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 이후…공권력 불신하며 호신용품 구비하는 여성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이후…공권력 불신하며 호신용품 구비하는 여성들

데일리안 2022-09-27 01:3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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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직원 해코지 우려돼 후추 스프레이 사고…남자 손님들 무서워 삼단봉 구매"

전문가 "국가·사회 불신, 내가 나를 지켜야 한다 판단…법적 제도적 정비 통해 공권력 신뢰 강화해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 전주환이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구속송치 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가해자 전주환이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구속송치 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역무원이 스토킹하던 동료 역무원을 여자 화장실에서 살해하는 사건을 계기로 호신용품을 챙기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국가와 사회의 힘에 의해 신변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자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법적, 제도적 정비를 통해 공권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김모(31)씨는 최근 후추 스프레이를 구매해 외출할 때마다 가방이나 호주머니에 넣어 다닌다. 그는 "회사에 분노조절장애로 보이는 직원이 있는데 혹시나 신당역 사건처럼 동료 직원들에게 해코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염려스러워 이번에 호신용품을 구매하게 됐다"며 "시험 삼아 사용해봤는데 가볍고 휴대가 간편하다. 스프레이도 분사가 잘 된다"고 전했다.

자영업자 박모(33)씨는 "갑자기 가게에서 소리를 지르며 위협하거나 이상 행동을 하는 남성 손님들이 간혹 있는데 경찰에 신고해도 출동이 너무 늦을 때가 있다"며 "요즘 하도 세상이 흉흉하지 않나. 이상한 사람들이 또 올 것 같아 무서워서 삼단봉을 샀다. 긴급한 상황에서 호신용품으로 방어해도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을까 걱정은 된다"고 토로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호신용품 판매점 주인이 삼단봉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용산구의 한 호신용품 판매점 주인이 삼단봉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1명의 자녀를 둔 이모(53)씨는 "우리 딸 아이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거나 늦은 밤 귀가할 때 가지고 다니라고 호루라기와 스프레이를 하나씩 사주면서 눈에 확 뿌리면 된다고 알려줬다"며 "쓸 일이 없길 바라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을 것 같다. 연습도 따로 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공권력의 불신을 우려하면서 법적, 제도적 정비를 촉구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국가가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면 내 생명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서 호신용품을 구매하는 것"이라며 "일종의 우리 사회 안전 문제가 개인이 감당해야 할 사안이 돼 버렸다. 여성 시민의 안전이 남성 시민의 안전만큼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고 제대로 된 법률 제정을 해 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개인을 지켜주지 못하니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하면 나도 언제 어디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호신용품을 사는 것"이라며 "스토킹 범죄가 반복해서 일어나도 법이 조금씩 바뀔 뿐 예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런 만큼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강화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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