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감독의 영화는 늘 남성 중심 서사였다. 군대, 호스트바, 조직 폭력배, 국정원처럼 남자들만 득실득실대는 환경에 카메라를 댔다. 그렇게 남자의 본성만을 다뤘다. 남자를 좀 더 잘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넷플릭스 신작 ‘수리남’도 마찬가지다. 머나먼 타지에서 마약을 유통하는 마약왕과 그를 잡으려는 국정원, 국정원과 손잡은 민간의 이야기다. 여자가 낄 자리가 녹록지 않다. 일각에서 윤종빈 감독의 작품이 지나치게 남성 중심이라는 것에 볼멘소리가 나온다. 여성 캐릭터가 더 진화해서 멋있는 면을 보여줬으면 하는데, 대체로 장치적으로 활용되는 데 그쳐서다. 실제로 엘리트보다는 평범하거나, 밑바닥 인생을 사는 인물 중에 여성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윤종빈 감독이 15일 오후 한류타임스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역시 평단에서 제기하는 여성 서사에 대한 고심이 적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공작’이나 ‘수리남’에서 어떻게든 멋진 여성 캐릭터를 넣어볼까 했으나,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인 것 같다는 판단 때문에 끝내 포기했다고 밝혔다.
윤 감독은 “제가 여성 캐릭터를 안 쓰려고 안 쓰는 건 아니에요. ‘공작’에서도 여성캐릭터를 쓰려고 노력했었어요. 북한 간부를 여성으로 하려고 했는데, 억지가 있어요. ‘수리남’도 마찬가지고요. 국정원 팀장을 여성으로 하려고 했는데, 이것도 억지 같은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캐릭터가 있으면 저도 좋아요. 밸런스도 더 잘 맞고요. 다음 작품 하게 된다면, 꼭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그래도 안 어울리는 데 억지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라고 웃었다.
한편, ‘수리남’은 수리남의 한국인 마약상 ‘전요환’(황정민 분)을 잡기 위한 민간인 ‘강인구’(하정우 분)와 ‘최창호’(박해수 분) 국정원 요원의 공조를 그린다. 지난 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함상범 기자 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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