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주자 없는 'AI 반도체' 선점해야..韓, 미래 반도체 패권 쥘 것"

"선두주자 없는 'AI 반도체' 선점해야..韓, 미래 반도체 패권 쥘 것"

이데일리 2022-08-18 06:30:00 신고

3줄요약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1등’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시스템 반도체 발전은 더딘 상황입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해야 합니다. 기업 역시 연구진과 협력해 건강한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해야 합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17일 이데일리와 만나 차세대 반도체 개발 전략에 대해 밝혔다. 김 단장은 초격차 기술을 앞세운 한국 반도체 업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언급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모두가 아는 1등이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이렇다 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인 만큼 이 격차를 메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단장이 경기도 성남시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20년 차세대지능형반도체 핵심 및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설립한 범부처 공동사업단(공익법인)이다. 사업단은 오는 2029년까지 10년간 총 1조96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차세대 반도체에 관한 총 82개 과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업의 핵심은 인공지능(AI) 반도체다. AI 반도체는 병렬 연산을 통해 연산 속도와 효율을 높여 AI 딥러닝에 특화한 차세대 반도체다. 머신러닝을 비롯해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AI 딥러닝을 적용한 미래 기술의 기반으로 꼽힌다.

사업단은 체계적으로 AI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 ‘AI 1등 국가’로 도약하겠단 구상이다. AI 반도체가 막 태동한 만큼 기술만 확보한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계와의 협력도 절실하다. 대만의 TSMC가 대학 등 연구진과 활발히 교류하며 차세대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한 것처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과의 기술 교류를 통해 AI 반도체 연구의 기반을 다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폐쇄적인 산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크다. 김 단장은 “기업이 보유한 최첨단 기술력을 바탕삼아 연구 방향을 검토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첨단 기술을 내놓으란 게 아니라 조언을 통해 업계의 ‘선순환’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단장과의 일문일답.

-우리나라 반도체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메모리는 모두가 알듯 1등이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모두 반도체 산업의 균형적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10년 이상 발전이 멈춰 있다. 지난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3년간 ‘시스템IC 2010’ 사업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를 키우려 했던바 있다. 당시 국내 시스템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4%대를 웃돌았던 반면 지금은 3%대로 주저앉았다. 스마트폰 도입으로 국내 기업이 선방하던 모바일 칩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통합되며 점유율도 함께 줄었다.

다만 이제는 새로운 시장을 봐야 한다. AP는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규모 반도체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워서다. 새롭게 등장한 시장은 바로 AI 반도체다. AI 반도체는 굉장히 유망하다. 전망을 보면 2030년 시스템 반도체의 30% 이상을 AI 반도체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I 반도체는 학습하고 추론하는 그야말로 ‘인공지능’ 칩이다. 따라서 범용으로 개발하기보단 용도와 응용처에 맞게 특정해야 한다. 인텔, IBM,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테슬라 등 자동차 기업과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까지 자기 수요에 맞는 AI 반도체 개발에 나선 이유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에서는 어떤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어떤 성과를 내고자 하는가?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하고 팹리스 기업도 키우자는 것이 사업의 취지다. AI 반도체는 막 시작한 산업이고 선두주자가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 역시 기술 개발만 한다면 충분히 진입할 수 있다. 기술력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AI 일등 국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은 서버에 들어가는 초고성능 AI 칩과 모바일, 자율주행 등에 활용하는 엣지형 AI 칩, 그리고 기존 시스템 반도체에 AI 기능을 더해 시스템 반도체를 고도화하는 세 가지 트랙으로 AI 반도체를 육성하고자 한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과제가 AI 반도체를 비롯해 상용 반도체, 제조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총 143개에 달한다. 이제 겨우 3년 차에 접어든 사업인 만큼 올해 말께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우수한 결과가 나온 바 있지만 이를 발표하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정부와 산업계 모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 산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반도체 대기업이 AI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해 더 많이 협력해줬으면 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이 나서서 기술을 알려달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부가 차세대 반도체 육성을 위해 굉장히 많은 지원을 하면서 대학과 사업단에서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때 가장 앞선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우리 기업이 진행 중인 연구에 조언만 해줄 수 있어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폐쇄적인 기업 특성상 협조를 구하기가 참 어렵다. 대만의 경우 TSMC와 대학의 협력이 굉장히 활발하다. 이를 통해 TSMC가 반도체 생태계를 잘 이끌어 줬고, 그러면서 미디어텍과 같은 팹리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처럼

생각해보면 대학과 사업단에서 연구를 맡은 인재들이 나중에 기업 반도체 연구소 등으로 자리를 옮겨 결과적으론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도체 스타트업 역시 성과를 내고 시점이 맞는다면 M&A 등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결과적으론 기업의 협력이 차세대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순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단장이 경기도 성남시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이 격화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계가 마주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최근 화두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칩4 동맹’이다. 이미 일본과 대만은 가입을 기정사실화한 상황이며 우리나라도 전향적으로 검토키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부르는 상황과 같다. 칩4는 한국의 메모리와 미국의 설계, 대만의 파운드리, 일본의 소재를 합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는 것이지만 핵심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 반도체 제조 기술력을 갖고 있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대만, 유럽(EU),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이스라엘과 중국 등 9곳 뿐이다. 이 중 산업이 그나마 자리 잡은 한국과 미국, 대만, EU, 일본 등 다섯 나라가 오래전부터 ‘세계반도체협의회(World Semiconductor Council)’를 통해 협력해 왔는데 중국이 늦게 합류하며 여섯 나라가 협의체를 운영해 왔다.

그런데 중국이 지난 2015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1조위안(약 193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올리겠다고 하면서 미국의 견제가 시작됐다. 중국이 미국 GDP의 40%까지 따라잡으면서 이같은 (위기감이) 커졌을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반도체까지 따라잡히면 다음 기술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협의회에서 중국과 EU를 빼고 나머지 네 국가가 글로벌 공급망을 형성하자고 제안한 이유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로서는 득실을 따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현 상황에서 반도체 장비, 설계툴, 시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강자는 아직 미국이다. 우리나라가 메모리를 만들건 파운드리에 집중하건 시장만 놓고 따지면 미국이 더 크다. 따라서 칩4에 가입하되 ‘동맹’이 아닌 ‘협의체’임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전략이 괜찮다고 본다. 상호 기술 교류와 투자를 논의하는 협의체라는 점이 중요하다. 외교적 역량이 필요하겠으나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 양쪽을 설득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 ‘협의체’에 방점을 찍고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우리의 요구사항을 국익에 맞게 제안하고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메모리 물량의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등 중국 역시 포기할 수 없다. 중국에는 어떤 카드를 제시할 수 있을지?

△중국에는 칩4가 어디까지나 협의체이며 중국이 필요로 하는 메모리 완제품을 충분히 공급해 주겠다는 사인을 줄 수 있겠다. 미국이 원하지 않는 것은 중국이 14나노미터 이하 미세공정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장비 수출 규제 등을 통해 이를 막는 이유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에 첨단 기술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삼성이나 하이닉스로서는 중국에서 28나노 수준의 레거시 공정만 할 수는 없을 테다. 하지만 당장 단가가 올라가더라도 국내에서 D램 미세 공정 작업을 한 뒤 중국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는 식으로 미국과 중국의 요구에 맞출 필요가 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 △반도체 소자·공정 전문가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 △시스템IC 2010 사업단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한국결정학회/한국재료학회 회장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학술진흥위원회 공학부문 위원장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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