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해 ⑤] 서울교통공사 사장, 성별 갈라치기 하나

[신당역 스토킹 살해 ⑤] 서울교통공사 사장, 성별 갈라치기 하나

데일리안 2022-09-24 06:13:00 신고

3줄요약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 신당역 스토킹 살인 대책 "여성 직원 당직 줄이겠다"…비난 봇물

시민들 "흉기 휘두르는데 남자라고 안 당하나? 남자 역무원 죽으면 당직마저 없앨 것인가"

노조 "야근 제외? 오히려 불이익 조치…역무 현업 '2인 1조' 410명 필요, 인력 재배치 하라"

전문가들 "여성은 밤에 혼자 있으면 안 된다, 집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 논리까지 이어질 것"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신당역 스토킹 살해 사건'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여성 직원들의 당직을 줄이겠다"는 후속 대책을 내놓으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직원의 야간 당직을 줄이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여성 노동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방식이어서 오히려 불이익 조치이고, 직장 내 남녀 갈등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성차별만 강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민들은 대체로 김 사장의 발언에 대해 '스토킹 범죄'라는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먼 "성별 갈라치기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직장인 박모(30)씨는 "흉기를 휘두르는데 남자라고 안 당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 역무원이 죽으면 아예 당직마저 없앨 건가"라고 분통을 터뜨리며 "역무원 인력을 더 늘려 2인 1조로 순찰해 안전한 환경 만들어주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촉구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위험하니 여성 당직을 줄인다니 직장 내 성폭력이 문제라 여성을 안 뽑겠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며 "비극의 원인이 여성 당직이 아니지 않나. 범죄자들이 야근하는 여성만 골라서 노리는 것도 아니고, 스토킹 범죄인 만큼 작정하고 죽이려고 마음 먹은 순간 당직을 서든 안 서든 어떻게든 죽이려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20대 여성 김모씨는 "입사 당시에 이미 음란물 유포 범죄 이력이 있는 전과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고, 불법촬영 혐의로 직위해제 된 상태에서도 내부 전산망 접속 권한을 삭제하지 않아 피해자 위치까지 알아내는 등 행정시스템이 엉망진창이었는데, 기껏 나온 대책이 여성당직 줄이기라니 너무 화가 난다"며 "이런 대처는 남녀 갈등만 조장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성명을 통해 "여성의 직무 수행 능력을 제한해 특정 업무에서 제외하는 것은 오히려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며 "역에서 2인 1조 근무를 하기 위해선 410명이 필요하다. 중도퇴직, 장기결원, 공로연수로 인한 인력 공백을 신규 채용하고, 비대해진 본사·지원부서의 인력을 역무 현업으로 재배치하라"고 촉구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20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앞에서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20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앞에서 '신당역 사고 피해자 추모 재발방지 및 안전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전문가들은 '여직원 당직 감축' 조치는 성차별적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여성들의 편의를 봐주는 듯하지만 실상은 여성을 배제하고 고립시키는 정책"이라며 "가해자를 적절하게 제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위험해진 만큼 가해자를 적극 제재해 앞으로 직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해야 하는데 서울교통공사 사장의 방식은 정반대"라고 질타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늦은 시간 여성 역무원이 혼자 화장실에 가다가 겪었기 때문에 그 시간대에 여성 직원이 해당 업무에 배치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으로 나온 대책 같다"며 "스토킹 범죄가 직장 내 일어났을 때 상급자가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하고 어떤 기관과 연계해야 하는지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김 교수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신고해도 가해자에 대해 두둔하는 이야기가 돌지 않도록 하는 등의 대책들이 필요하지, 여성을 당직에서 빼겠다는 방식은 오히려 여성 직원들이 회사에서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행위"라며 "여성은 밤에 혼자 있으면 안 된다, 여성은 위험하니 일터에 나와 있는 게 아니라 집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논리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