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난’을 꿈꾸나?

‘이재명의 난’을 꿈꾸나?

데일리안 2022-09-05 07:30:00 신고

3줄요약

검찰 소환장에 ‘전면전’ 운운하다니

갑옷 겹겹이 껴입고도 안심 안 되나

민주당 ‘법 앞의 평등’을 잊지 말아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에게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다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에게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다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사람들, 집단 건망증에라도 걸린 것일까? 5년 전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서슬 퍼렇던 자신들의 모습을 깡그리 잊어버린 양해서 하는 말이다. 문 전 대통령이 진두에 나서서 ‘적폐청산’을 외쳤다. ‘촛불혁명’에 의해 대통령이 되었다고 인식한 그에게 ‘적폐청산’은 최우선의 혁명과업이었을 법하다. 현직 대통령이 촛불‧횃불 서슬에 밀려나고 그걸 혁명으로 규정하며 권좌에 오른 사람이 문 전 대통령이었다. 매스컴을 통해, 또 가두방송이나 시위를 통해 ‘혁명공약’을 낭독하던 5‧16 때의 그 분위기를 재연하고 싶었을 만하다.

‘적폐청산’은 ‘구악일소’의 다른 표현이었다. 5·16비판을 직업 삼았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자 꼭 같은 행태를 흉내 낸 것이다. 물론 배경·바탕·상황은 전혀 달랐다. 5·16 때의 ‘혁명공약’은 국가적 국민적 절박성을 담고 있었다. 군사 쿠데타 자체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그들이 내세운 혁명공약은 가치와 희망의 측면에서 결핍과 갈망의 표현이었다. 이에 비해 문 정권의 ‘적폐청산’은 예상되긴 했으나, 뜬금없는 위협이고 공격이었다.

검찰 소환장에 ‘전면전’ 운운하다니

정권 초기, 그리고 집권기 내내 자신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벌였는지를 잊었을 리 없다. 정부 거의 모든 부처마다 갖가지 명분의 진상조사위원회가 들어서서 맹위를 떨쳤다. 정권 쟁취의 동지였던 좌 경향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대거 참여, 민간 권력집단으로서의 위세를 과시했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대통령 취임사의 이 공허한 다짐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자신들이 평등·공정·정의의 당사자이자 심판자라는 선언이었다. 오만이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아마도 정권을 한 자락씩 나눠 가졌던 사람들은 최소한 육모방망이를 휘두르며 “암행어사 출도야”라고 소리 지르던 역졸들의 기분 정도는 다 느껴봤을 것이다. 지금의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을 비롯, 정권의 중심부에 있던 사람들은 속으로 이렇게 외쳤을 겉 같다.

“니들이 권력 맛을 알아?”

그들이 이제 와서 하는 말이 어이없다.

“이 대표에 대한 소환은 제1야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전면전 선포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이 4일 기자간담회에서 했다는 말이다.

“제1야당 당 대표 소환은 한국 정치사에 전례가 드문 일로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야당 탄압이다. 이 대표는 취임 사흘 만에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하루 만에 돌아온 답은 터무니없는 구실을 잡아 날린 소환장이다.”

얼핏 들으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생사람 잡으려 하는 줄 알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취임 전엔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대상이 될 어떤 혐의도 받은 바가 없었다는 뜻인가. 대표로 당선되니까 갑자기 혐의를 만들어 피의자로 소환장을 보내더라는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빛이 역력해서 묻는 것이다.

갑옷 겹겹이 껴입고도 안심 안 되나

들리기로는 이 대표가 여러 의혹과 혐의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당 대선 후보라는 위상 덕분에 검찰수사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인데 그게 아닌가? 대선에서 패배한 후에도 바로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강행해서 기어이 배지를 달고자 한 배경에 ‘불체포특권’의 유혹은 정말 없었던 걸까? 의원직만으로는 아무래도 얇은 것 같아서 ‘제1야당의 대표’직이라는 철갑 하나를 더 껴입으려 했던 것은 절대로 아니었을까? 당선 이후의 지위보장 장치까지 무리해가며 당헌에 끼워 넣은 것은 수사 및 기소의 불가피성을 감안해서가 아니었었나? 오직 “검찰권 남용이 있을 수 있고, 정부와 여당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9일 당 대표후보토론회)는 공적 정의감 때문이었던 건가?

갖가지 의혹으로 조사 및 수사의 대상이 되어 있는 사람이, 아무리 제1야당의 대표라도 ‘영수회담’ 운운하며 들이대는 것은 저의가 있는 압박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 영수회담인지 뭔지를 한다고 할 경우 검찰수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여지가 생기고 만다. 그걸 노린 회담 제의가 아니었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는가(‘영수회담’은 또 뭔지 모르겠다. 야당 대표의 정치 파트너는 여당 대표이지 대통령이 아니다).

민주당 조 대변인은 이런 말도 했다.

“과거 중앙정보부의 김대중 현해탄 사건을 연상시킬 정도로 무자비한 정치보복 본색을 드러냈다. 없는 죄도 만들어내는 짜 맞추기 식 수사, 나올 때까지 탈탈 터는 먼지떨이 식 수사로 정치 탄압, 사법살인을 자행하겠단 것이다.”

‘김대중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사람들이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난을 이처럼 가볍게 취급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김 전 대통령은 그 때 생사의 기로에 있었다. 이 대표의 처지가 그 때의 김 전 대통령처럼 위중한가? 검찰이 이 대표를 현해탄에 수장시키려는 음모라도 꾸민다는 것인가? 공룡처럼 거대한 민주당의 대표는 어떤 혐의가 있든, 검‧경이 손도 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 것 같아 오히려 섬뜩하다.

민주당 ‘법 앞의 평등’을 잊지 말아야

전직 대통령에 대해 민주당 정권이 어떤 대접을 했는지는 온 세상이 다 안다. 고령의 직전 여성 대통령을, 탄핵 결정이 나기 무섭게 구속하고 그길로 징역 22년형을 선고받을 때까지 주4회의 살인적 재판일정(1심 때)을 강요했던 게 문 정권의 검찰과 그 우호 사법부의 ‘전직 대통령 예우’였다. 그런데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장 발부가 ‘사법살인’이라고 한다. 민주당 지도부의 인식으로는 이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더 고귀한 신분인 모양이다.

윤 대통령이 할 일이 없어서 민주당 이 대표와 전면전을 벌이겠는가. 이미 대결을 벌여 이긴 사림이 진 사람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오히려 민주당 측이 윤 대통령과 정권을 상대로 전면전을 도발하는 말로 들린다.

“당장 면죄부를 발부하라. 그렇지 않으면 전면전만 있을 뿐이다.”

혹 그런 뜻은 아닌가? 변란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기세여서 움찔하게 된다. 한 밤중에 횃불이라도 들고 일어나면 어쩌나.

이 사람들이 지난 5년간 이 나라를 이끌어왔던 정권의 상층부 구성원이었던 그 사람들이 맞는지 의아할 뿐이다. 자신들은 그렇게 정치를 해왔고, 전직 대통령들을 ‘정치보복’ 차원에서 투옥했노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려서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다시 확인하자.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법치의 제1조건이다. 이게 무너지면 법치, 나아가 민주정치도 성립할 수가 없다. 그야말로 삼척동자도 아는 이치를 유독 민주당 사람들만 모른다고는 못할 것이다. 하긴 정치한다는 사람들(물론 그 중 일부이겠지만)의 궤변에 상한선이라는 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어떤 억지를 부리든 그건 말하는 사람이 알아서 하라고 해야지 어쩌겠는가. 다만 분명히 재확인해야 할 사실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그 ‘만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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