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쇼크②] 高물가, 서민 부담·소비 둔화·경기 침체 ‘나비효과’ 부른다

[물가 쇼크②] 高물가, 서민 부담·소비 둔화·경기 침체 ‘나비효과’ 부른다

데일리안 2022-09-17 06:30:00 신고

3줄요약

고물가 버텨온 민간소비 한계 봉착

제조업 재고율↑…무역적자도 계속

기준금리 인상 내수 침체 악화

전문가 “현재 스태그플레이션 상황”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오랜 고물가 상황이 결국 국가 경제성장률에도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2년 가까이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소비가 얼어붙고, 소비 하락은 국가 경제 전체를 경직시키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일 발표한 ‘2022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에 전(前) 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2분기는 1분기보다 0.7% 성장했다.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했을 때는 각각 3.0%, 2.9% 성장한 수치다.

2분기 0.7% 성장은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민간 소비가 되살아난 덕분이다.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1.3% 감소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밑도는 등 체감 경기는 오히려 나빠졌다.

우리나라 2분기 경제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포함 주요 35개국 가운데 20위 수준이다. 1분기 18위에서 2계단 하락했다. 2분기에 0.9% 성장한 일본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추석 연휴를 지나고도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제성장률 버팀목이 되던 민간소비를 계속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민간소비는 특히 제조업과 농림어업에서 줄었다. 제조업은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1차 금속 등을 중심으로 0.7% 감소했다. 건설업은 전문건설업이 줄어 0.1% 감소했다. 농림어업도 재배업을 중심으로 8.7% 줄었다. 전기·가스·수도사업은 전기업과 수도, 하수 및 폐기물처리, 원료재생업이 줄어 0.6% 감소했다.

민간소비 감소는 제조업 재고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기업 활동으로 본 최근 경기 상황 평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제조업 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0% 늘었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 이후 6년 만에 최대 폭 증가다.

제조업 재고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4.2%에 이어 4분기 11.4%, 올해 1분기 13.4%를 지나 2분기 18%까지 상승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분기부터 기업들이 본격적인 생산 하향 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유휴인력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고용과 시설 투자에 악재가 된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고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내수 진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생산이 급감하면 경기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도 문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금리가 0.25%p 오르면 민간소비는 향후 1년 동안 최대 0.15%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발표한 ‘금리 상승의 내수 부문별 영향 점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0.5%이던 기준금리를 7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1.75%p 높인 만큼 향후 민간소비는 최대 1% 이상 둔화할 수 있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7% 성장한 가운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468조4000억원으로 전기대비 1.3% 감소했다. ⓒ뉴시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7% 성장한 가운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468조4000억원으로 전기대비 1.3% 감소했다. ⓒ뉴시스

내수 침체와 함께 무역 적자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13일 관세청이 발표한 이번 달 1~1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해당 기간 무역수지는 24억43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4월부터 시작한 무역수지 적자가 이달까지 6개월 연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7년 1월부터 5월까지 이어진 적자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에는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적자(94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140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등으로 남은 4분기에도 무역수지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전망도 어둡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현재 무역수지 적자 주요인인 에너지값 급등 문제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해소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수 침체와 무역수지 악화는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와 소비 위축, 세계 경제 침체 등 위험 요소가 여전하다는 점이 특히 문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월 기준 99.4로 전월대비 0.3p 하락한 것도 이러한 영향 때문이다.

정부 역시 최근 들어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기재부는 16일 ‘최근 경제동향 9월호(그린북)’를 통해 “우리 경제는 고용과 대면서비스업 회복으로 내수가 완만한 개선을 이어가고 있으나 대외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향후 수출회복세 약화 등 경기둔화 우려된다”고 밝혔다.

더불어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금리인상 가속화 기조, 중국 봉쇄 조치,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및 세계 경제의 하방위험이 지속 중”이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반적인 경기 부진 속에 물가가 오르고 있어 현재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유럽 등 대외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한은 전망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393.7원)보다 5.3원 상승한 1399.0원에 개장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393.7원)보다 5.3원 상승한 1399.0원에 개장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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