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유치전 뛰어든 재계…남모를 속앓이

부산엑스포 유치전 뛰어든 재계…남모를 속앓이

데일리임팩트 2022-09-02 22:35: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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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제2차 회의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총리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제2차 회의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총리실.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재계 주요 그룹 총수들이 당분간 해외행 비행기에 더 자주 몸을 실을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기업인들에 SOS를 친 까닭이다. 

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영국을 방문한다. 이 부회장은 차기 영국 총리로 유력한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과 면담하고 한국에 대한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내왔다.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한 지난 5월 부산엑스포 유치기원 대회에서도 “국가 전체를 보고 세계 박람회 유치를 위해 도와달라. 정부와 기업이 함께 손잡고 멋진 결과를 한번 도출하기를 기대하고, 총력 대응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밀겠다”고 했다.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누누히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주요 그룹 총수들이 본격적으로 행사 유치를 위해 뛸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도 10대 그룹 총수와 주요 기업인들에게 특사 자격을 부여해 유치를 위한 교섭활동을 맡길 가능성을 시사했다. 2002년 여수 엑스포 지원 때처럼 이들이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정부와 짝을 이뤄 주요 지역을 돌 수도 있단 얘기다.

국가적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기업인들에게 선봉장을 맡긴 게 처음은 아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09년 사면받은 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1년6개월 간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해외를 누볐다. 그는 개인 일정까지 취소해가며 110명에 이르는 IOC 위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했다. 이 부회장처럼 특사 자격을 부여받은 경우도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당시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2002년 중동과 중미를 찾았다. 

이처럼 기업인들을 활용하는 이유는 가장 효율적 카드이기 때문이다. 해외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순위가 높은 기업이라면 인지도나 시장 영향력도 높다. 현지 공장 증설이나 고용 확대 등을 약속하는 대신 지지를 끌어내기 수월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고용 창출, 투자 활성화에 대한 고민은 어느 국가나 똑같은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인의 러브콜을 마다할 리 있겠느냐“며 “기업의 자원을 활용하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지 않아도 타깃팅이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하나의 팀을 이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세웠다. 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한화·GS·현대중공업·신세계·CJ 등 11개 기업은 투표권을 가진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가운데 전담국가를 맡아 교섭에 나섰다. 미국·일본 등 여러 기업이 진출한 국가는 함께 공략하기로 했다. 

이미 민간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총수들은 직접 뛰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자 부산엑스포 공동 유치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는 파리 BIE 총회까지 다녀왔다. 이달 중 일본으로 건너가 지지를 끌어낼 계획이다. 경쟁국과 차별화된 유치전을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데 이어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만나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지난 3월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6월 아일랜드에서 열린 소비재포럼의 글로벌 서밋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를 벌였다. 

이렇다 보니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도 맨투맨으로 회원국 정상과 주요 인사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만나 여성을 위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교육, 5G 통신, 사이버 보안 등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부회장도 팔라우의 통신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랑겔 휩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부산엑스포에선 팔라우의 기후변화에 대응할 기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지를 요청했다. 

박정호(왼쪽) SK텔레콤 부회장과 수랑겔 휩스 주니어 팔라우 대통령이 통신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논의한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부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진. SK텔레콤.
박정호(왼쪽) SK텔레콤 부회장과 수랑겔 휩스 주니어 팔라우 대통령이 통신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논의한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부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진. SK텔레콤.

부산엑스포 유치는 재계 입장에서도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행사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등록엑스포는 6개월 간 개최되는 만큼, 파급력이 크다. 생산유발효과 43조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18조원 등 총 61조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고, 50만명의 고용 창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이 월드컵과 올림픽, 엑스포까지 세계 3대 국제행사를 모두 개최한 국가가 될 경우, 국가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해외 시장 신규 개척을 할 때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유치에 성공한 뒤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활동이 부각될수록 반기업정서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내년 11월까지 장기전으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9월 전망치는 95.8을 기록했다. 전월(86.9) 대비 8.9 포인트 올랐어도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밑돈다. 세계 경기 둔화와 기업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악화되거나 투자가 지연되면서 기업가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6월 기준 국내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18.6%가 빠졌다. 상장사 2441곳 중 반년 만에 무려 1973곳의 시총이 주저 앉았다. 시장에서 판단하는 기업의 가치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상반기의 경우, 10곳 중 7곳 이상이 증가했다면 올해는 10곳 중 8곳이 하락했다“며 “완전히 상홍이 역전됐지만, 주가 등이 반등할만한 요인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재계 일각에서도 부담감을 호소한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경제적 효과가 그렇게 큰 행사인지 이번에 찾아보고 알았다“면서 “유치하면 기업에 굉장히 좋은 일이니 잘 되길 바라지만, 경영 환경을 장담키 어렵다 보니 본업에 좀더 집중할 때라는 생각은 든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으니 열심히 뛸 수밖에 없다“며 “투자나 사회공헌 등을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는 건 결국 기업의 몫이기 때문에 신경을 더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에 밀리고 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는 종교적 유대감을 있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비롯해 50여개국 이상으로부터 지지를 확보했다. 반면 한국(부산)은 10여개국에 그친다.

때문에 사우디처럼 명확한 비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어떤 계획이 진행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오일 파워 외에 명분에서도 사우디는 논리를 갖고 있다“며 “기업, K-콘텐츠 등 가용할 자원을 전부 활용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구체적으로 부산엑스포를 통해 구현하려는 가치와 지향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건 정부의 역할“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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