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45분’ 지하 1층엔 근로자들이 있었다

‘7시 45분’ 지하 1층엔 근로자들이 있었다

금강일보 2022-09-26 19:00:00 신고

3줄요약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7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2020년 문을 연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은 지하 2층, 지상 7층, 연 면적 12만 9557㎡ 규모로 그간 중부권 쇼핑객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해왔다. 그러나 누군가의 일터이자, 휴식공간이었던 아울렛은 순식간에 재난의 현장으로 검게 얼룩졌다. 26일 1만 평 규모의 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를 쫓아가 본다.

지하주차장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
일부 근로자 검은 연기 뚫고 탈출
7명 숨지고 1명 중상 대부분 도급업체 직원
고용부 중대재해처벌법 여부 검토

26일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대전소방본부 제공 26일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대전소방본부 제공

◆  ‘7시 45분’  피어오른 검은 연기

“아울렛 지하에서 검은 연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26일 오전 7시 45분경 다급한 목소리로 119상황실에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행인의 신고는 대전 유성에 위치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인근에서 접수됐다. 판매시설을 비롯해 호텔, 영화관 등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어 대형화재로 번질 위험이 있어 상황은 다급하게 전개됐다. 소방당국은 소방인력을 확보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개장 전인 탓에 방문객은 없었지만 내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관건이었다. 또 투숙객 100명과 종사자 10명 등 110명이 숙박동에 있어 모두 구조됐는지 정확한 확인이 필요했다. 건물이 검은 연기에 모두 휩싸여 있었다. 7시 51분경 내려졌던 대응 1단계는 7분 후인 7시 28분경 곧바로 대응 2단계로 상향됐다.

오전 8시경 아울렛 인근에서 가게 오픈을 시작한 주변 상인들도 화재 소식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상인 A 씨는 “가게 문을 열기 위해 도착해보니 연기가 굉장히 많이 나고 있었다. 지하에서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들었다. 불길은 보이지 않았지만 연기는 정말 심했다. 잠시 가게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는데 매캐한 냄새는 여전했고 기침이 날 정도였다”라며 “소방차가 점차 진입하더니 9시쯤에 굉장히 긴급해 보이는 응급차가 지나갔다”라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대전소방본부는 장장 8시간여 만인 오후 3시경 불길을 잡았다. 이승한 유성소방서 대응2단장은 “발화지점은 지하주차장 하역장 부근으로 추정된다. 지하주차장 하역장에 적재된 물품이 대부분 의류였기 때문에 다량의 유독 연기가 분출되면서 빠르게 화재가 확대됐다”며 “실종자들은 모두 발견됐지만 추가 실종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색을 실시하고 있다. 또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등도 조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 7시 45분 지하주차장 작업자들

화재가 발생한 시각,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아울렛 내부엔 작업자들이 있었다. 40대 중반의 물류작업자 B 씨는 이날도 바쁘게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 10시 아울렛이 문을 열기 전 반품 접수된 물건들을 모두 수거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픈 전 아울렛에서는 환경미화원들도 손님 맞이를 위해 분주하게 오가는 듯했다.

B 씨는 본격적인 업무를 해야 할 지하주차장 1층 하역장에 도착했다. “꽝꽝꽝-!” 차에서 내려 물건을 옮기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매일같이 방문하는 일터지만 이날은 천장 어딘가에서 마치 쇠파이프로 무언가를 때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흡사 스프링클러가 터지는 듯한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매캐한 탄내가 나기 시작했다. 분명 평소와는 달랐다. 그때였다. 맞은편에서 검은 연기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가 턱밑까지 오기까지 불과 20~30초도 걸리지 않았다. 화생방 훈련을 받을 때 맡았던 매캐한 냄새였다. 화재대피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급했다. 물건 납품을 하는 동료에게 같이 밖으로 나가자고 한 뒤 차에 올랐다. 황급히 차를 타고 벗어나려 했지만 이미 앞이 캄캄해 운전이 어려웠다. 빠르게 차에서 내려 평소 봐뒀던 두 곳의 비상구 중 호텔과 반대쪽에 있는 탈출구를 통해 벗어났다. 사고는 너무 순식간에 벌어졌다. 외부로 나왔지만 동료는 보이질 않았다. 그렇게 연락이 두절됐다.

26일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부상자가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김지현 기자 26일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부상자가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김지현 기자

◆ 안타까운 죽음

이날 오후 5시 현재 화재사고로 7명이 숨지고 1명이 큰 부상을 당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망자는 하역장, 지하주차장, 지하주차장 서편, 여자탈의실에서 각각 1명씩 발견됐다. 또 실종됐던 외부업체 소속 직원 3명은 화물용승강기에서 연기에 의해 질식사한 채 발견됐다. 예기치 못한 화재로 수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사망자들은 대부분 도급업체 직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관계자에 의하면 사상자 중 시설관리 도급업체 작업자, 쓰레기 소각 용역 등 도급업체 소속이다. 부상자 1명 역시 시설관리 도급업체 작업자였다.

유성구보건소 관계자는 “숨진 이들 가운데 6명은 남성, 1명은 여성이다. 마지막으로 화물승강기에서 발견된 실종자 3명은 화물승강기로 탈출하려다 연기에 의해 질식한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들의 목 쪽에 그을음이 가득했다”라고 설명했다.

26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앞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고인과 유가족에 깊은 애도와 사과를 올린다. 화재 사고로 입원 중인 지원과 지역 주민들께도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 당국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화재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조사 중이다.

◆ 한 명이라도 더

이날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방재실 근무자 C 씨는 화재 사실을 인지하고 내부 근무자들에 대한 대피에 전력을 기울였다. 소방대원들이 인명구조를 위해 건물 내부에 진입한 뒤에도 한 명이라도 더 대피시키기 위해 CCTV를 보면서 대피방송을 했다. 화재가 번진 뒤 내부에 고립됐던 C 씨는 구조대원들에 의해 무사히 밖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27일 오전 10시 합동감식에 나설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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