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인력난 속수무책…‘구조적 혁신’ 언제

조선업계 인력난 속수무책…‘구조적 혁신’ 언제

데일리임팩트 2022-08-31 14:3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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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8만 입방미터(㎥)급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본문 한국조선해양 수주 선박과는 관련 없음. 사진.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8만 입방미터(㎥)급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본문 한국조선해양 수주 선박과는 관련 없음. 사진.한국조선해양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조선업계 인력난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업종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 개편 등 근원적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다.

올해 들어 수주절벽에서 벗어나긴 했으나 과거처럼 큰 수익은 기대할 수 없는 구조로 한 번 떠난 숙련공들이 돌아오지 않아 비숙련공 중심의 외국인 노동자 쿼터 확대 등 땜질처방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전 같았으면 자연스럽게 여겨졌을 동종업계간 이직마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로 업계 인심이 팍팍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고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업종 특성을 살린 임금체계 개편 내지 업체간 통폐합 같은 구조조정 필요성이 또 다시 부각되는 형국이다.

3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대한조선·케이조선 4사는 최근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계열사인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을 부당 인력 유인·채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 업체는 공정위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현대중공업그룹 3사가 당사의 핵심 인력 다수에 접촉해 이직을 제안하고, 통상적인 보수 이상의 과다한 이익을 제공했다”라며 “일부 인력은 채용 절차상 특혜를 제공하는 등 부당한 방식으로 인력 유출을 유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업체는 유출 인력 대부분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 설비(FLNG) △부유식 원유 해상 생산설비(FPSO) 전문 인력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특정 피해 회사의 경우 올해만 직원 70여명이 현대중공업그룹 3사로 옮겨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부정한 접근을 하거나 특혜를 주거나 하는 식이 아닌 공정한 절차를 밟은 채용”이라며 “공정위 쪽에서 아직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향후 추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건조 LNG운반선 시운전 모습.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 건조 LNG운반선 시운전 모습. 사진.삼성중공업

2010년대 조선업계 대규모 해양플랜트 부실사태 이후 고급인력들과 그 인력들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공백 후유증이다. 정부의 중재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서 최근 발표한 조선업 현황 및 경남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업 종사자는 지난 2014년 말 정점(20만3000명)을 기록한 이후 최근까지 꾸준히 감소해 지난 2021년 말 기준 9만3000명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4년부터 지난 2021년까지 줄어든 인력 11만1000명의 75.6%가 사내협력사 기능직(8만3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유사 업종 대비 낮은 급여·정주여건 부족 등으로 인해 업계 내 숙련 인력들이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기술 호환이 가능한 여타 제조업 업종으로 이직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하청근로자 위주로 고용이 대규모로 중단된 선례로 인해 사내 협력사의 경우 기능직 구인이 쉽지 않다는 점 역시 문제로 꼽혔다.

이로 인해 보고서는 지난 3월 조선협회 자료를 근거로 부족한 기능직 인력 규모는 오는 9월까지 9000명, 오는 2023년 6월까지 1만1000명 수준으로 추정했다.

전문인력 부족으로 인한 사고 위험 역시 나날이 높아지는 중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조선업에서 56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65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사망자 72%인 47명(사망사고 39건)은 하청업체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 중 3분의 1인 21명(사고 17건)은 일한 지 3개월이 안 된 미숙련 노동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월 23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하청지회의 불법 점거로 진수가 중단된 지 5주만에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이 성공적으로 진수 되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상관 없음. 사진.대우조선해양
지난 7월 23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하청지회의 불법 점거로 진수가 중단된 지 5주만에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이 성공적으로 진수 되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상관 없음. 사진.대우조선해양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위험직군임에도 임금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 당시 노조 측은 “최근 5년간 하청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30%가량 하락했고 최저임금 수준이라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는 지난 2015년 조선업계를 뒤흔든 불황으로 인해 시행됐던 대규모 구조조정·상여금 삭감·임금 동결 이전으로 임금 수준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연장근무 감소 역시 조선업계 노동자들에게 독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7월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중소조선업체 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52시간제 전면 시행 1년 영향 조사’ 결과 월평균 60만1000원의 임금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CEO) 등과 차담회를 가지며 조선업의 외국인력 도입 등과 관련된 애로사항을 확인하고 이중구조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도 “조선업의 고용구조와 근로조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노동시장 개혁의 중요한 과제이고 출발점”이라며 “조선업 원·하청 간 임금 격차가 상당한 수준이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산업재해와 임금 체불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노동부는 정부와 이해관계자, 전문가가 상시 소통해 조선업 문제를 지속해서 파악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조선업 상생협의체’를 조만간 구축할 예정이다.

물론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인력난 해결책은 미봉책일 뿐이다.

정효원 한국은행 경남본부 기획조사팀 과장은 조선업 현황 및 경남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조선업계의 인력 부족, 금융여건 악화 등으로 최근 급증하는 신규수주를 적절히 소화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해소방안이 절실하다”라며 “임금 문제 해결과 생산공정 자동화 등으로 기능직 인력 부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유입 확대 등을 통한 인력 문제 해결 노력은 단기적 인력 수급 개선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근본적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고용 애로를 해소하고 이에 따른 유입 인구가 정주 여건을 더 발달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도 데일리임팩트에 “당장 외국인 노동자 고용 확대 등 정부 지원은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임금체계 개편 및 필요 부문 중심의 탄력적 인력 운용, 금융권의 선수금환급보증(RG) 확대 등 다양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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