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두려워하지 말자”던 신동빈…인적 쇄신 나서나

“실패 두려워하지 말자”던 신동빈…인적 쇄신 나서나

데일리임팩트 2022-08-31 18:35:55 신고

3줄요약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을 찾은 신동빈 회장이 신규 증설한 메셀로스 공장 라인의 제품분쇄기 배출배관 경로를 살펴보며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 롯데지주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을 찾은 신동빈 회장이 신규 증설한 메셀로스 공장 라인의 제품분쇄기 배출배관 경로를 살펴보며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 롯데지주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적 도전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도전정신은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 화두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하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웨인 그레츠키가 남긴 “시도조차 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을 인용해 도전정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총수의 신년사는 한 해 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대내외에 던지는 무게감이 다른 만큼, 재계에서는 주력사업과 연계해 추측들을 내놓는다. 이토록 남다른 신년사에서 신 회장이 도전정신에 집중한 것은 성장 방정식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롯데그룹은 재계 5위를 지키고 있다. 다만 재계에서의 위상과 달리 그룹의 존재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롯데그룹의 자산총액 110조8000억원으로, 4위 LG그룹과의 차이를 1조원대까지 좁혔다. 그러나 2018년 이후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한 두 그룹 간 격차는 올해 45조9000억원에 달한다. 

성장 속도에서도 롯데그룹은 재계 5대 그룹 중 가장 느리다. 1년 사이 삼성(26조6000억원), SK(52조4000억원), 현대차(11조8000억원), LG(16조2000억원) 등 최소 10조 이상씩 자산총액을 늘리는 동안 롯데그룹은 3조8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재계 상위권 그룹들이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한편, 주요 계열사 사업을 재편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분할과 기업공개(IPO) 등을 활발히 추진하는 동안 롯데그룹이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물론 롯데그룹도 한국미니스톱(3134억원), 한샘(3095억원), 솔루스첨단소재(2900억원)를 인수하고 롯데헬스케어 설립(700억원), 롯데제과·롯데푸드 통합과 같은 사업 재편을 나섰다. 다만 경영 효율화의 성격이 더 짙어, 그룹의 방향성을 바꿀만한 한 방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기업 경영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사드 보복이나 반일감정, 경영권 분쟁, 신동빈 회장의 사법리스크, 코로나19까지 여건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비슷하게 사법리스크를 겪은 삼성이나, 지배구조 정리 문제가 남은 현대차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롯데의 동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의 사업 구조에서 기인한 한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룹의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이 업황을 타는 사업들이다. 실제 유통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2020년 실적 타격을 입으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근본적 원인은 킬러 콘텐츠의 부재에 있다. 재계 1~4위 그룹들은 반도체(삼성·SK), 전기차(현대차), 생활가전·전장(LG)처럼 강점을 지닌 사업분야가 있다. 반면 롯데그룹은 재계 순위에서 밀리는 신세계나 현대백화점그룹, CJ그룹 등과 달리 대표상품이 각인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도 롯데그룹의 경쟁력에 의구심을 품는 시각들이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롯데껌의 신화에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호텔, 백화점, 아울렛, 마트 모두 경쟁사보다 올드하다는 인상이 강하고, 이커머스에서는 존재감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전문가는 “신동빈 회장이 신사업 투자에 의지를 피력하는 것과 달리 사실 무엇을 할지 감이 안 잡힌다“면서 “빅딜을 놓친 걸 만회하려고 좋은 건 다 해보려는 느낌인데, 제대로 시너지를 낼 만한 사업들을 선별해 투자를 공격적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일단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신사업 진출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특히 신사업에 대한 신 회장의 의지는 매우 확고하다. 롯데그룹은 5년 간 37조원을 투자할 방침인데, 이 중 41%가 바이오·헬스케어·미래 모빌리티를 포함한 신사업에 들어간다. 이와 관련, 롯데케미칼은 리튬메탈 음극재 미국 스타트업 소일렉트와 합작사를 설립했고, 동박 생산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롯데알미늄 역시 유럽 양극박 공장에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신 회장의 구상이 완성되려면 마지막 퍼즐이 맞춰져야 한다. 체질 개선이다. 

신 회장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그룹으로 발돋음하기 위해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업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장에서의 평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원하는 성장과 수익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할 것을 요구했다. 시장이 설득할만한 미래 전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자면 역량 있는 인재를 확보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롯데그룹은 보상은 적고 업무 강도는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조직문화 또한 경직된 축에 속한다. 롯데그룹 출신의 A씨는 데일리임팩트에 “불과 수년 전만 해도 CEO 한 마디로 신년행사가 바뀌거나 의무 참석을 강요당하기 일쑤였다“며 “소비자 접점이 많은 업의 성격과 달리 군대식 문화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때문에 신 회장은 롯데스러움을 탈피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기존 비즈니스유닛(BU) 체제에서 헤드쿼터(HQ) 체제로 전환하고 식품·쇼핑·호텔·화학·건설·렌탈 등 6개 사업군으로 계열사를 유형화했다. 각 HQ들에겐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부터 재무·인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권한을 줬다. 계열사별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사업 실행력을 높일 기반을 만든 셈이다. 

외부 DNA도 지속적으로 이식하고 있다. 2020년 22명의 수장을 교체한 데 이어, 지난해 임원 100명을 줄이고, 주력사업을 모두 외부인사에게 맡겼다. 롯데쇼핑의 경우, 홈플러스 출신 유통군 총괄대표인 김상현 부회장을 비롯해 호텔군 총괄대표 안세진 사장(놀부), 백화점 사업부 정준호 대표(신세계), 최병환 컬처원스 대표(CGV) 등이 요직을 차지했다. 지난 19일에는 그룹의 얼굴인 유통군 HQ 경영전략본부장마저 홈플러스 출신의 권원식 전무가 차지했다. 

외부 수혈 효과는 적지 않았다.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매출 7조6727억원, 영업이익 14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4% 감소했지만 영업익이 106.3%나 뛰었다. 순이익 역시 1146억원을 달성,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백화점 부문도 기지개를 폈다. 같은 기간 매출 1조5730억원, 영업이익 2123억원을 올려 전년 대비 각각 12.6%, 28.9% 증가했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2분기에만 영업이익을 68.5% 늘리며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성장률을 보였다. 호텔롯데 역시 상반기 매출 4059억원, 영업손실 585억원을 기록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52% 증가했고 적자를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에게 키를 맡긴 뒤 효과가 입증됐다는 점에서 신 회장이 개방적 혁신을 가속화할 지렛대로 인적 쇄신을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는 “다양성은 우리의 경쟁력이며 도전하는 에너지의 원천” ”연공서열, 성별, 지연·학연과 관계없이 최적의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등 인사 재편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인적 쇄신의 폭을 이전보다 더 넓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김희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롯데인재개발원장(사장)으로 선임하고 HR혁신통합태스크포스(TF)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겼다. 

롯데인재개발원장에 외부 인사를 앉힌 것은 처음이다. 그룹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과감하게 인적 쇄신을 단행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롯데그룹은 내부적으로 그룹의 성장을 가속화 할 인사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 김희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롯데인재개발원장(사장)으로 선임한 것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해 그룹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김 신임 원장이 사업전략 파트너를 육성하는 인사(HR)의 역할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내부 인재를 전문가로 키울 수 있도록 성과 측정과 관리, 보상 등에 이르는 인사 개편안이 나올 수 있다. 특히 STAR팀을 통해 최고경영자(CEO)급 인사 영입이 보다 활발해질 수 있게 조직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Copyright ⓒ 데일리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인기 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