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해 ④] "스토킹, 로맨스의 과격한 시작? 사회인식 뜯어 고쳐야"

[신당역 스토킹 살해 ④] "스토킹, 로맨스의 과격한 시작? 사회인식 뜯어 고쳐야"

데일리안 2022-09-23 00:06:00 신고

3줄요약

"좋아하는데 안 받아줘서" 이상훈 시의원 망언 논란…전문가 "여성, 남성의 정복 대상 시각"

"스토킹 가해자에 감정이입…스토킹을 남성이 여성에게 표현하는 구애로 보고 있어"

"자기 감정표현 서툰 남성들의 행동을 스토킹 범죄로 보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시각 지배적"

"좋아하는 사람 괴롭히는 것, 구애 행위 아냐"…이상훈 시의원 6개월 당원 자격 정지 처분

더불어민주당 이상훈 서울시의원ⓒ서울시의회 유튜브 중계화면 더불어민주당 이상훈 서울시의원ⓒ서울시의회 유튜브 중계화면

더불어민주당 이상훈 서울시의원이 지난 16일 시의회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두고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가해자가) 폭력적 대응을 했다"고 발언해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마치 피해자가 가해자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아 범행이 발생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의원의 발언에 성차별적 인식이 내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이 시의원의 발언은 여성은 남성의 정복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내재돼 있다"며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식으로 남성이 적극성과 공격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 이런 것을 일종의 남성성의 징표로 여성은 받아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김 교수는 이어 "피해 여성이 그렇게 좋다고 하는 데도 가해 남성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이 벌어진 것이라고 가해자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여성이 자신을 무시한 것이 자신의 남성성에 대한 위해를 가해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심리 구조도 전형적인 여성 혐오이다. 스토킹 범죄를 남성이 여성에게 표현하는 구애 정도로 바라보는 인식도 피해자가 느끼는 위협감과 스토킹의 심각성을 대단히 안일하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 전주환이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구속송치 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 전주환이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구속송치 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이 발언 당사자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며 "스토킹에 대해 로맨스의 약간 과격한 시작이라는 인식이 있다. 자기 감정 표현을 잘못하는 남성들이 서툴거나 거친 방식으로 만남을 요구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을 범죄로 보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닐까 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분석했다.

허 조사관은 "남성은 적극적인 구애를 하는 역할, 여성들은 남성의 구애를 받아줘야 하는 역할로 보고 못 이기는 척 이를 받아줘야 아름다운 로맨스가 시작될 수 있다는 건데, 그렇지 않은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은 엄청난 성차별적인 인식"이라며 "시 의원이 사석도 아닌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가감 없이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평소 스토킹 범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구애 행위가 아니다"며 "남녀가 사귀다가 헤어지자니 구애 행위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분명 존재한다. 스토킹 처벌법에도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있는데 이 조항에도 고소 사건은 고소인이 알아서 하라는 철학이 그대로 반영이 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 의원만 욕을 할 게 아니라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20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소속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피해자와 유가족께 깊은 상처를 드리게 돼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히고, 이 시의원에 대해 '6개월 당원 자격 정지' 징계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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