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줄 세우기 논란에…삐걱대는 ‘금리공시 제도’

실효성-줄 세우기 논란에…삐걱대는 ‘금리공시 제도’

데일리임팩트 2022-08-31 14:35:06 신고

3줄요약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윤석열 정부가 금융소비자의 금리 선택권 강화를 위해 강력하게 추진해온 ‘예대금리차 비교공시’와 ‘금리인하요구권 공시’제도가 나란히 베일을 벗은 가운데, 첫 공시 이후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공시 과정에서 공개되는 지표 자체가 많아 소비자들의 선택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이제 첫 번째 공시가 나온 상황 속에서 양 제도의 궁극적 목표인 ‘대출금리 인하’ 효과 역시 기대한 수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을 포함한 금융업계 전반에서는 소비자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이번 정책에 큰 틀에서 공감하면서도, 제도의 목적과 본질을 살리기 위한 추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 소비자의 금리선택권을 보장하고 나아가 금리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제도’와 ‘금리인하요구권 비교공시 제도’가 시행된 가운데 일각에서 실효성 논란을 포함해 제도의 본질을 살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요 지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근거에 다소 혼란이 있고, 워낙 다양한 지표를 언급하다 보니 실제 소비자들의 선택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공동취재사진

금리 선택권 확대 위한 ‘두 가지 카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금융 관련 정책의 핵심 모토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해왔다. 특히, 당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며 금융권이 역대급 수익을 올리자 이를 ‘이자장사’로 규정하고 강도 높은 금융권 때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이자 장사를 막겠다며 꺼내는 카드가 바로 ‘예대금리차 비교공시’와 ‘금리인하요구권’ 제도의 강화였다. 금융권의 이자 수익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건 불가능한 만큼, 이러한 제도를 통해 금융사 자체적인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목적이었다.

우선 지난 22일 첫 공시에 나선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는 말 그대로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를 1개월 단위로 공시하는 제도다. 그간 금융사 자체적으로 예대금리차를 공시해왔지만 공시 간격이 3개월로 바뀌는 제도(1개월)에 비해 긴데다, 산출 대상도 신규가 아닌 누적 잔액이었다는 점에서 정확한 예대금리차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뒤이어 지난 30일, 또 다른 제도인 금리인하요구권 비교공시가 시작됐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은행 등 금융사에서 대출받은 개인이나 기업이 신용도가 개선됐을 때 대출 이자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고금리 시대에 지속해서 이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자를 낮출 방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그간 실제 현장에서 실제 금리인하요구를 수용하는 비율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금융사 개별 수용률을 공시해 요구권 사용을 활성화하고 수용률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목적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소비자의 금리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의 취지 자체에는 금융업계에서도 공감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금융당국의 기대만큼 소비자의 금융상품 선택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현황. 자료. 은행연합회.
상반기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현황. 자료. 은행연합회.

지표 따라 다른 결과, 소비자는 ‘혼란’

이처럼 금융업계 내에서도 양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건, 공시되는 수치와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는 수치 간에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공시 지표가 워낙 다양한데다, 어떤 지표를 고려하느냐에 따라 선택 자체가 뒤바뀔 수 있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0일 처음 공개된 금리인하요구권 비교공시의 경우, 소비자가 어떤 지표를 고려하느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은행이 모두 달라진다.

현재 금리인하요구권 비교공시를 통해 확인 가능한 주요 지표는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건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에 따른 이자감면 규모 등이다. 문제는 각 지표별 상위권에 위치한 은행들이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조사대상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수용건수를 보인 은행은 8만7000여건을 기록한 카카오뱅크, 가장 높은 수용률을 기록한 곳은 93.6% 수준을 보인 KDB산업은행이다. 가장 이자감면액이 많았던 곳은 IBK기업은행(458억900만원)으로 지표마다 상이했다.

일반 금융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기준으로 범위를 좁혀봐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장 많은 수용건수(4만70건)와 이자감면액(47억100만원)을 기록한 은행은 신한은행인 반면 가장 높은 수용률을 보인 곳은 NH농협은행(59.5%)으로 역시 지표에 따라 선택지가 달랐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공시 주체인 은행연합회는 “수용률의 경우, 중복 신청 건에 따른 착시현상이 일부 반영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수용 건수, 이자감면액 등을 중심으로 비교하는 것이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공시 페이지에는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같은 정보가 노출되지 않고 있다. 기준 지표마다 다른 결과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4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4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착시효과에 ‘디테일 보완’ 필요성도

이러한 문제는 앞서 시작된 ‘예대금리차 비교공시’에서도 두드러진다. 은행별 특성과 현황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수치 비교’에 머물다 보니 일종의 ‘착시효과’로 인한 소비자 선택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공개된 시중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1.87%p다. 5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좁혀보면 예대금리차는 1.21%p로 다소 감소한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가계예대 금리차를 보인 곳은 1.62%p를 기록한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가계대출금리와 저축성수신금리는 각각 4.57%와 2.9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당시 발표 직후, 신한은행 측은 이러한 결과가 일종의 ‘착시효과’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당시, 신한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고금리인 서민지원대출 상품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예대금리차가 커졌다”며 “실제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고금리 서민지원대출 규모가 가장 큰 곳(9751억원‧2021년 기준) 역시 당행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는 단순히 가계대출 평균금리와 정기 예·적금 평균 금리 간 차이를 공개한다. 은행별 자산규모, 중‧고금리 대출 비중, 저원가성 요구불예금 등 주요 변수는 여기에 반영되지 않는다. 반면, 매달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은행권 예대금리차에는 이러한 변수가 반영된다.

예금은행의 가중평균금리. 자료. 한국은행.
예금은행의 가중평균금리. 자료. 한국은행.

여기에 이러한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제도가 실제 금리인하 효과로 연결될 수 있을지도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공개한 7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전월 대비 0.29%p 오른 연 4.52%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전월 대비 0.12%p 오른 연 4.16%로 대출 금리 상승을 이끌었다.

대다수 은행은 8월 비교공시 시행을 앞두고, 전월(7월)부터 나란히 공격적으로 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이번에 공시된 예대금리차가 8월 내 집행된 ‘신규 대출’을 기준으로 산정된 만큼 미리 대출금리를 내려 예대금리차를 낮추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대출 금리는 또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가산금리 조정과 우대금리를 통해 금리를 낮췄지만, 4회 연속 오른 기준금리의 영향을 비껴갈 수는 없었던 탓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은행별 특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비교공시는 사실상 단순히 순위만을 가리는 줄세우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이라며 “지표 산정 방식을 변경하거나, 관련 내용을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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