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2030년 기아 종식'…떼돈 버는 국제 곡물 대기업

멀어진 '2030년 기아 종식'…떼돈 버는 국제 곡물 대기업

연합뉴스 2022-09-01 05:30:00 신고

3줄요약

기후변화·분쟁 영향…8년 뒤에도 6억7천만명 굶주릴듯

"식량가격 급등에 곡물 유통기업 폭리…횡재세 거둬야"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유행,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2030년까지 지구촌 기아를 종식한다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이 요원해지고 있다.

반면 국제 식량 위기와 식품 가격 급등으로 세계적인 곡물 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기업으로부터 '횡재세'를 징수해 굶주림으로 신음하는 빈곤층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아 종식을 위한 기부 캠페인 기아 종식을 위한 기부 캠페인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홈페이지 캡처]

◇ "현 상태론 2030년 기아 종식 불가능"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OECD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농업 전망 2022~2031' 보고서에서 "추가 노력 없이는 유엔 SDGs 기아 종식이 2030년까지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은 2015년 총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 17개 정책 목표(SDGs)를 달성하기로 합의했는데, 빈곤 퇴치에 이어 기아 종식이 2번째 목표다. 모든 사람, 특히 빈곤층과 유아를 포함해 취약 계층에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충분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뭄이나 폭염 등 잦은 기상 이변,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기아 인구는 되레 늘어나고 있다.

FAO와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7월 '2022 세계 식량 안보와 영양 현황' 보고서에서 2021년 기아 인구를 7억6천800만명(최소 7억200만명, 최대 8억2천800만명)으로 추정했다.

이는 세계 인구의 9.8%로,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보다 1억5천만명 증가했다.

앞서 WFP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81개국에서 극심한 기아 인구가 4천700만명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국제기구는 세계 경제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2030년에 세계 인구의 8%인 6억7천만명이 기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아 인구 비중은 지금보다 작아지지만 유엔이 SDGs를 선언한 2015년과 같은 8%에 머물게 된다.

악화하는 기후 변화, 세계 각지의 분쟁, 불확실한 경제 상황 등이 기아 종식의 걸림돌이다.

OECD와 FAO는 "기아 종식과 2015년 파리 협정(2050년까지 지구 온난화를 2℃ 이하로 제한) 목표에 도달하려면 향후 10년간 농업 생산성이 농작물의 경우 24%, 축산은 31% 늘어나야 한다"며 "이는 지난 10년간 생산성 증가율 약 9%를 훨씬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농업 생산성 향상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식품 손실 축소, 취약계층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

세계 식량위기 언제까지 (CG) 세계 식량위기 언제까지 (CG)

[연합뉴스TV 제공]

◇ 식량값 급등에 떼돈 번 '기아 폭리자'에도 "횡재세 물려야"

국제 공급망 혼란과 식량 가격 급등은 세계 곡물 시장을 지배하는 대기업에 더 큰 수익을 올릴 기회가 됐다.

'ABCD'로 불리는 4대 곡물 기업이 지구촌 식량난을 틈타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국의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 번지(Bunge), 카길(Cargill), 프랑스의 루이 드레퓌스(LDC)가 해당 기업으로, 세계 곡물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ADM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8억4천만 달러(약 2조4천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61% 급증했다.

카길의 2022 회계연도(2021년 6월~2022년 5월) 매출은 1천650억 달러(약 220조원)로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번지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7% 늘었다.

올리비에 드 슈터 유엔 극빈·인권 특별보고관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글로벌 원자재 대기업들이 굶주리는 사람이 늘어나는 시기에 기록적인 이익을 내는 것은 분명히 부당하다"며 "세계 곡물 시장은 에너지 시장보다 더 집중돼 있고 덜 투명해 폭리를 취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세계벤치마킹연합(WBA)의 앨리스 잉가비레는 8월 말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실린 '기후 위기는 기아 위기' 기고문에서 "세계 식량 시스템을 지배하는 많은 기업이 사람을 사업의 중심에 두지 않거나 환경 영향에 대처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WBA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실현을 추진하는 민간 연합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활동가 사비오 카르발류는 최근 그린피스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곡물 기업들이 원자재(곡물) 가격 급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기아 폭리자'(hunger profiteer)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제 유가 급등으로 큰 이득을 본 석유회사들에 횡재세를 걷어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는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을 들면서 "식품 기업과 원자재 교역상에도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 자선단체 네트워크인 본드의 정책담당자 샌드라 마틴손은 "횡재세는 식량 시장의 균형을 일부 회복하고 극빈층을 돕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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