈

“군대에서 보낸 시간이 저에겐 너무나 소중해요.”

배우 고경표(32)가 군대를 무대로 한 코미디 영화 ‘육사오’ 개봉을 앞두고 자신의 군 생활을 돌이켰다. “어머니의 암 판정” 소식을 듣고 2018년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우울함”에 빠져있었던 그는 늘 자신을 먼저 “배려하고 이해해준 전우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동기들보다 “늦은 나이에 입대”한 자신을 “잘 따라와 준 동생들”덕에 2020년 1월 만기 전역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군대에서 만나 막역한 사이가 된 동료 배우 주원, 가수 빈지노, 그룹 빅뱅 태양·대성과의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군 생활을 하면서 공연하며 ‘군뱅’(군대+빅뱅)을 결성했다”는 그는 “이들과 함께 현실에 타협하지 않는 꿈과 예술,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나도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포동포동한 역할, 실컷 먹으며 행복”

24일 개봉하는 영화에서 고경표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1등 당첨 로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말년병장을 연기한다. 한껏 풀어 질대로 풀어진 말년병장 역을 위해 “매일 야식을 먹으며 살을 포동포동” 찌웠다. 앞자리가 7이었던 몸무게가 촬영 막바지에는 88kg로 바뀌었다.

“맘 놓고 먹을 수 있어 행복했죠. 원래 먹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도 살을 빼야 확실히 건강한 게 느껴져요. 이제는 다이어트가 익숙해져서 살찌우는 역은 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고무줄 몸무게’로 유명하지만 살 뺄 때 엄청난 노력과 고통을 쏟아야 하거든요.”

오랜만에 출연한 “코미디 영화”에 대한 만족감도 크다. 시사회에서 관객의 “즉각적인 웃음과 리액션”을 확인하니 더욱 기분이 좋다.

“사실 예전엔 코믹 연기 하는 게 싫었어요. 어린 마음에 멋있는 것만 하고 싶었죠. 그런데 장진 감독님과 ‘SNL코리아’를 하면서 코미디에 대해서 배우고 생각도 바뀌었어요. 상황과 정서를 쌓아 설계한 순간에 웃음이 딱 터져 나오면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어머니 돌아가신 후 삶이 달라졌죠.”

앞서 개봉한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는 조연,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D,P’에서는 특별출연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명실상부 ‘주연 배우’로 우뚝 섰지만 그에게 “주·조연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전 연기가 하고 싶은 거지 주연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단역이어도 상관없죠. 그게 제가 되고 싶은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에 더 가깝게 다가가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욕심을 부리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2020년 9월 투병 중이던 암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많은 것들을 내려놓게” 됐다.

“어머니는 제 세상의 전부였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제 세상은 없어졌어요. 저뿐만 아니라 아버지, 누나 모두 어머니와 함께 그때 죽었다고 생각해요. 우리 가족은 죽음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있어요. 가장 두려웠던 일을 겪고 나니 인생이 참 짧고 덧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절 건강하게 만드는 느낌이에요. 최근에는 술까지 끊었죠. 지금이 너무 좋아요.”

이승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