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상다리 휘어지게?'…추석 차례상 간소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언제까지 상다리 휘어지게?'…추석 차례상 간소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데일리안 2022-09-09 02:36:00 신고

3줄요약

시민들 "과거 대가족도 아니고 물가도 많이 올랐는데 매년 너무 많이 해 버리기만"

"가족들이 먹을 만큼만 음식 준비해서 즐기는 명절 돼야"…차례 간소화·생략 추세

"1년에 1~2번 차례상 차리는 것 딱히 힘들지 않아…마땅히 해야할 사람의 도리" 반론도

성균관 "큰 예법은 간략해야, 차례상 음식 가짓수 최대 9개면 충분"…전문가 "형식 보다 정신 중요"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차례 간소화 기자회견'을 갖고 간소화 된 차례상 예시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으로 맞는 명절인 올해 추석 차례상 상차림을 간소하게 준비하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추석 차례상은 정성껏 푸짐하게 올리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먹을 만큼만 준비해 온 가족이 부담 없이 명절을 즐겁게 보내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통 차례상이 사라질 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남 창원에 사는 김모(60)씨 가족은 올해 추석 차례상에서 재료비가 비싼 수박과 돔을 빼기로 했다. 김씨는 "과일도 원래는 수박, 사과, 참외, 배, 오렌지, 바나나를 올렸고 생선은 돔, 조기, 민어를 올렸는데 추석 차례상이 많이 간소화됐다"며 "그렇지만 전이나 육고기 등은 일일이 손수 직접 다 구어서 차례상에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수원에 사는 주부 박모(42)씨는 "추석 차례상에 조기 5마리 굽고 부침개는 3가지에 육고기, 나물, 생선, 과일, 떡을 준비해 올린다"며 "차례상 음식 가짓수가 너무 많아도 매년 다 먹지도 못하고 버렸다. 과거처럼 대가족도 아니고 물가도 너무 많이 오른 시대에 상다리 휘어질 만큼 준비하기보다 가족들이 먹는 만큼만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3살 자녀 1명을 둔 직장인 안모(32)씨는 "몇 시간 동안 운전해서 내려가 각종 전 부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온 몸이 아프고 한숨만 나온다"며 "음식 만드는 것도 일이지만 먹고 난 뒤에는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해야 한다. 그냥 단출하게 가족끼리 식사 한 끼하고, 커피 한 잔씩 마시면서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그런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해를 거듭할 수록 대형마트에서 미리 만들어진 간편식 제수용품을 사는 가정들이 늘고 있는 추세이고, 아예 차례를 생략하는 집안도 많아졌다. 각종 설문조사 결과 "차례상을 지금보다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퇴계 이황종가 설 차례상.ⓒ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뉴시스 퇴계 이황종가 설 차례상.ⓒ한국국학진흥원 제공, 뉴시스

반면 차례상 만큼은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장모(62)씨는 제사를 도맡아 온 지 10년이 넘었다. 장씨는 "기제사처럼 푸짐하게 차리진 못해도 차례는 지내야 한다"며 "1년에 1~2번 정도 차례상을 차리면 되는데 딱히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마땅히 해야 할 사람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유교 전통문화를 보존해온 성균관이 최근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내놨다. 성균관이 제시한 간소화 방안의 핵심은, 전을 부치느라 더는 고생하지 말라는 것과 음식 가짓수는 최대 9개면 족하다는 것이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의 '차례상 표준안'을 보면,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炙),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여기에 조금 더 올린다면 육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성균관 측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대례필간·大禮必簡)고 한다"며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밝혔다.

전통문화 연구자들도 차례상이 꼭 푸짐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한국국학진흥원 김지은 책임연구위원은 "차례상은 원래 간소했던 것이 전통"이라며 "18세기로 넘어오면서 신분제가 동요되는 가운데 조선시대 성리학이 보수화되면서 밥그릇을 조상 수대로 올린다든지 음식 가짓수를 늘리는 등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차례상은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茶)를 올리기 위해 차리기 시작한 것이 출발"이라며 "차례상 음식 자체가 그 지역에서 나오는 음식을 중심으로 차려져 지역마다 차리는 음식이 다 다르다. 형식보다 정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를 따르면서 행하기 쉽고 지키기 쉬운 방법으로 변하는 게 예제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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